최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약 5개 단체가 원격의료를 포함한 대정부투쟁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가운데 산부인과 개원의사들의 단체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가 원격의료 도입을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산부인과의사회가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어느 의료단체보다 특별하고 설득력있게 들린다. 동네의원 고사와 국민건강 위협 등의 일반적인 우려뿐만 아니라 원격진료 대상에 성폭력 피해자 및 가정폭력 피해자가 대상으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가 의료계는 물론 국민과도 그동안 아무런 상의 없이 갑자기 원격진료 대상에 성폭력 피해자 및 가정폭력 피해자를 원격진료 대상으로 포함시켰다”고 분노했다.
성폭력 피해 환자의 특성상 원격진료를 시행하기에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불가능증거수집이나 외상 후 치료와 성병, 합병증 예방 등 특별하고 세심한 상담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사회는 특히 “아무런 근거 없이 성폭력 피해자를 만성질환자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했다는 점에 동의 할 수 없다”며 “의사와 환자 모두 반대하는데도 정부가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혹시 IT기업을 위한 정책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의협을 비롯해 병협, 치협, 한의협, 간협 등 보건의약 5개 단체는 원격의료를 포함한 대정부투쟁협의체를 만들기로 했고 대형병원을 회원으로 둔 병원협회는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또 무상의료본부와 보건의료노조도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은 이미 대형병원 환자집중 및 동네의원 고사, 대면진료 대체 불가능 및 국민건강을 위협, 원격 의료만 하는 기관운영으로 상업성 가속, 원격의료기기 및 시스템 오작동, 의료정보 유출 등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을 고치면서까지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것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산부인과의사회는 원격 처방 시 한 환자가 다양한 의료 기관에 처방을 할 수 있어 의약품 다량 구매 등을 통한 의약품 오남용으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의사-의료인간 원격의료는 도움이 되지만 진단과 처방은 그 동안의 시범사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그에 대한 영향평가 등을 한 후 도입 여부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 및 가정폭력피해자는 원격진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면 진료가 더욱 중요하며 권역별 집중 관리할 수 있도록 지정 병원제로 심층 진료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