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지어지앙(池魚之殃)경고를 잘 새겨야

의료계를 와각지쟁(蝸角之爭)으로 폄훼…의협, "원격의료 환상을 버려라"

현오석 부총리는 원격의료와 관련하여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고사성어보다, 있지도 않은 연못 속의 보석을 찾느라 연못의 물을 빼내는 바람에 결국 연못 안의 물고기들이 다 죽었다는 뜻을 가진 지어지앙(池魚之殃)의 경고를 잘 새겨야 할 것이다.

11일 대한의사협회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하면서 의료계를 향해 "손바닥만 한 국내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데 대해 맞받았다.

원격의료는 해외에서도 큰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장밋빛 환상을 가지고 원격의료를 성장산업으로 밀어붙이는 데 대한 의료계의 일침이다.

의협은 원격의료라는 대한민국 의료환경에 재앙이 될 정책을 섣불리 추진한다면, 많은 동네의원들과 지방의 병원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의사뿐 아니라 달팽이 뿔 위의 코딱지만한 땅에 살고 있는 모든 환자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의협은 논어(論語)의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이라는 말을 인용, 현오석 부총리는 자신의 전문분야에 집중하라고 지적했다.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은 그 직책에 있지 않거든 그 정사에 관하여 함부로 참견하지 말라는 뜻이다.

의협은 “기획재정부 장관께서 보건의료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 준 것은 고맙고 당연한 일이나, 의료의 근본적 틀을 바꾸는 제도에 대해서는 보건의료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집중하실 것을 권고한다. 그것이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첩경이다.”고 주장했다.

아래 ‘의료계를 향한 현오석 부총리의 와각지쟁 발언을 개탄한다’는 성명서 전문.

<의료계를 향한 현오석 부총리의 와각지쟁 발언을 개탄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하면서 의료계를 향해 "손바닥만 한 국내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그가 “드넓은 천하를 보지 못한 채 달팽이 뿔이라는 코딱지만 한 땅을 두고 다투는 손바닥만 한 국내 시장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언론은 이것을 경제 수장인 현 부총리가 투자 개방형 의료법인과 원격 진료에 대해 줄기차게 반대한 의료계에 대해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전 세계로 시야를 돌리라고 질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료계 전체를 “드넓은 천하를 보지 못하고 달팽이 뿔 위에서 코딱지만 한 땅을 두고 다투는 소견 좁은 집단”에 비유하는 폄훼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실로 경악스러운 일이다.

의료계가 드넓은 천하로 나가는 것을 정작 막고 있는 당사자는 정부다. 모든 의료기관은 반드시 건강보험공단과 강제계약을 맺어야 하는 제도를 만들어 놓고 원가 이하의 보험수가를 강제함으로써 의료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당사자가 정부가 아닌가. 또한 열악한 대한민국 의료환경을 피해 많은 의사들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됨으로 인해 수년 전 있었던 한-미 FTA 논의과정과 특히 한국-캐나다 FTA 논의과정에서 의사 면허의 상호인정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던 당사자 역시 바로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던가. 심장외과 의사들이 피부 레이저를 하고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지방흡입을 하며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눈코 성형수술을 하는 왜곡된 의료현장에 놓인 의사들이 어찌 드넓은 천하로 탈출하고 싶지 않겠는가.

의사들이 넓은 세계로 나가 돈벌이를 해오기를 정부가 진정 원한다면, 원격의료의 허용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환경과 실력 있는 의사가 맘껏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의사들이 학문적 지식에 의하지 않고 심평원이 마련한 기준에 맞추어 진료해야 하고,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할 전공의들이 PA들에 밀리고 값싼 의사노동자로 전락하고 있으며, 저수가라는 건보공단의 횡포 때문에 교수들조차 의과대학생들의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왜곡된 의료현실의 실제 모습이다. 이런 현실을 방치해 놓은 정부의 고위공직자가, 더구나 잘못된 의료제도의 문제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의료분야의 문외한인 고위 공직자가 지금의 의료왜곡을 더욱 악화시킬 원격의료를 추진하면서 의료계를 "드넓은 천하를 보지 못한 채 코딱지만한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고 있는 집단"으로 폄훼한 것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 묵묵히 진료실을 지켜 온 대한민국 11만 의사 전체의 명예를 폄훼한 것이다.

이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왜 지금의 의료가 관치(官治)의료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모든 정책은 민(民)보다 관(官)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권력자의 교만에서 시작되는 관치(官治)는 후진국의 특성이 아닌가.

대한민국 산업계는 의료계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의료계가 낮은 의료비 지불제도 속에서 국민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온 결과 대한민국 기업들은 경쟁국가에 비해 의료비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묵묵히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온 의사들을 소견 좁은 사람들, 생각이 짧은 집단으로 폄훼한 현오석 부총리의 발언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

현오석 부총리는 원격의료와 관련하여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는 고사성어보다, 있지도 않은 연못 속의 보석을 찾느라 연못의 물을 빼내는 바람에 결국 연못 안의 물고기들이 다 죽었다는 뜻을 가진 지어지앙(池魚之殃)의 경고를 잘 새겨야 할 것이다. 원격의료라는 대한민국 의료환경에 재앙이 될 정책을 섣불리 추진한다면, 많은 동네의원들과 지방의 병원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의사뿐 아니라 달팽이 뿔 위의 코딱지만한 땅에 살고 있는 모든 환자들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논어(論語)에는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이라는 말이 있다. 그 직책에 있지 않거든 그 정사에 관하여 함부로 참견하지 말라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장관께서 보건의료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져 준 것은 고맙고 당연한 일이나, 의료의 근본적 틀을 바꾸는 제도에 대해서는 보건의료의 전문가에게 맡기고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집중하실 것을 권고한다. 그것이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첩경이다.

2013. 11. 11
대한의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