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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하루 100명 진료 가능한가? 비급여 10명이 낫다!

[신년기획 中]전문과 포기하고 비만ㆍ피부ㆍ미용 진료

사례#. 가정의학과 로컬베이스면 닥터 한명이 하루 평균 60~70명 많게는 100명을 진료한다. 그런데 급여만 했을 때 환자 하루에 꼬박꼬박 60명을 진료했을 때 한 달 수익이 1천만원으로 병원유지가 가능하다. 물론 이는 강북이나 기타 지역으로 들어갔을 때 이야기이다. (임대료 비싸면 꿈도 못 꾼다) 하지만 비만으로 타깃팅해서 비급여 진료를 실시하게 되면 환자당 100만원 비만상품 환자에게 시술했을 때 하루에 10개 끊으면 1천만원이다.

그러나 급여환자는 하루에 100명 진료 시 겨우 2천~3천만원이다. 100명은 급여 진료하는 개원가의 맥시멈이다. 요즘 같아서는 거의 불가능 하다. 환자는 적게 보고 수익은 높고. 또 환자도 늘고 있고. 그러니 당연히,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는 것이다.

“어렵다. 개원가는 매우 어렵다. 힘든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의를 취득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수가도 낮으며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 쏠리고 있다. 동네의원이 살길? 한 과목만 진료해선 해법이 없다.”

개원의, 동네의원 원장의 심적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개원가에 전문과목을 포기하는 현상은 이제 흔하디흔한 일이 된지 오래다. 하나만 잘해서 먹고 살아 갈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과연 이같은 고충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눌 수 있을까.



비만ㆍ피부ㆍ미용ㆍ레이저ㆍ통증…안할 수가 없다!

전문과목을 포기한 채 개원한 의원의 공통점이 있다면 ‘비만․피부미용’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개원가에서 이제 일반화된 전문과목 미표기 현상. 그들이 이러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바로 ‘경영 유지’를 위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원의를 대상으로 한 연수강좌에서는 비만․피부․미용․레이저․통증 분야에 대한 최신지견을 강의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연수강좌에서 비만․피부미용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실질적인 도움을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조성문 대한외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저수가와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전체 외과전문의 6천여 명 중 대장항문, 유방 갑상선을 제외하면 개원의 절반 이상이 일반의로 개업 전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해 현실이 어떤 지경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도에서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개원 중인 A원장은 “동네의원은 두루두루 환자를 보지 않으면 폐업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A원장은 “하루에 50~70명은 진료해야만 유지가 가능하다. 그런데 전문과목을 내세운 진료만으로 동네의원에서 하루에 환자를 70명씩 진료하는 것은 불가능한 현실”이라며 “따라서 일반의원을 하면서 내과ㆍ소아과ㆍ정형외과 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과목을 내세우면서 진료실에서 노느니 환자를 진료해야 유지할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비단, 비만이나 피부, 미용 등의 비급여 진료가 아니더라도 소아과, 내과, 정형외과도 등한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소아과, 내과, 정형외과 진료만으로 의원을 꾸려나가기에는 버거운 현실. 이에 비만, 피부와 미용, 레이저 등 소위 비급여 진료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B원장은 “산부인과에서도 비만과 피부에 대한 비급여 진료를 하고 있다. 이럴 경우엔 산부인과라는 과목 표기보다 ‘여성의원’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면서, “전문과목 표기를 포기하고 의원이라고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이런 방법이 오히려 환자보기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전문의 C원장은 “전문과목을 포기하는 것은 경영상의 문제이다. 산부인과는 실제로 매우 어려우 수지를 맞추기가 매우 힘들다. 분만을 하기 위해선 규모도 있어야 되고, 밤낮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산부인과를 운영하기 위해선 간호사가 2명씩 3교대를 해야 한다. 최소한 6명이 필요하다. 다른 과는 두 명이서 할 수 있지만 산부인과는 불가능하다”면서 “케이스별로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다른과에 비해서 비급여가 적다. 가용인력은 더 많이 들어가지만 급여만으론 경영이 가능할 순 없다”고 성토했다.

전문과목 미표기 현상이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모든 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


급여진료 뭘 해도 안되는 구조…환자 창출 나설 수밖에

듣다보니 의사. 가장 머리가 똑똑한 사람으로 누구나 갈 수 없다는 의대에 진학해 전문의가 된 사람들. 힘든 시간을 거쳐 어렵게 취득한 그 자격증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개원들에겐 고민이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A원장은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비만, 피부, 미용 진료가 불가피한 것은 보험 환자만으로는 경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블루ㆍ레드오션을 구분해야만 한다. 만약 기존환자만으로 유지가 된다하더라도 향후 어느쪽으로 가야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다보면 당연히 시장성있는 부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환자 창출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가장 큰 이유로 개원의들은 ‘저수가’를 꼽고 있다. 저수가 문제는 이제 해묵은 논쟁거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A원장은 “전국민의료보험이 시작되면서 정부는 가격을 정해놓고 수가를 책정했다. 요즘은 얼마짜리를 만들어 판매할까를 고민하는 시대”라며 “여러가지를 고려하더라도 진찰료는 2~3만원이 적정하다. 그러나 문제는 환자 수는 의사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수가 책정 시 기회비용을 생각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라에서 정해준 수가는 말 그대로 저수가이다. 두 배 이상은 인상해야 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개원가가 무너진 원인의 경중을 따지자면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역시 한몫 거들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없을 것이다.

진길남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회장은 “비뇨기과라는 영역 안에서 비급여를 개발, 환자를 유치해 경영할 수 있어야지만 현 의료시장에서는 그럴 수 없다”며 “급여 진료는 무엇을 해도 안되게 돼있다. 전달체계 왜곡으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다보니 더욱 어려움이 따르지 않겠는가”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진 회장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사들도 급여 진료는 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진료과목 미표시와 비급여진료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의료 전체적인 문제로 급여 진료에 대한 수가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수가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원전문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최근 산부인과의 경우 대부분의 산모들이 규모 있는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이렇다보니 일반 개원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만들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컨설팅 업체에서는 아예 전문과목 표기 개원을 자제 시킨다. 이런 이유로 성형이나 미용분야를 많이 배운다. 여성병원으로 묶여서 산과 이외에, 여성적인 치료와 수술 등의 진료를 개발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한편, A원장은 비록 경영을 이유로 진료과목을 미표기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을 위한 장치마련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기존 전문과목을 틀을 지켜줄 필요도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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