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현재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의원 2만5612곳 중에서 4222곳으로 의원 6곳 중 한 곳은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이다.
특히 이 같은 전문과목 미표시 의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문의 개설임에도 명칭에 진료과목을 표시하지 않은 의원 중 개설자 전문과목은 가정의학과, 외과,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하철 내방역 근처의 한 의원은 현수막 광고를 통해 지방성형 등을 강조했지만 현수막 아래에 흉부외과 전문의라고 표시했다.
즉, 흉부외과 전문의이지만 일반의원처럼 개원한 뒤 피부과나 성형외과 과목을 중점적으로 진료하겠다는 것.
이외에도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개원 중인 한 개원의는 사실 일반외과를 전공했으며 역시 강남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한 개원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이다.
이처럼 전문의들이 자신들의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일반의원처럼 개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전문과목으로는 개원이 어렵고 또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은 한 개원의는 “응급의학과를 전공했는데 이 전공으로 어떻게 개원을 하느냐?”면서 “어쩔 수 없이 일반의원처럼 개원해 잡다하게 다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심평원이 지난해 발간한 ‘2004년 요양기관 현황’을 보면 방사선종양학과, 응급의학과, 산업의학과, 예방의학과 표시 의원은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지방에서 더욱 심해진다.
경기도 중소도시의 한 개원의는 전문과목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비뇨기과를 전공했다.
그는 “이런 시골에서 비뇨기과의원을 열면 환자를 얼마나 볼 수 있겠느냐?”면서 “어쩔 수 없이 모든 환자들을 다 보기 위해 전문과목 표기를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실에는 장기불황에 따른 개원가의 지속적인 불경기도 한 이유로 자리잡고 있다.
즉, 산부인과나 소아과 등으로 한번 개원했다가 실패하고 재개원 하는 경우 자신들의 전문과목 표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한 병원 내 일자리 공급이 한계에 다다른 것도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과의 경우 배출되는 의사 수에 비해 일자리가 그만큼 공급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개원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개원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들은 어쩔 수 없이 전문과목을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잠 못 자고 배운 소중한 지식을 전문의가 된 후 못 써 먹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럴거면 그냥 일반의로 1차 진료나 하지 뭐 하러 사서 고생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는 “전문의가 되도 일반의와 다를 바가 없다면 수련과정이 왜 필요한 것인가?”라면서 “하루 빨리 수련체계의 혁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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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