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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인고 끝에 딴 전문의, 이젠 버려야 산다?

[신년 기획上]개원가, 생존전략으로 전문과목 포기


#사례- 경기도에서 10년간 산부인과 의원을 운영해 온 최모 원장은 지난달 ○○산부인과의원이라고 표기된 간판을 떼고, ○○여성클리닉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

최모 원장의 간판교체는 단순한 건물 리모델링이 아니다. 그는 의원 간판의 정비를 계기로 산부인과의 고유 영역인 산과 진료를 포기하고 진료과목의 영역을 피부미용, 비만관리, 주름살 제거 및 필러 시술 등의 단순 미용성형으로 확대했다.

동료들이 산부인과의사로서의 정체성의 상징인 산과를 포기하고 수익이 좋다는 비급여진료로 눈길을 돌려도 자신만은 끝까지 지키리라 다짐했지만, 눈덩이 처럼 불어나는 부채를 단순한 진료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사회 문제로까지 야기되고 있는 저출산의 탓도 있었지만 분만을 하는 환자들 중에서는 자신의 의원보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은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점점 늘어갔다. 최모 원장은 이들을 붙잡을 명분도, 산부인과를 지속해 나갈 자신도 없었다.

사례#- 서울 강북에서 가정의학과를 운영하는 김모 원장. 그는 요즘 비만 치료법과 피부미용 술기 익히기에 한창이다. 얼마전부터 도입한 비급여 진료를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김모 원장이 비만과 피부미용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경제적인 이유에서다. 급여진료가 주전문인 가정의학과에서 지금의 의원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하루 평균 60~70명, 많게는 100명의 환자를 돌봐야 하지만 최근들어 지역의 인구가 줄고, 환자가 급감하면서 경영에 큰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비만 혹은 피부미용으로 비급여진료를 시술하게 됐을 시 최대 100만원대 고객을 하루 10명에게만 봐도 60~70명의 급여 환자를 돌보는 것 이상이 경제적 효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게됐다.

너도나도 피부미용 및 비만 등의 비급여진료에 나서 경쟁이 치열하지만, 일단 한번 제대로 입소문을 타면 큰 수익을 올릴수 있다는 기대감에 포기할 수 없다는게 김모 원장의 생각이다.




최근들어 위 최모 원장과, 김모 원장의 사례와 같이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의 전문진료과목을 포기하고 피부진료 및 비만, 미용성형에 나서는 개원가가 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이와 같은 현상이 근래 들어서는 더욱 심화돼, 피부진료, 비만 및 미용 성형은 일차의료기관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서는 누구나 해야 할 공통진료과목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산부인과와 외과, 흉부외과 등 급여진료를 통해서 진료과목의 전문성을 지키기 힘들어진 이들 진료과에서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비뇨기과 및 정신과, 소아과 등등 진료 영역의 구분이 명확했던 이들 진료과에서도 피부, 비만등에 주력하기 시작한 것이 최근 개원가의 추세이다.




실제 이같은 사례는 심평원에서 집계한 전문진료과목 미표기 의원의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심평원이 지난해 6월 집계한 미표시 전문과목 대표자 자격종별 현황에 따르면 전체 4,767개의 의료기관에서 가정의학과와, 외과, 산부인과 등에서 전문과목 미표기 현상이 두드러졌다.

가정의학과의 경우 1,515개의 의원이, 외과의 경우 1,032개의 의원이 전문과목을 표기를 포기하고 일반의원 및 클리닉 등으로 개원 하고 있었다.

산부인과의 경우 가정의학과와 외과에 이어 3번째로 그 수가 많았는데 약 536개의 산부인과의원이 전문진료과목이 아닌 여성질환전문클리닉, 혹은 일반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마취통증의학과 259개, 흉부외과 244개, 비뇨기과 192개, 소청과 171개로 그 뒤를 이었다.

각종 학회의 학술대회와 의사회 등의 연수교육 등에서도 이와 같은 개원가의 흐름에 발맞춰 피부·미용·레이저·통증 분야의 최신지견을 교류하는 프로그램의 삽입이 보편화 됐다.

이들 학회 및 의사회 등에서는 비만 및 미용성형 등의 시술에 관련된 최신의 술기를 더욱더 발빠르게 회원들에 전달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심심치않게 포착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원가의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던 비급여진료 시장도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즉, 전문의와 비전문의의 영역 자체가 혼재되고 서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일부 의원에서는 제살 깎아먹기 식의 가격후려치기와 환자의 안전성은 뒷전에 둔 ‘일단 하고보자’식의 부적절한 시술도 자행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진료영역 파괴 현상을 두고 의료진료체계 전체의 붕괴를 초래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전문과목미표시 및 피부, 미용성형 그리고 비만 진료의 쏠림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 될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개원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보험수가 시스템과 의료의 수요, 공급의 문제상 진료파괴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산부인과의 경우 배출되는 전문의의 수가 타과에 비해 굉장히 많은편이지만 정작 이들의 손길이 필요한 출산은 사회적인 문제가 될 정도로 굉장히 줄었다” 며 우려했다.

덧붙여 “이는 전체적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것으로 해당 전문과목의 급여진료의 활성화를 모색한다고 해도 수가 인상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전문의들의 생존을 위한 비급여 진료로의 전업은 앞으로도 지속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역의사회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의료시스템에서는 전문과목을 내세운 진료과목을 표방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한 일”이라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비급여 진료에 매진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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