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대체조제 법안 통과를 강력히 우려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최근 대체조제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보도를 접하고, 성남시의사회는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이번 법안은 “동일 성분이니 환자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 아래, 약사가 의사가 처방한 약을 다른 제약사의 제품으로 임의 변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진료 현장은 결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첫째, 약은 단순히 분자식이 같다고 동일하지 않다. 같은 조리법이라도 요리사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제약사의 원료, 제조공정, 품질 관리 수준에 따라 약효와 안전성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제네릭 의약품이 품질 문제로 허가사항에서 제외되거나 회수 조치된 사례는 이미 적지 않다.
둘째, 법안은 환자에게 대체조제 사실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고지’가 곧 ‘이해’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환자가 짧은 설명만으로 제약사 차이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 가능성의 차이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경된 약제로 인한 부작용이나 치료 실패의 책임은 결국 의사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환자는 여전히 “의사가 처방한 약”이라고 믿고 복용하기 때문이다.
셋째, 의사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고 처방의 책임을 지며, 실제 치료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환자로부터 피드백을 받는다. 그러나 약사는 대체조제를 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한 의학적 책임이나 후속 관찰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 이는 권한과 책임이 분리된 불균형한 구조로, 환자 안전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의료의 본질은 환자의 신뢰에 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환자의 안전보다 제약시장과 약국 편의를 우선시함으로써 그 신뢰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환자의 몸을 실험대 삼아놓고도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는 현실은 심각한 아이러니이며, 환자와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위험한 결정이다.
성남시의사회는 환자의 안전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이번 대체조제 법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며, 국회와 정부가 다시금 환자의 권익과 의료현장의 현실을 직시해 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