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경영컨설팅

“의료분쟁, 이런 경우 의사에게 불리하다”

이동필 변호사-내과전문의, 설명-진료기록부 중요


이 동 필
의성법률사무소 변호사/내과전문의


의사들과 환자 사이의 신뢰가 옛날 같지 않아 의료와 관련된 분쟁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이에 대한 현명한 대처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사실 의료분쟁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의료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효성 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의 ‘의료분쟁예방의 십계명’이란 글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결국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를 쌓고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기본원칙을 준수하는 외에는 왕도가 없는 것 같다.

의료과실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예견가능성’과 ‘결과방지 가능성’ 두 가지가 있어야 하는데(주1),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면 의료행위의 기본원칙을 준수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하에서 의료분쟁의 해결방안에 앞서 의료분쟁의 예방이라는 주제에 대해 살펴본다.


충분한 사전 설명

환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에 대한 보호 인식이 강화되고, 의료행위상의 과실입증이 어려운 경우 손해의 공평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일정 범위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면서 그 근거로써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설명은 환자와의 라포(Rapport)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의료가 복잡 다양해짐에 따라 환자에 대한 설명이 형식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필자의 사무실에 의뢰하는 환자보호자들을 면담하면 할수록 느껴지게 된다.

의사는 나름대로 충실히 설명을 했다고 생각하나, 반면 환자들로서는 어려운 의학용어를 이해하기 어렵고 의학적 기초지식 없이 설명을 듣다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에서 ‘제대로 설명을 못 들었다’로 발전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의사로서도 자신의 기준이 아닌, 의료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일반인을 상대로 쉽게 이해되도록 설명을 하는 요령을 습득하는 것과 환자와의 대화기법에 많은 배려를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설명의 주체는 당연히 의사여야 한다. 그런데 직접 시술행위를 하지 않는 동료 의사나 인턴선생이 설명을 해도 괜찮을까? 대법원은 직접 시술행위를 하지 않는 다른 의사에 의한 설명 역시 무방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실제 병원에서는 종종 간호사가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무방할까? 아직 이에 대한 판례는 찾지 못하였는데, 대부분의 법학자들은 이를 부정하고 있으므로 의사가 직접 설명을 하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설명을 누구에게 해야 할까? 당연히 의료행위를 시술 받는 환자 자신에게 해야 함이 원칙이다. 대법원 판례 중 시숙에게 동의를 받은 사안에서 ‘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인척에 불과한 시숙의 승낙으로써 환자의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특히 환자가 미성년자(주2)이고 미성년자에 대해 비교적 침습성이 높은 수술 등을 시행할 경우에는 친권자인 부모에게도 설명하고 동의를 받을 필요가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특히 노인에서 암이 진단된 것과 같은 중한 질병이 발생한 경우 그 자녀들이 환자 본인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러한 경우 그렇다면 직접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무방할까?
이에 대한 정답은 없으나, 최대한 환자 본인에게 설명을 하고, 환자 스스로 치료여부를 결정하고 환자의 여생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음을 환자 보호자에게 설득해 보고, 환자 보호자들이 끝까지 환자 본인에 대한 설명을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면, 그러한 요구를 한 환자 보호자 자신으로부터 ‘보호자 000의 요구에 의해 환자 본인에게 질병과 치료 등 일체의 설명을 하지 못하였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자필로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또한 그러한 보호자는 인척과 같은 먼 친척이 아니라 환자의 직계 자녀, 환자의 배우자, 환자의 직계 부모와 같은 1순위, 2순위 상속권자들이 되어야 안전할 것으로 생각된다.

설명은 어느 정도까지 자세히 해야 할까?
환자에 대한 설명은 결국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므로 설명의 정도 역시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을 해야 하고,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설명의 대상이 된다”고 대법원은 판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숙고기간’을 두어야 하므로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후설명은 허용되지 않으며, 침습성이 큰 시술을 할 경우에는 적어도 2~3일 전에 설명을 하여 환자로 하여금 충분히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배려해야 한다.


진료기록부 작성의 중요성


진료기록부는 의료분쟁 발생 시 진상규명과 의사의 진료가 정당하였음을 증명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인 만큼 자세하고 꼼꼼한 기록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의료보험수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여 하루에 적어도 40~50명 이상 진료를 해야 병원의 현상유지가 가능한 현실 하에서 환자마다 일일이 상세한 진료기록을 남기기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상세한 진료기록’을 남기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홀히 한 진료기록 때문에 수천만원 내지 수억원의 손해배상을 지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특히 청진, 촉진 등의 이학적 검사, 신경학적 검사를 하고서도 아무런 이상 소견이 없자 이를 기재하지 아니한 경우 의료분쟁이 발생한다면 그 의사는 제대로 된 진찰조차 하지 아니한 의사로 오인 받을 수 있다.

뇌수막염이 의심되는 소아 환자에 경부강직 검사를 실시하여 아무런 이상이 없어 이를 기재하지 아니하였는데, 그 소아가 결국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사건에서도 경부강직 검사여부를 진료기록부에 남겨놓지 않아 의사에게 불리한 상황에 처해진 사례가 있다.

반대로 모 대학병원의 소송사례에서는 담당 레지던트 여선생이 소아 환자의 상황에 대해 정말 꼼꼼하고 자세히 기록했으며, 환자보호자에게 매일 설명한 사실도 빠짐없이 기재해 두어 법원으로부터 병원 측이 아무런 과실이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받은 사례도 있다. 환자를 진찰한 소견 모두를 꼼꼼히 기재하고, 회진을 하더라도 환자가 호소한 내용, 이에 대하여 의사가 처치한 내용, 검사를 실시한 내용, 환자 보호자에게 설명한 내용 등을 상세히 기재해 두면 만약의 의료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의료인에게 훨씬 유리하게 된다.

한편, 진료기록의 작성, 수정, 보관은 의료인에게 독점되어 있고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은 진료기록에 접근할 기회가 없으므로 진료기록을 변조한 경우 법원은 의료인에게 매우 불리하게 판단을 하고 있다.

디스크 수술 후 MRSA 감염이 발생하여 Cauda Equina에 손상을 입은 사건에서 병원 측이 진료기록을 분실하였다고 하면서 원본제출을 하지 아니하자, 법원은 입증방해이론을 적용하여 의사의 과실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례가 있으며, 대법원 역시 “의사 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변조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당사자 간의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여 의사 측에게 불리한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진료기록을 기재하던 중 잘못 기재하여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수정액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두 줄로 그어 오류사실을 표시하고 그 다음에 연이어 진료기록을 작성함으로써 사후에 조작되었다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철저한 사전 준비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의료인의 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예견가능성’과 ‘예견 가능한 악결과에 대한 예방, 방지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만일 악결과를 예견 가능함에도 이에 대한 사전 준비를 소홀히 하였다면 의료인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내원 1주일 전에 관상동맥협착증에 대한 스텐트 삽입술을 시술받은 환자라면 당연히 항 혈소판제를 복용하고 있을 것이며, 따라서 출혈을 일으킬 수 있는 시술을 함에 과다출혈에 의한 악결과를 누구든지 충분히 예견 가능할 것임에도 담당 주치의가 환자의 항 혈소판제 복용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BT, CT와 같은 지혈 장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전 검사도 실시하지 아니한 채 간 생검을 실시함으로써 결국 40대 중반의 환자가 과다출혈로 사망하여 손해배상책임은 물론 담당의사가 형사처벌까지 받았던 실제 사례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수면내시경을 시술하는 의사라면 환자가 수면유도제에 의해 호흡정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예견 가능하므로, 이에 대하여 사전에 응급 기관삽관을 할 수 있는 장비, 산소공급기,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을 구비하여 시술을 한다면 막상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의사에게 책임이 돌아갈 가능성은 낮아지게 될 것이다.


꼼꼼한 진찰, 검사결과 판단, 병변 관찰, 추적관찰을 통한 오진 최소화


의사가 오진을 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의사의 책임이 인정되지는 않는다.(주3) 그런데 의사가 문진, 시진, 촉진, 청진 등의 이학적 검사를 꼼꼼하게 시행하였더라면 특정 질병을 의심할 수 있었고, 추정이 가능하였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오진을 하게 되었다면 당연히 책임이 인정될 것이다.

예를 들어 40대 이상의 환자가 수개월 동안 점차 심해지는 변비를 호소하였다면 대변 잠혈검사를 통하여 대장암의 가능성 여부에 대하여 판단을 해야 할 것이고, 치질을 진단, 치료하기 위해 S결장경 검사를 실시하였음에도 이미 존재하는 직장암이나 결장암에 대해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그 환자가 불과 몇 개월 후에 4기의 직장암 또는 S결장암으로 진단되었다면 과실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다.
혈액검사 기타 여러 검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에 이미 이상소견이 충분히 나타났음에도 의사가 그 검사결과를 제대로 챙겨보지 않아 환자로 하여금 적기에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시킨 사례들도 종종 있다.


적절한 사후 조치


거의 대부분의 의료행위는 인체에 대한 침습을 전제로 하므로 의료인의 과실이 있든, 아무런 과실이 없든 악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의료인의 과실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악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사후조치를 취했느냐 여부가 의료인의 법적 책임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특히 시술과정에서 의료인이 실수를 범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솔직하게 기록에 남겨둘 의료인은 드물 것이며,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직접 시술과정에 참여하여 관찰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결국 시술 후 합병증에 대한 올바른 처치여부가 실제 분쟁사례에서도 많이 다투어진다.

예를 들어 역행성담췌관조영술(ERCP)을 시술할 경우 의사에게 아무런 과실이 없더라도 급성췌장염이 발생될 수 있다. 급성췌장염의 경우 치료는 금식, 전해질 균형, 수분공급, 배출 균형이 가장 중요한데, ERCP 시술 후 급성췌장염이 발생되었음에도 수분 공급, 배출을 체크하지 않고 12시간 동안 단 1리터의 포도당만 공급하다 사망한 사례에서 1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ERCP를 통하여 Ampulla of Vater 괄약근 절개술을 실시하였는데, 당시 의료진은 Ampulla of Vater 근처에 십이지장게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십이지장천공이 발생될 수 있음을 예견하여 환자에게 복통발생 여부를 계속 점검하였고, 복통이 발생하자 매시간 복부 X-선 검사를 실시하고, 복부 CT까지 실시하여 십이지장 천공을 진단하고, 즉시 응급수술을 시행한 사례에서는 의료인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결론

의료는 과거 의사의 시혜적 조치로 인식되었으나, 현재 서비스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고 국민의 권리의식이 향상됨에 따라 의료인의 사소한 실수도 절대 용납하지 않아 의료 관련 분쟁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의료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환자와의 라포(Rapport)형성이 매우 중요하며 충실한 사전 설명과 진료과정에서의 원칙을 그대로 준수하는 것 외에는 왕도가 없는 것 같다.


-주-
1) 안검하수 수술을 시행한 후 시신경염이 발생한 사안
에서 안검하수 수술로써 시신경염이 발생되는 것은 현대 의학으로서도 예견하기 어려운 결과이므로 의사의 책임을 부인한 사례가 있고, 항생제나 소염진통제를 투여한 경우 스티븐슨-존슨 증후군(Stevenson-Johnson syndrome)이 발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예견이 가능하나, 이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투약으로 인해 스티븐슨-존슨 증후군(Stevenson-Johnson syndrome)이 발병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인에게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2) 현행 민법상 만 20세 미만이 미성년자이다.
3) 대법원 1999. 6. 11. 선고 98다33062 판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