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농어촌 병의원에는 도시보다 월급을 더 많이 준다고 해도 안옵니다. 때문에 공중보건의라도 지원받지 못하면 병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어요”
의료진 부족 등의 이유로 지난 해 문을 닫은 충북 괴산의 괴산의원 관계자는 시골의 의료 현실을 이렇게 전했다. 이 의원은 원래 공중보건의(공보의)가 있었으나 응급의료센터 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하면서 공보의를 배정받지 못해 결국 폐업하고 말았다.
전국의 벽지 병원 및 보건소, 복지시설, 보건단체의 공보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의료시설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공보의 수가 갈수록 줄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공보의들에게 의료 지원을 사실상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골 주민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커졌다.
29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충북도는 공보의가 2005년 350명이었으나 올해는 319명, 강원도는 지난 해 422명에서 392명, 전남도는 729명에서 710명으로 감소하는 등 전국적으로 전년 대비 10% 정도 공보의가 줄었다.
충북도는 올해 13개 보건소, 93개 보건지소에 공보의 178명을 배치했으나 치과, 한방 공보의는 턱없이 부족해 3∼4개 읍면에 1명씩 배치했다. 복지시설 음성 꽃동네는 6명 모두 공보의가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주의료원의 경우 의사 16명 중 6명이 공보의일 정도로 이들에 대한 의존이 심각하다.
공보의가 줄면서 국공립 병원과 보건소는 물론 개인 의료기관의 운영도 부실해지고 있다. 진료를 담당할 의료진 자체가 부족하면서 휴폐업을 하는 병의원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도 병원 한 관계자는 “보건소에 근무해야 할 공보의도 모자라는 판에 병원에까지 지원하겠느냐”며 “공보의가 없으면 정상 진료에 차질을 빚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공보의가 줄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의과대학의 여학생 비율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충북대 의대 졸업생의 여학생 비율은 2003년 52명 중 19명(36%), 2004년 46명 중 11명(31%), 2005년 57명 중 22명(38%), 2006년 55명 중 16명(29%), 2007년 58명 중 21명(36%)으로 평균 30%이상이다.
문제는 공보의 수급이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신설로 군 제대후 진학하는 남학생이 늘기 때문. 공보의 복무기간(36개월)이 현역(24개월)보다 길기 때문에 병역의무를 마치고 진학하는 사례가 는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이같은 실정을 감안,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쉽게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0월 말 현재 4761명인 공보의가 2020년쯤이면 지금의 절반을 밑도는 186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보의 수급 차질을 막기위해 재학시 장학금 지원, 복무기간 단축 등 여러 방안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국방부 교육부 등과 협의 등 산적한 문제가 많아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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