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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기획2]부산의대와 한전원…성패는?

부산대 “한전원은 양날의 검…가능성 충분하다”

속사정이야 어쨌든 대외적으로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던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한 부산대학교는 애써 의료계의 비난을 무시한 채 2008년 한전원 개교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산의대는 의료계 왕따?
 
한전원 유치를 위한 찬반투표에서 부산의대는 경쟁한 국립의대들보다 높은 70%의 찬성률을 보여 ‘공공의 적’이 됐다.
 
부산대측은 대학내 비판여론을 충분히 고려, 찬반 투표를 실시 하기 전 부산의대교수들을 대상으로 한전원 유치 발표회를 가진 뒤 의대 교수들에게 열흘 정도 결정할 시간을 줬다.
 
투표 결과, 70%라는 높은 찬성률이 나왔고, 이 같은 높은 지지율은 경쟁의대 중 한 곳은 의대교수들의 거부로 투표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대비돼 더욱더 극적인 비난의 근거로 작용했다.
 
실제로 한전원 유치 경쟁에 참여했던 의대교수 출신 A 대학 총장은 유치에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 가해질 동료들의 비난이 두려워 의대 동창회를 나오지 않는 등 한전원과 관계된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원죄가 되는 분위기였다.
 
유치 당시 활동했던 부산의대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까지도 욕을 많이 먹고 있다”며 “아마도 그 누구보다 오래 살 것”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다. 
 
심지어 대부분 부산의대 출신의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부산시의사회마저 ‘한전원 설립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 부산의대 교수들의 입장은 사면초가에 몰리는 듯 했다.
 
부산의대 고위 관계자는 “실제로 한전원 유치 경쟁을 벌이면서 지역감정이 안 좋아 진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대외적인 비난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불화도 적지 않았다.
 
비록 70%가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후에도 ‘총장의 압력에 눌렸다’, ‘투표 기회를 더 달라’는 비판이 존재했다. 
 
이에 부산대 한전원 설립 추진단 고위 관계자는 “교수들에게 압박을 한다고 해서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투표 기회를 더 달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타 대학의 경우 투표 자체가 이뤄지지 않거나 통과가 되지 않아 여러 번 한 것일 뿐”이라며 “높은 찬성률로 통과가 된 이상 더 이상의 투표가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서울의대의 한전원 고사, 반면교사 됐다”
 
부산대의 적극적인 유치활동에는 서울의대의 고사가 반면교사가 됐다는 의견이다.
 
유치활동 당시 주요 보직을 맡았던 부산의대 교수는 “정부로부터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할 당시 국립 서울의대는 끝까지 버텼지만, 결국 의전원으로 전환됐다”며 그 때 ‘정부가 시행한다면 결국은 시행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후 “지방국립대들은 이미 수립된 정부 정책이라면 반대하고 버티기 보다는 그 정책을 기회로 삼는 등 더 능동적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전원 역시, 당초 서울대에 유치가 권고 됐으나 서울대가 이를 고사해 지방 국립대로 기회가 넘어온 만큼 잡을 수 있으면 잡아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것.
 
그는 “정부가 한전원 유치 계획을 발표한 순간 이미 활시위는 떠났다”며 “무조건 반대한다고 해서 정책이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 곳에 한전원이 유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부산대가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유치배경을 설명했다.    
  
찬성률 70% …‘명분과 실리’ 동시에 잡는다
 
한전원 유치를 위한 70%의 찬성에는 부산의대 발전을 위한 부산의대 교수들의 절박한 고민이 담겨있다.  
 
‘한의학의 과학화 시도’라는 명분과 함께 더 이상 때를 놓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대 관계자는 유치 당시 “학교발전을 위해 전략적인 R&D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전원을 통해 양한방 협진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됐다”고 술회했다.
 
실제로 부산대병원이 있는 부산의대 아미동 캠퍼스는 사정이 열악한 편이다.  
 
부산의대 모 교수는 “비슷한 지방국립의대인 전남의대나 경북의대가 해방 전후부터 국가의 강력한 정책에 따라 발전해 왔다면 부산의대는 한참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투자 규모나, 설립역사에 비춰본다면 부산의대는 그래도 선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지금은 많이 낙후됐지만, 아미동 캠퍼스 역시 당시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한 종합병원이라는 점에서 센세이션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제2양산캠퍼스가 건립되고 있지만 애초 계획대로라면 평수에 비해 이전 시설은 부산대병원, 간호대학, 약학대학 등 불과 3개 정도에 불과해 확장이전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었다.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 집중 투자가 가능해 지는데, 그에 입각해 한전원 유치는 필수적이었다”고 말한다.
 
한전원 유치가 성사될 경우, 병원, 약대, 간호대 외에 치과대학, 한전원, 어린이병원 등 대대적인 제반 의료 시설들에 대한 투자 유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의대교수들은 장기적인 부산의대 발전을 위해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한전원 유치로 인해 부산대 제2양산캠퍼스에 기존 이전 시설들은 물론 대규모 의료기관들이 추가 유치됐으며, 이같이 확장된 규모는 양산시의 동남권의료허브를 위한 ‘메디컬폴리스(Medicalpolis) 프로젝트’ 등과 맞물려 커다란 잠재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실리와 더불어 부산대측은 “전체 의료계의 감정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의학의 표준화 및 과학화를 이뤄야 한다는 동기 역시 한전원 유치의 강력한 배경”임을 밝혔다. 
 
부산대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의학을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다”며 “한의학의 과학화를 시도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시도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부산대 한전원 설립추진단 관계자 역시 “한의학의 세계화를 이뤄야 한다”며 그 예로 중의학 보급을 들었다.
 
그는 한전원 설립과 관련해 중국 및 대만대학을 방문해 본 결과, 수준 차를 좁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계가 시각이 너무 치중돼 있어 ‘전체를 안보는 것 같다’며 내 입장에서만 보면 상대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무엇보다 의료일원화를 떠나 국민의 눈으로 보면 상호인정이 된다고 강조하며,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다가 이제 기회가 주어진 것이며 이를 적극 활용해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부산의대의 모험…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는 한전원 유치와 관련, “명분보다 실리가 더 크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서울대와 비교했을 때 지방국립의대의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이것이 현실”이라고 성토했다.
 
무엇보다 그는 “성공을 예단하거나 실패를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유치 당시 국립대에 한전원까지 설립되면 한의학에 흡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엄밀히 말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미래는 모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성공여부를 놓고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며 마음 한 켠에 모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다만 “우려가 된다고 해서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비록 이번 시도가 실패해 한전원이 12번째 한의과대학이 된다 할 지라도 시도할 기회가 왔을 때 해 봐야 한다”고 이번 시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며, 본래 설립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부산의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통해 엿본 부산의대가 갖고 있는 불안과 희망은 다음과 같다.
 
“지금 부산의대 교수들은 마치 조개들이 입을 꽉 다문 상태와 같다. 아마도 죽기 직전까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향후 한전원 설립이 완료되고 본격적인 양한방협연이 시작돼 그 성과가 가시화 되면 조개들의 출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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