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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환자 투병·권익 증진 ‘환자기본법안’ 발의 환영

2024년 12월 3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환자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2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서명한 「환자기본법안」은 환자를 보건의료의 주체로 세워 환자의 투병 및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것으로 환자중심의 보건의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2024년 2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과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초유의 의료대란에 빠져들면서 환자중심의 보건의료환경 구축 논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절실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환자기본법안」 발의는 지난 10개월 동안 환자와 국민이 겪어온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입법적 메시지로 읽힌다는 점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환영과 지지의 뜻을 표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본인 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암·희귀난치질환 등의 중증질환 또는 고혈압·당뇨 등의 만성질환으로 투병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누구나 환자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앞으로 노인 환자가 더욱 급격히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데다, 메르스·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 보건의료인 집단행동으로 인한 장기간의 의료공백 등 예측불가의 보건의료 위기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 등 보건의료 관련 법체계에서 환자는 여전히 보건의료의 주체가 아니라 진료의 객체 또는 보건의료행위의 수혜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보건의료기본법이나 의료법 시행규칙에서 환자의 권리를 일부 규정하고 있으나, 이들 시행규칙은 치료받을 권리, 알권리 및 자기결정권,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 상담·조정을 신청할 권리만을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제정된 「환자안전법」 역시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필요한 사항을 주로 규정하고 있어 환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가 안정적으로 투병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률에 환자의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고, 환자와 환자단체가 환자 투병 및 권익 증진을 위한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환자기본법안」 발의는 큰 의미를 지닌다. 

「환자기본법안」의 주요 내용에는 ⑴환자와 환자단체의 정의, ⑵환자의 권리와 의무, ⑶환자의 날 지정, ⑷환자정책 기본계획 수립·시행, ⑸환자정책 실태조사 실시 및 결과 공표, ⑹환자정책영향평가 수립·시행, ⑺환자정책 연구사업 수행, ⑻환자의 건강 보호·투병 및 권익 증진에 관한 기본적인 정책을 종합·조정하고 심의·의결하기 위한 환자정책위원회 설치, ⑼환자정책 결정 과정에 환자 또는 환자단체의 참여 및 의견청취 보장, ⑽환자단체의 업무, ⑾환자의 건강 보호·투병 및 권익 증진과 관련 지원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한 환자통합지원센터 설치·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환자중심의 보건의료환경 조성의 핵심인 환자참여에 있어서도 환자단체는 현재 열악한 지위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환자단체 정의를 규정한 법률이 없어서 환자의 투병 및 권익을 증진하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법정위원회에 환자단체 몫으로는 참여할 방법이 없다. 

이에 반해 비영리민간단체와 소비자단체는 각각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과 「소비자기본법」에 정의 규정이 있어서 이에 근거에 법정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 환자기본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면 그때부터는 환자기본법에 의한 환자단체로 법정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청소년, 청년, 시민단체, 소비자 등의 영역에서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청소년기본법, 청년기본법,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소비자기본법 등 일반법 성격의 법률이 존재하고, 이에 근거해 실태조사, 연구사업, 종합계획·시행계획 수립·추진, 법정위원회 참여, 정책관 지정, 법정기념일 지정, 복지관·지원센터 운영, 예산 지원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환자 영역에서도 환자의 투병 및 권익 증진을 위한 일반법 성격의 법률 제정이 절실하며, 이번에 발의된 「환자기본법안」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나라 환자들은 질환별로 조직된 자조모임 성격의 환자단체·환우회 외에는 투병 지원을 받을 길이 없었으며, 환자단체·환우회마다 제반 여건과 역량이 달라 투병 지원 이상의 환자 권익을 보장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온라인 카페 형태의 환자모임이 수백 개씩 있어도, 대부분 투병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어 환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질환별 환자단체들과 보건소, 동사무소, 복지관, 직업훈련소 등이 유기적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원스톱으로 환자의 투병을 지원하는 ‘환자통합지원센터’가 설립된다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맞춤형 투병 정보, 사회복지 정보, 정서적 지지, 사회복귀 정보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환자단체연합은 이번 「환자기본법안」이 환자가 진료의 객체나 보건의료행위의 수혜대상이 아닌 보건의료의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환자중심의 보건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밑바탕이 되어주기를 희망한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예기치 못한 재해와 끊이지 않는 사회적 참사, 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오늘날, 우리는 누구든, 언제든 환자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모든 사람과 앞으로 태어날 모든 아이을 위해, 그리고 점점 더 고령화하는 우리 사회를 위해, 우리는 누가, 언제, 어떻게 환자가 되든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안전한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투병하며 삶의 의지를 다지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남인순 의원을 비롯해 22명의 의원의 「환자기본법안」 발의를 다시 한번 환영하며, 환자단체연합은 「환자기본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을 것을 약속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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