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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전공의 집단행동發 응급·중증환자 피해 재발 방지해라

우리 환자단체는 작금의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적시에 최선의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 응급·중증환자가 수련병원에서 불편을 넘어 피해와 불안을 겪는 상황을 목도하며, 앞으로 수련병원에서 치료받을 응급·중증환자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동일·유사한 피해와 불안을 겪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며 정부에 요구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4년 2월 6일 2025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해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확대하고,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로 확충하는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대한의사협회 및 지역의사회는 항의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전공의는 개별적·집단적 사직서 제출 방식의 집단행동을 하고 있으며, 의과대학 의대생은 집단 휴학의 방법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아젠다는 의사와 전공의·의대생 모두 중요한 이해당사자이므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대한민국에서 정부의 의사 인력 확충 정책 추진을 다양한 방법으로 반대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 2월 20일 오전 6시부터 소위 서울지역 Big5 대형병원으로 불리는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전공의 대부분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함에 따라 치료에 있어서 의료공백 발생으로 환자 불편을 넘어 심각한 피해를 당할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서 제출이 이후 더욱 늘어 2월 23일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80.5%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72.3%인 9006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응급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한 ‘응급환자’와 적시에 최선의 수술이나 항암치료·방사선치료·장기이식이나 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에게는 전공의 집단행동 장기화로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해당 환자와 환자가족의 심리적 불안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는 지난 2월 19일 전공의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의료공백 방지를 위한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를 발표했지만, 이미 입원·외래 진료나 수술 연기 통보를 받았거나 연기 예고 안내를 받은 중증환자의 심리적 불안감과 절망감,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환자가족의 당혹감과 분노는 상상 이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9개 환자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서는 지난 2월 20일 응급·중증환자가 전공의의 집단행동으로 생명에 위험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를 해줄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그 후로도 열흘째 계속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응급·중증환자의 의료공백 사태는 더욱 악화했고, 곧 의료대란 발생에 따른 심각한 환자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전공의는 사직 방식의 집단행동을 이제는 멈추고, 응급·중증환자에게 돌아와 이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피해, 불안부터 멈추게 해야 한다.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인력이 빠짐으로써 발생한 의료공백이 의료대란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교수와 전문의, 간호사 등이 간신히 버티고 있다. 

하지만, 집단행동 열흘째인 오늘부터 업무 과중과 과로로 그 버팀목마저 무너져내릴 것이라고 의료전문가는 예견하고 있다. 

적시에 최선의 치료를 받는 것이 완치나 생명 연장을 위해 중요한 중증환자는 질병의 고통과 죽음의 불안과 싸우는 것만으로 벅차다. 

이런 중증환자에게 수술이나 항암치료·방사선치료·장기이식이나 조혈모세포이식 등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사직하고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돌아와 생명과 직결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중증환자 곁을 지키는 것에 그 어떤 이유나 조건을 붙여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전공의의 어떠한 주장도 국민과 환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전 세계 어떤 나라의 어떤 의사가 정부의 정책 추진을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하면서 응급·중증환자 곁을 떠나 생명에 심각한 피해와 불안을 주고 있는지 대한민국 전공의에게 묻고 싶다.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 의사이고, 대한민국 주권자인 국민이 의료법을 통해 의료행위는 의사만 할 수 있도록 절대적 권한을 주었다. 

그런데 이러한 의사의 권한을 남용해 중증환자와 응급환자에게 치료상 불편을 넘어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까지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변명이 될 수 없다. 

전공의는 지난 2020년 집단행동 때에도 응급·중증환자 곁을 떠나서 사회적으로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는데, 이번에도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우리 환자단체는 작금의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적시에 최선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응급·중증환자가 수련병원에서 불편을 넘어 피해와 불안까지 겪는 상황을 목도하며, 앞으로 수련병원에서 치료받을 응급·중증환자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동일·유사한 피해와 불안을 겪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는 진정서를 2024년 2월 29일 오늘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다.

첫째, 정부는 수련병원이라도 전문의 중심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서비스 제공체계로 개선하고, 전공의는 전문의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전공의’는 면허를 소지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사 신분’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받는 ‘학생 신분’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가 없으면 수련병원 운영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응급·중증환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과 이번 2024년 두 번의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발생한 수련병원에서의 의료공백과 혼란은 수련병원이라도 수련 중인 전공의가 아닌 숙련된 전문의가 중심이 되어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로 신속히 개혁돼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 

전공의 수련환경도 환자 치료보다는 전문의 수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둘째,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 발생 시 의료현장에서 실제 활동하고 있는 ‘진료지원인력’이 법제화를 통해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6월 29일부터 ‘진료지원인력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고, 여기서 진료지원인력의 법제화·양성화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진료지원인력’(일명, PA: Physician Assistant)이란 의사의 지도·감독 하에 보건의료인력이 팀을 이루어 의사의 의료행위나 진료의 보조와 같은 의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법적 근거 없이 음성적으로 운영되어 불법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진료지원인력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약 1~2만명이 의료현장에서 의사의 의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진료지원인력은 ▲미흡한 병원 내 관리·운영체계 ▲부실한 교육체계 ▲불명확한 업무 범위로 인한 형사처벌 위험과 법적 보호장치 부재 등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 관점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는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추진을 통해 법제화 또는 양성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의사협회 등 의료계의 반대로 아직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현장에 실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진료지원인력이 1~2만명이나 되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영국·캐나다·독일 등 해외 일부 국가처럼 법적 근거를 만들어 별도의 의료인 직역으로 신설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진료지원인력이 법제화되어 전공의 집단행동 등 의료공백 발생 시 의료현장에서 실제 활동하고 있는 진료지원인력이 보완적 역할을 함으로써 응급·중증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 등으로 의료대란 발생 시 수련병원의 외래 진료와 경증환자 진료를 제한하고 중증환자와 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법제화해야 한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환자 피해 발생이 예상되자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수련병원에서는 여전히 외래진료와 경증질환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중증환자와 응급환자의 치료가 연기되거나 거부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 등으로 의료대란 발생 시 수련병원에서 외래 진료와 경증환자 진료를 제한하고 중증환자와 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비상진료체계 운영을 법제화해 중증환자와 응급환자의 치료가 지연되거나 거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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