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오피니언

[기고] 정부는 확고한 ‘필수의료 재정 투입과 인력 확충’ 의지 보여야

최근 응급의료가 화두(火斗)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한 응급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사망한 대구 추락 10대 청소년 사망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응급의료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대구 추락 10대 청소년 사망사건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뜨거워지자 보건복지부는 대구시와 공동조사단을 꾸려 환자의 이송 단계부터 사망 시까지 ▲119구급대의 응급의료기관 선정 ▲병원별 환자 수용 거부 사유 ▲전원 과정 등에서 부적절한 대응이나 법령 위반이 없었는지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신속히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정비하도록 정부에 요구까지 했다.

대구 추락 10대 청소년 사망사건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목격되는 응급의료 현실이다. 지난 3월 19일 오후 2시 15분경 대구에서 17세 청소년이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했다. 목격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발목과 머리 등을 심하게 다친 청소년을 구급차에 태우고 약 2시간 동안 치료해줄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권역외상센터를 포함해 7개 병원 모두 병상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구급차에 실려 2시간 동안 7개 병원을 표류한 여학생은 결국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오후 4시 54분경 사망했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들이 치료받을 병원을 찾아 떠돌다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현장을 취재한 한 언론에서는 지난 3월 27일부터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구급차 뺑뺑이’나 ‘응급실 표류’와 같은 응급의료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상징적인 상황을 환자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119구급대, 의료진 각각의 관점에서 시청각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정확한 문제의 인식과 해법의 방향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응급환자는 골든타임 내 치료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하면 대부분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응급환자 발생 신고가 들어와 119구급차가 신속히 출동해 이송을 시작하더라도 치료할 응급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표류하다가 사망한다면 이보다 안타깝고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응급의료 관련해서는 피해를 입은 환자나 유족은 거의 말이 없다. 왜냐하면 환자는 이미 죽어서 말이 없고, 유족은 응급이라는 방탄 수식어와 의료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門外漢)이기 때문에 말이 없다. 

환자단체연합회는 현행 응급의료체계 개선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정부에 제안한다. 

첫째, 119구급대가 응급환자를 이송할 최선의 첫 번째 응급의료기관을 신속히 선정하기 위해 구축된 응급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구급대원이 한국형 병원 전(前) 중증도 분류(Pre-KTAS)에 따라 이송병원을 선정하는 시범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지만 응급환자의 중증도를 정확하게 평가해 이송하기 힘든 현실적·제도적 문제가 있다. 

응급의료기관의 인력·병상·장비 등에 관한 정보도 실시간으로 제공되지 않아 중증 응급환자의 경우 구급대원이 일일이 개별 응급의료기관에 전화해서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응급의료기관의 과밀화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야간·심야·주말에 발생하는 경증 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가지 않아도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전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경증 응급환자가 의료비도 비싸고 중증 응급환자로 인해 대기기간도 길 수 밖에 없는 권역응급의료기관 이용을 선호할 리 없다. 

셋째, 응급실은 도착순서가 아니라 중증도 순서에 따라 치료받는다는 대국민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지하철 객석에 경로 우대석이나 임산부 배려석을 별도로 마련해 놓으면 대부분의 일반 승객은 이 자리를 이용하지 않는 것처럼 응급실 이용에 관한 중·장기적인 인식 개선 대국민 캠페인과 응급실 내부에 이용 안내 관련 공공 디자인 적용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넷째, 응급의료는 언제 응급환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불예측성과 응급의료과 이외 배후에 여러 진료과와 결합해야 최선의 치료가 가능한 상호협동성 그리고 이태원 참사처럼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한꺼번에 많은 응급환자가 몰릴 수 있는 단기혼잡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으므로 대기하는 의료 인력이나 병상에 대한 재정 투입에 정부는 인색하면 안 된다. 

다섯째, 응급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의사 인력의 부족이다. 특히,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일할 응급의료 관련해 여러 필수 진료과 의사인력의 확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여섯째, 응급의료 관련해 5년간 추진되는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벌써 4차가 진행 중이고, 2016년 응급 환아 김민건 군 13개 병원 전원 거부 사망사건, 2019년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과로사사건, 2019년 응급 환아 김동희 군 권역응급의료기관 수용 거부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각각 협의체까지 구성해 응급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런데도 이러한 응급환자 구급차 뺑뺑이와 응급실 표류 현상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 부족 때문이다. 

이제는 응급의료체계 개선 대책 마련보다 필수의료 관련 재정 투입과 의사 인력 확충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추진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약속이기도 하다.

*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