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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파브리병 치료의 기본적·절대적 수단, 효소대체요법” (Ⅰ)

부에노스아이레스 신경화학연구소 산하 신경대사질환연구재단 환 마누엘 폴리테이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



희귀병이 어려운 점은 이름 그대로 ‘희귀’해서만은 아니다. 유전질환의 비중이 적지 않은 데에다, 진단 자체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파브리병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증상으로 인해 의료진이 진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유전질환인 만큼 가족 단위의 검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인식’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가족 스크리닝조차 쉽지 않다.

한편 치료의 측면에서는 ‘파브라자임’으로 대표되는 효소대체요법이 기본적인 치료로 자리잡았다. 특히 환자의 예후 개선은 물론 추적 검사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브리병 석학인 환 마누엘 폴리테이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그루 교수는 최근 메디포뉴스를 만나 파브리병 치료를 목표로 조기진단을 위해 나아갈 길과 ‘효소대체요법’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환 마누엘 폴리테이 교수(이하 폴리테이 교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신경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신경 및 대사 관련 질환과 유전성, 퇴행성 질환들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으며, 여러 전문 센터 및 대학교와 함께 다양한 콜라보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파브리병에 대한 신규 치료제 관련 연구도 진행했다.

[홍그루 교수]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심장내과 분야 중에서도 심장 영상, 심근병증, 심장 판막증 등의 질환을 주로 다루고 있다. 2012년 비후성 심근병증 및 파브리병 클리닉을 열고 개인 맞춤 진단과 치료에 집중해 오고 있다. 특히 파브리병 분야에서 다양한 환자의 진단과 치료, 심장 영상 모니터링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파브리병 환자 유병률이 궁금합니다.

[홍그루 교수] 파브리병의 유병률은 4만명당 1명 정도로 매우 소수다. 국내에서 파브리병의 인식이 많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진단된 환자는 약 200명에 불과하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낮은 진단율을 보이고 있다.

[폴리테이 교수] 아르헨티나의 경우 유병률과 관련된 유효성이 있는 연구나 데이터는 없지만 약 1천여명의 환자들이 파브리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파브리병은 전형적과 비전형적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전형적 유형은 3만명 중 1명, 비전형적 유형은 3천명 중 1명 정도로 추정하는 논문이 있다. 희귀질환 포털 사이트 오파넷(orpha.net)에 따르면 파브리병의 유병률을 1만 5천명 중 1명으로 보고 있다. 

Q. 파브리병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폴리테이 교수] 파브리병의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를 몇 가지 들어보면, 첫째 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대학 시절 파브리병을 공부해야 하는 질환으로 보지 않았다. 20여년 전만 해도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이 희귀질환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의사가 됐을 때도 파브리병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정도다. 

두 번째, 파브리병은 증상이 비특이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신장, 심장, 피부, 눈 등에서 다양한 증상이 발생해 하나의 질환으로 정의내리기 어렵다. 

세 번째, 파브리병은 많은 관심과 의심을 갖고 살펴봐야만 발견할 수 있다. 정기적인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워 파브리병을 염두에 두고 효소 활성도 검사와 유전 검사를 통해야만 찾아낼 수 있어 진단이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홍그루 교수]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로 의료진과 환자 요인,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앞서 폴리테이 교수가 언급하신 대로 파브리병은 의료진도 쉽게 알지 못하는 질환이다.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진단이 어렵다. 실제 환자가 파브리병으로 진단받기까지 10년~15년이 소요되며, 다른 진료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환자 요인으로는 유전질환인 점을 들 수 있다. 파브리병은 X염색체 유전질환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유전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크게 자리 잡고 있어 적극적인 가족 스크리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타 국가의 경우 한명의 파브리병 환자 발견 시 가족 스크리닝을 통해 평균 5명의 환자가 추가적으로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한 명이 진단되면 평균 1.5명이 추가로 진단된다. 가족 스크리닝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예다.

또한 미디어에서의 파브리병이 부정적으로 비치는 경우다. 간혹 드라마 등에서 희귀질환을 부정적으로 묘사해 검사에 영향이 생기기도 한다.

Q. 파브리병 조기진단을 위해 어떠한 노력이 이뤄져야 하나요?

[폴리테이 교수] 제가 아르헨티나에서 교수로 근무하면서 지속적으로 강조한 부분은 교육이다. 리소좀 축적 질환 및 희귀 질환은 의대 졸업 전 꼭 배워야 하는 질환 명단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 또한 파브리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진단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두 번째는 소규모의 다양한 학술 세션을 통해 계속해서 파브리병을 알릴 필요가 있다. 파브리병은 의료진들의 협력이 중요하다. 심장내과, 신경과, 피부과, 안과 등 파브리병의 다양한 증상과 관련된 과들과 최적의 치료를 위한 협진 방안 등을 논의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고위험군 환자에서 파브리병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찾는 노력이다. 혈액 투석 환자, 젊은 나이에 뇌졸중을 겪은 환자 등 고위험군 환자에서 파브리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마지막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신생아 선별검사 항목에 파브리병을 포함하는 것이다. 신생아 선별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면 더 빠르게 환자 발굴이 가능해지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해 치료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홍그루 교수] 대만과 일본 등 국가에서는 필수 유전 질환에 대한 대규모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만은 신생아 때부터 국가에서 기본적은 스크리닝을 해 조기 진단이 수월하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국가적으로 더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프로그램 등이 부족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파브리병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약 100명 수준이었는데 현재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부분의 환자가 심장 초음파를 통해 발견됐는데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한국심초음파학회에서 환자의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것을 확인하면 파브리병을 스크리닝 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이를 통해 많은 환자가 발굴됐다.

향후 혈액 투석, 젊은 연령대의 원인 모를 뇌졸중, 안과 질환 발생 여부 등 파브리병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 대상으로 스크리닝을 진행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Q. 파브리병의 치료는 효소대체요법의 도입과 함께 크게 발전했습니다. 20여년 전 처음 등장한 효소대체요법이 각국의 파브리병 치료 성적 향상에 얼마나 기여했나요?
 
[폴리테이 교수] 효소대체요법은 파브리병에 있어 굉장히 좋은 치료 전략이며, 치료 시작 시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 중 10~20대부터 약 20년간 효소대체요법을 꾸준히 받은 환자는 굉장히 예후가 좋았다. 이 환자는 심초음파 또는 심장 기능에 대한 추적 검사에서 안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반면 이보다 늦은 30대 혹은 40대에 치료를 시작한 환자는 이미 질병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된 상태였기 때문에 효소대체요법으로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조기 진단해 치료할 경우 심각한 질환의 발현을 차단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는 중요하며, 이는 파브리병 뿐만 아니라 리소좀 축적 질환 전반에 해당된다. 

[홍그루 교수] 비후성 심근병증 및 파브리병 클리닉을 열고 개인 맞춤 진단과 치료에 집중해 오면서 파브리병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파브리병은 당뇨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뇨병이 조기 진단과 치료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것처럼 파브리병도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일상생활에 문제없이 살 수 있다. 부족한 효소를 외부에서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은 질환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근 진행한 파브리병 치료 관련 임상 시험에서 파브리병 첫 진단 시 보인 환자의 심장 기능에 따라 효소대체요법의 효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효소대체요법은 파브리병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며 절대적인 치료법이다. 

Q. 파브라자임을 1차 선택제로 사용해야 한다는 치료 전략이 대두되고 있는데 관련 연구에 대한 소개와 해당 결과가 임상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폴리테이 교수] 파브라자임은 아갈시다제알파와 다르게 1mg/kg의 용량을 투여하며, 20년이 지나는 현재 여러 후속연구를 통해서 그 임상적 유효성을 지속적으로 입증해오고 있다.

일부 국가의 경우, 파브라자임의 임상결과에 주목해 다음과 같이 기술한 사례들이 있다. 

2020년 네덜란드의 한 대학 병원에서는 Lyso-GL3의 현저한 감소와 심장비대에 대한 잠재적인 효과를 고려할 때, 많은 환자에서 파브라자임이 투여될 수 있음을 기술했다. 단, 환자 개인별 상황과 선호도에 따라 달리 고려될 수 있음을 함께 권고했다. 

2018년 캐나다 가이드라인의 경우, 전형적 남성 파브리 환자에서 우선적 치료옵션으로 파브라자임을 고려할 수 있다고 기술한 바 있다. 2017년 중남미, 카리브 지역의 파브리병에 관한 전문가 합의문에서는 파브라자임의 1 mg/kg 에서 신장 족세포의 완전한 Gb3 제거수준이 관찰됐음을 기술했다.

최근 스위스 연구진은 파브리병 환자 치료 시 고용량 효소대체요법을 우선적으로 권한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2022년 스위스에서 진행된 전향적 관찰 연구에 따르면, 잔존효소의 활성이 없거나 1%미만으로 정의된 전형적 남성 파브리 환자와 아갈시다제 알파 대비 파브라자임에서 15% 이상의 Lyso-Gb3 추가 감소를 보인 전형적 이형접합 파브리 환자에서 1 mg/kg의 효소대체요법을 우선적으로 제안한다는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본 연구는 전향적 관찰 연구로 아갈시다제 알파로 치료 중(평균: 8.4±5.0년)인 14명의 성인 전형적 파브리 환자 (남성: 9명, 여성 5명, 평균 연령 36.7±14년)를 대상으로 아갈시다제 베타의 승인된 용량 (1mg/kg)으로 전환 이후, Lyso-Gb3 (약제 전환 전과 전환 12 개월 후, 건조 혈반 시료/Dried blood spot로부터 탠덤 질량 분석법으로 측정), 임상 사건 발생률(신장/심장/뇌/사망), 좌심실 질량 지수(LVMI), 추정 사구체 여과율(eGFR)등을 분석한 연구다. 

이런 결과들이 도출되는 이유를 살펴보면, 가이드라인과 논문 등에서 파브리병을 장단기적인 매개변수로 평가한다. 파브리병은 서서히, 느리게 진행되는 질환이다. 10~20대까지 심장이 정상 상태를 유지하다가 경미한 변화가 일어나는 정도의 증상을 보이며,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지기까지 약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치료제의 효능을 확인하고 비교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파라미터로는 세포 내 축적되는 당지질의 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파브라자임은 용량이 높아지면 고용량에 의해 제거되는 GL-3양도 더 늘어난다. 1mg/kg의 파브자자임 사용 시 당지질이 깨끗하게 제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그루 교수] 환자의 상태, 각 치료제별 특징을 모두 고려해 사용해야 한다. 파브리병 환자의 심장 기능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많지 않은데, 최근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치료제를 전환했을 때 얻어지는 임상적 유용성에 대한 연구로서 결과 도출 시 환자 별 적합한 치료제 선택에 대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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