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조혈모세포 이식, 특히 동종 이식이 증가하는 가운데,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발병률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식이 늘어나는 이유는 고령화와 더불어 혈액질환, 백혈병 환자들의 생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에 있어 사노피의 ‘레주록(성분명 벨로모수딜)’이 지난 8월
2차이상 전신요법 실패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를 받으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전망이다. 레주록은 최초이자 유일한 경구용 선택적 ROCK2 억제제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염증 반응 및 섬유화 과정을 표적으로 하며 FDA로부터
혁신 신약으로 인정받아 레주록으로 승인된 바 있다.
사노피가 24일 레주록의 허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과 레주록 임상데이터를 공개했다.
이 날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장 김희제 교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을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의 절반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전신에 걸쳐 다발적으로 숙주반응이 발생하는 중증질환이라고 소개했다.
김희제 교수는 “모든 질병의 근본 원인은 염증이며, 이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도
예외가 아니며, 염증 반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환자의 생존율이 낮아지고 원 질환의 재발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김희제 교수에 따르면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의 42%는 진단 당시 4개 이상의 장기에 숙주반응을 앓고 있다. 질환이 발생하면 전신을
뒤덮는 붉은 발진과 가려움증 등 피부숙주반응, 구토 및 설사, 안구건조
및 광선공포증을 비롯해 폐와 간에서도 숙주반응이 나타나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또한 일상생활, 정신건강, 사회경제활동 등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삶의 질도
저하시킨다.
하지만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이 발생한다고 해서 꼭 부정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만성이식편대숙주질환이 적절히 발생하면 원 질환인 백혈병의 재발 가능성이 낮아지기도 한다"며,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김희제 교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치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많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식 후 1차
치료제로 코르티코스테로이드가 많이 사용되지만, 장기 사용 시 부작용이 크고, 효과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혈액암 환자의 암의 재발을
제외한 비재발사망율에서 37.8%를 차지하는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이라며, “1차치료제로 쓰이는 스테로이드제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가
70%, 2차치료제에도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아 3차치료로 넘어가는 환자가 50%나 되는 만큼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김
교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진행’을 막는 약물은 없으며, 증상이 나타난 후에야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또 결국 치료보다는 증상 완화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하다”고말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면역 조절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했다. 김 교수는 “발생 위험을 줄이고, 발생 시에도 이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면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순서로는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정준원 교수가 나서 레주록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 소개했다. 정준원 교수는 레주록의 허가를 가능케 한 임상연구인 ‘ROCK Star’ 연구
결과를 밝혔다.
정준원 교수는 임상연구 결과 레주록은 이전에 2차 이상 전신요법에서
실패한 환자의 모든 장기에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증상 개선 및 삶의 질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ROCK star 연구 결과, 레주록 1일 1회 200mg 복용
후 최초 반응까지 걸린 시간의 중앙값은 1.8개월, 환자들의
치료유지기간 중간값은 9.4개월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 교수는 “레주록 복용한 환자군의 75%에서 객관적반응율이, 64%에서는 스테로이드 사용용량 감소가
확인됐다”면서 “삶의 질 측면에서도 52%에서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레주록은 내약성을 확인했으며, 가장 흔한 부작용은 폐렴으로 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3등급 또는 4등급 정도의 흔한 부작용(5% 이상)으로는, 폐렴(8%), 고혈압(6%), 고혈당(5%) 등이 확인됐으며 24%에서는 간기능 검사 수치가 상승했다.
정준원 교수는 “그동안 2차치료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은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에게 다시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병용요법을 적용해야 했는데 감수해야 할 부작용 위험이 높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레주록의 임상연구 결과를 보면 1년 시점에 치료 환자의 62%에서 치료반응을 나타내며 사망 또는
새로운 전신요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도 혁신적인 3차 이상의 치료옵션을 갖게 된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노피 한국법인 배경은 대표는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질병 부담과
미충족 수요가 높지만 치료가 제한적인데다, 환자들이 겪는 고통 또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중증질환이다. 이번 레주록 허가를 통해 국내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환자들께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사노피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국내 치료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궁극적으로는 환자 질병 부담을 낮추는데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