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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국민 건강정보 활용 능력 ‘헬스 리터러시’, 세밀하고 집중된 접근 필요해

보건복지부·한국건강증진개발원 주최, 제6차 미래 건강전략 포럼 열려
건강정보 이해하고 활용하는 ‘헬스 리터러시’ 향상… 국민 건강 위한 핵심 과제

국민이 올바른 건강정보를 활용하게 하는 ‘헬스 리터러시’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건강정보 이해능력 향상으로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4월 12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제6차 미래 건강전략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4월 7일에 열린 ‘제51회 보건의날’ 행사에 이어 일주일간 이어지는 ‘건강주간’을 기념해, ‘건강정보 이해능력’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제고하기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건강정보 이해능력, ‘헬스 리터러시’는 수많은 건강정보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하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이해하며, 본인의 건강상태와 생활양식에 적합하도록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가짜 정보를 포함해 수많은 건강정보가 쏟아지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현장 원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44.9%가 필요한 건강정보 접근과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청년층과 노년층의 헬스 리터러시 격차도 심하다. 또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할수록 건강정보 접근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헬스 리터러시는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포함돼 이미 첫발을 내딛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며, 국민의 건강정보 이해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진영주 건강정책국장도 “건강정보 이해능력은 HP2030(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주요과제 중 하나다. 올해부터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실태를 확인할 계획이며, 신뢰할 수 있는 건강정보 제공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포럼은 2개의 발제와 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남서울대학교 이주열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헬스리터러시, 왜 중요한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정영일 보건환경학과 교수가 ‘헬스 리터러시, 전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이주열 교수는 “헬스 리터러시는 정보 전달 중심의 기존 보건교육과 다르게 정보를 얻는 사람의 이해 수준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는, 이해자와 국민 중심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문해력 향상보다도 건강 결정권을 향상시키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측정도구에 따라 달라지지만, 우리나라 헬스 리터러시 수준은 57% 정도로 추정된다. 정부 주도로 헬스 리터러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고, 측정 결과에 따른 세부적인 사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일 교수는 “가짜 정보라도 자꾸 노출되면 진짜인 것처럼 여겨진다. 낮은 헬스 리터러시는 막을 수 있는 사망의 증가, 불필요한 입원 횟수 증가 등 인구 집단의 부정적 건강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정보 소비자, 의료기관, 의료제공자, 미디어, 정부·관리기관 등 모든 측면에서 헬스 리터러시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토론에서 건강정보 이해능력 증진을 위한 정책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패널들은 헬스 리터러시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열띤 논의를 펼쳤다. 헬스 리터러시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협업해야 하며, 현실적인 지원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부분에서 공감이 이뤄졌다.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박일준 회장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ChatGPT의 등장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5년이나 10년 뒤에는 정보 역량 격차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그 다음 단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라면서, “오늘 포럼은 개인의 격차에 초점을 맞췄지만, 기술의 차이로 인해 나타날 지역이나 국가적인 격차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일준 회장은 “앞으로 보건복지부의 정책이 과학기술부나 산업자원부와 협력하는 부분이 중요할 것 같다. 또 디지털 시대에 증가하는 정신 질환 치료와 관련된 정책과 예산, 기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건강연구소장을 겸하는 경희의대 박소연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헬스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국내 장애인의 헬스 리터러시 및 건강 관리 대응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2021년 기준 전체 국민 대비 20%의 디지털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발달장애나 정신적 장애인을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교수는 “건강정보 이해능력은 건강의 핵심적 결정요인이다.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과 함께, 의사결정을 지지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체계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집단별 특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림대학교 광고홍보학과 박동진 교수는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 있다. 헬스 리터러시라는 것은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뿐만 아니라 교육부, 문화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정부 조직이 협력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계속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진 교수는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디어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2014년 이후 조사에 따르면 200건 이상의 의료 건강 방송 콘텐츠가 징계를 받았고, 건강 관리 콘텐츠의 74.1%가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헬스 리터러시를 전해야 할 TV 매체가 의료인의 홍보채널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박동진 교수는 “중요한 의제인 헬스 리터러시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이 필요하고, 계속해서 의제화해야 한다. MZ세대도 사실 헬스 리터러시가 높지 않다.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건강정보가 상위에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콘텐츠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고,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시민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 모니터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 조주희 교수는 “건강정보의 획득, 이해, 결정, 활용하는 헬스 리터러시의 중요성에 비해 재정적인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조주희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라는, 암 환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센터를 운영하며 헬스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일례로 10년 전쯤 동물실험 관련된 암세포가 굶겨야 낫는다는 뉴스가 방영된 다음날 상당수의 외래 환자들이 굶고 방문해 진료에 차질이 생겼던 적이 있었다”이라고 말했다.

조주희 교수는 “일반인이 건강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자료가 턱없이 부족하고, 궁금할 때 물어볼 수 있는 대상이 없다. 환자들이 건강 정보를 물어보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창구와 함께, 궁극적으로 환경을 바꿔줄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헬스, 치료기기 개발 뿐만 아니라 활용방법에 대한 교육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았던 이주열 교수는 “헬스 리터러시는 아직 출발 단계이므로 개인의 의사 결정 능력을 키워준다는 정책의 가치와 철학을 확고히 해야 한다”며, “다만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미루는 오류에 빠지는 것이 아닌 조직이나 국가적 역량을 함께 키우고, 세계적인 흐름인 멘탈 헬스와 이노베이션케어 측면에서 정책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일 교수는 “헬스 리터러시는 예방, 건강증진, 의료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있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같이 설계해야 한다. 수업을 듣는 식의 어떤 공부가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 건강 정보들을 때맞춰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용납할 수 없는 거짓 정보에 대한 실질적인 법적 제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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