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료전달체계 부재로 인한 재활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보건복지부는 2017년 10월 전국 15개 병원 대상으로 제1차 시범사업을 시행했고 금년 하반기에 대상을 확대한 제2기 사업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20여 년 앞선 일본은 회복기 재활병동의 성공적인 도입을 통해 재활의료전달체계를 급성기 · 회복기 · 유지기로 정립하여 환자의 입원일 수를 줄이고 지역사회 복귀율을 높였다는 평을 받는다.
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우리나라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과제인 커뮤니티 케어 · 재활의료전달체계 정립이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의 사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과주의를 도입한 일본은 수 년의 경험을 통해 △운동 학습을 고려한 재활 치료 △병동 단위의 팀 접근 △재활 의료의 질 담보 △아웃컴(outcome) · 프로세스(process) 평가 동시 실시를 회복기 재활 병동의 주 과제로 도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일규 의원(천안병)이 주최하는 '임세원 법 입법 공청회'가 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일본 회복기 재활의료제도 도입 18년의 효과와 전망'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일본 회복기재활병동협회 소노다 시게루 회장은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성과주의의 회복기 재활병동을 도입한 일본의 사례와 그 성과를 소개했다.
일본의 회복기 재활병동은 의료기능 분화 · 연계 및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방향으로 설정됐다. 의료기능 분화 · 연계는 △고도급성기 · 급성기 △회복기 △만성기로 구분되며,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은 △의료 · 간호 △개호 · 재활 △보건 · 복지로 중심이 나뉜다.
회복기 재활병동은 2000년부터 제도화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하루 3시간까지 집중 훈련이 이뤄지고, 주 7일간 쉬지 않고 훈련하는 것을 권장하며, 병동 단위의 팀 접근 치료를 실시한다. 의사 · 치료사 · 간호사 · 간호보조원 · 사회복지사 인력 기준과 대상 질환별 회복기 재활병동 입원 기간은 별도로 정해진 상태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한 아웃컴(outcome) 평가를 통해 보상이 이뤄진다. 재활치료 이외 모든 치료행위는 포괄수가이며, 재활치료는 행위별 수가로 진행된다.
회장은 "적극적인 제도 운영으로 일본의 회복기 재활병상은 2016년 8만 병상으로 급증했다."며, "일본 정부는 회복기 병상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나 도시 · 지역 간의 분포적인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회복기 재활병동 도입으로 입원 기간이 감소했으며 높은 재택복귀율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회복기 재활의료에 대한 아웃컴 지표를 도입하여 재택복귀율 · ADL(Activities of Daily Living) 등의 향상 수준에 따라 보상한다. 실적지수는 재활치료를 포함한 의료 전반에서 적용되는 룰이다.
회장은 "재활치료를 본질적으로 시행할 운동학습을 고려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을 '하고 있다'가 될 때까지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동 단위의 팀 접근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재활 의료는 질이 담보돼야 한다."며, "아웃컴 평가와 프로세스 평가를 같이 하는 것이 재활치료 평가 툴에서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한국 회복기 재활의료제도 도입의 바람직한 방향' 발제에서 바람직한 재활제공체계의 기본 방향과 재활의료기관 2단계 시범사업의 진행 과정을 언급했다.
정 교수는 △복지 · 요양 · 보건 · 의료 연계 부족 △급성기 · 회복기 · 유지기 · 생활기 재활 서비스의 분절 △건강보험 요양병원과 장기요양보험 요양시설 간 경쟁 구도 △요양시설 · 공동생활가정 내 의료 사각지대 발생 등을 우리나라 보건의료제공체계의 문제로 언급하고, 개인의 니즈에 맞는 일관적 · 통합적 서비스 제공체계가 미비한 점을 지적했다. 이에 지역사회 중심으로 진행되는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건강한 고령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고령화시대의 주요 보건의료 정책 과제로 정 교수는 △참여 · 지방분권 추세에 맞는 커뮤니티케어의 조성 △재가에 의료 · 요양서비스 이용 환경 조성 △요양시설 내 간호서비스 보상을 통한 의료 사각지대 해소 △회복기 · 유지기 재활서비스의 건강보험 수가 조정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급성기 · 아급성기(회복기) · 만성기(유지기)로 구분되는 재활제공체계 기본 방향이 지난해 12월 건정심을 통과했다."며, "병원 · 시설의 기능 및 보상 방식을 재설정하여 △종합병원 · 병원은 회복기 재활병동 △요양병원은 유지기 재활병동이나 중간기관 형태의 생활입원병동을 운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활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조기 탈 병상 및 초기 재활을 제공할 재활 · 간호인력에 대한 가산 수가 설정 △집중재활을 제공하는 회복기 재활병원 · 병동에 합당한 수준의 입원료 · 재활료 적용 △통원재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제안했다.
유지기 요양병원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 대해서는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입원료를 원칙으로 하되 유지기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과 생활형 입원에 치중하는 병원 간 차등적인 정액수가를 유지하고 △과도한 장기 입원을 줄이기 위한 유인책을 제공하며 △요양병원 질 향상을 위한 평가지표 개발 · 평가결과 보상의 단계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는 15개 병원 · 3천여 병상 대상으로 진행한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을 2019년 하반기까지 연장 운영하면서 대상 기관을 확대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2단계 사업에서는 유사 행위를 묶어 15분을 1단위로 하는 수가 재편을 비롯하여 △대상환자군 확대 △성과기반 차등보상 도입 기반 마련 △지역사회 연계 기능 강화 △재활의료기관 별도 인증기준 마련 및 요양병원 종별 전환 지원 등이 이뤄진다.
정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면, 기존 대증요법 중심의 재활서비스에서 실제 환자가 재활하도록 수가가 설정됐으며, 그 방향으로 가는 식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현배 분당러스크병원장, 배근환 미추홀재활전문병원장, 대한재활의학회 배하석 정책위원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매일경제 이병문 기자, 보건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이 참석했다.
대한재활의학회 배하석 정책위원장은 △방문재활의 신설 수가를 역설하면서 △재활치료에 대한 의사의 지도 감독권 정의 △지역단위 병원 연계 방문재활치료 시스템 개발 △유지기에서 재활병원 역할 · 지정기준 정립 등을 주장했다.
배 위원장은 "방문재활의 신설 수가가 필요하다. 방문재활 신설 수가는 병원이 환자를 지역으로 보낼 때 병원에서 받는 수가다. 현재는 방문재활 시 재활팀이 받는 비용이 책정된 게 없다. 이 부분을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잘 정의하지 않으면 나중에 혼돈이 발생한다. 이런 방문재활 수가는 회복기 재활병원에서 시범수가로 돼 있기 때문에 이런 수가를 잘 활용하고, 이러한 방문재활을 지역과 연계하여 거기에 맞는 새로운 수가를 개발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활진료에 대한 의사의 지도 감독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정의가 없다. 이를 규정하여 방문재활 서비스 제공의 기반을 만들 수 있다. 방문재활에서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며, "의료와 지역사회가 연계하기 위해서는 전산시스템 연계가 꼭 필요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것도 아직 준비된 게 없다. 가장 좋은 테스트 배드는 회복기 재활병원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급성기에서 회복기 재활병원을 거친 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환자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제시돼 있지 않다. 배 위원장은 "재활 치료는 급성기 · 회복기 · 유지기를 통해 관리되고, 재가관리를 통해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새로 개발 ·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복기 · 유지기 병원을 지역과 연계하여 포괄적인 재활치료를 재가에서 제공하는 것이 완전한 전주기 재활치료의 전달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재활의료전달체계 정립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발전시킬 효과적인 방법은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은 빠른 고령화 · 병상 수 과잉 · 적은 의사 수에서 공통점이 있다. 반대로 일본은 병동 중심의 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한 것 같고, 우리나라 시범사업은 병동 중심이 아닌 종별 중심인 듯싶다."며, "정책수단 중 가장 좋은 것은 재정이다. 재정을 어떻게 어디에 주느냐에 따라 제도는 바뀐다. 충분한 보상체계가 따라야 하며, 입원료 · 재활료와 같은 단순한 수가만으로는 부족하다. 성과 보상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지역사회 포괄케어시스템 구축을 위해 재활병원과 지역사회 간 연계가 중요하지만, 재활병원이 전국에 제대로 분포돼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종별 중심의 재활의료전달체계 구축 시 재활병상 수를 총량제를 통해 합리적으로 제한하고, 재활서비스 수요 조사를 시행하여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식으로 지정해 지역사회 포괄케어시스템이 잘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활의료 평가에 대해서는 "결과를 평가하고 성과 기반의 별도 보상체계를 갖췄으면 한다. 예를 들어 사회복귀율이 높다면 평가를 통해 보상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며, "과연 단기간에 지역사회 재활서비스 제공 인프라가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우려가 있다. 기왕 만드는 거라면 지역사회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졌으면 한다. 충분한 준비 기간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했으면 싶다."라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오창현 의료기관정책과장은 2017년 10월부터 전국 15개 병원 대상으로 추진해온 재활의료기관 지정 시범사업의 진행 과정을 보고했다.
오 과장은 "시범사업은 건강보험 수가를 통합계획관리료 · 통합재활기능평가를 신설 · 적용하고, 입원 적용기간 체감제는 미적용하는 등 환자 중심 치료계획 시행을 지원한다. 사업 결과는 △재활서비스 적정 제공 △입원기간 단축 △자택 복귀 △퇴원 후 지역사회 서비스 연계 등으로 평가한다."며, "본 사업 모델을 확정하기 위해 시범사업에 대한 △사업효과 평가 · 분석 △평가지표 개발 △보상체계 수가 모델 제시 △재활의료기관 소요병상 수 추계 △사회경제적 비용 · 영향 등을 분석하도록 연구 용역을 따로 발주했고, 보고서는 1월 중에 제출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은 병원급 의료기관 중 병원 대상으로 진행 중이나 회복기 환자 입원 치료 역할을 수행하는 요양병원이 병원으로의 종별 전환을 통해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받는 절차도 마련하고 있다."며, "재활의료기관 지정 요건으로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해야 하므로, 회복기 재활에 적합한 인증기준 개발을 2019년 5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은 "현재 건정심에서 통과된 수가는 회복기 재활 치료 기관에 대한 수가이다. 급성기와 회복기 중간에 전달과 관련된 부분으로, 기관의 역할과 관련된 부분을 의료기관정책과에서 제도적으로 검토 중이다. 재활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 행위와 관련한 수가를 정할 경우 수가가 대상 환자 입원 비율 등에 따라 손익이 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 어쨌든 회복기 재활의료를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면 충분히 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우리나라는 요양병원이 급증하는 추세로, 비용효과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 재활의료기관이 요양병원과 명확한 기능 구분이 가능할지는 자신이 없다. 이 부분은 시범사업 후 제도적으로 새로 시작하는 시점에서 명확한 구분이 됐으면 하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다만 전환 과정에 있어서 현재는 6개월 정도의 조건부인데, 만일 필요하다면 그 시점에 가서 다시 한번 검토해볼 수 있다. 하지만 전환을 전제로 하고 종별 전환을 바꿀 의향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전문병원제도하고 회복기 재활 병원 제도의 통합은 당장은 어렵다. 2021년에 도래하는 4기 전문병원 지정 시기에 재활전문병원과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이 존재하면 제도상 정확성 측면에서 혼란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어 통합하려는 것이며, 이것도 현장에서 무리 없도록 진행하겠다."며, "기존 수가는 의료 서비스 제공 기관에서 주어지는 게 원칙이었는데,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5(방문요양급여)를 신설하여 방문요양급여 근거를 별도로 마련했다. 이는 금년 6월부터 시행된다. 왕진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수가를 준비 중이며, 활성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며, "요양급여는 여러 개로, 의료 행위뿐만 아니라 간호 · 재활 등 여러 서비스가 존재한다. 이러한 서비스가 요양기관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수가 조정을 검토 중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