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회는 주치의제도의 목표는 의료비 절감이 아니라, 동네의원 기능지원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과 합리적인 의료이용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15일 주치의제도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가정의학회는 최근 선진국들의 의료개혁동향이 보험자나 정부가 동네의원의 기능을 지원, 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의료이용을 합리화하면서 동시에 동네의원 경영상태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비용절감 목적으로 동네의원 의사에게 문지기 기능만을 맡겨왔었지만, 최근 동네의원 의사들(내과-소아과-가정의학과 등)이 ‘주치의의원(Patient Centered Medical Home)'의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미전역에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
또한, 민간보험회사, 연방정부, 주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시범사업을 지원하는 등 동네의원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주치의제도가 정착된 영국에서는 일차의료 서비스질 평가제(QOF)를 도입하면서 만성질환 서비스 질이 향상되었고 동네의원 수입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가정의학회는 “주치의제도의 목표는 의료비 절감이 아니라, 동네의원 기능지원을 통한 서비스 질 향상과 합리적인 의료이용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선진국들의 예에서 볼 때, 동네의원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면 의료체계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 진다”면서 “이를 통해서 발생하는 잉여자금으로 동네의원의 구조와 기능을 지원하고 경영 상태를 개선시키며,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동네의원 의사 직무만족도뿐만 아니라 환자의 서비스 만족도도 향상되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즉, 선진국에서 주치의제도는 동네의원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기관 사이에 경쟁이 매우 치열해, 경증환자를 두고도 의원과 의원뿐만 아니라 의원과 병원, 그리고 병원과 병원끼리 환자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들 역시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며, 중복진단 또는 과다진단, 그리고 과다치료에 이르게 되어 자원 활용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정의학회는 “동네의원은 행위별 수가제 아래에서 아무리 진찰과 상담을 성의껏 잘 하더라도 얼마 안 되는 보상을 받고 만다”면서 하지만 “대형병원에서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진찰과 상담 대신 고가첨단장비를 사용하는 검사를 시행함으로써 짧은 시간에 적지 않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형병원은 점차로 커지고 동네의원의 경영 상태는 점차로 악화할 수밖에 없어서, 폐업하는 동네의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동네의원이 문을 닫고 결국 지역 주민인 국민들이 불편을 겪으며, 고가장비를 이용하는 대형병원을 이용, 차후에 다수 국민의 건강은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
가정의학회는 “의료체계 선진화를 위해서 정부가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주치의제도 도입방안을 제시하는 일”이라면서 “임상의사로서, 정해진 주치의가 없는 환자들이 여러 병원에 진료기록을 남겨 둔 채 다시 새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주치의제도는 환자들이 의료이용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 줌으로써, 우리나라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계는, 그 동안의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누적된 불신으로, 주치의제도 역시 의료계를 통제-관리하는 수단으로 악용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따라서 정부는 균형 잡힌 도입방안을 먼저 만들어 제시하고 주치의제도의 참 모습과 필요성을 홍보함으로써, 의료계 내에서 이와 같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진정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정치지도자의 추진의지 표명과 함께 철저한 준비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