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119구급대원의 업무범위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19구조·구급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소방청장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구급대원의 응급처치 범위를 정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구급대원들이 중증 환자에 대한 약물 투여 등 전문 응급처치를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연간 40만명에 달하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중증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여도 현장에 적용하거나 의외의 조항·법안 설계가 다른 법에 접촉돼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문제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메디포뉴스에서는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과 이번에 통과된 ‘119구조·구급법’ 개정안에 우려스러운 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이번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 확대 개정안이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시나요?
A. 먼저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 확대 배경과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119구급서비스 요청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중증환자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구급서비스의 질적 수준향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와 심뇌혈관질환 환자, 중증외상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서는 전문약물 투여 등 초기 응급처치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구급대원의 자격 범위인 1급 응급구조사, 간호사의 법적 업무 범위가 모호하고 제한적으로, 이번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 확대 개정안’은 119구급대원의 독립적인 응급처치의 근거를 마련하는데 있습니다.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 확대의 내용으로는 ‘119구조·구급에관한법률’ 제10조(119구급대의 편성과 운영) 제4항과 5항을 새로 신설해 소방청장이 응급환자가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의료법 제27조 무면허의료행위 금지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해 구급대원의 자격별 응급처치의 범위를 정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응급의료법’ 제41조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Q. 주요국 대비 국내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는 어떤 수준인가요?
A.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와 중증외상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우 EMT와 Paramedic으로 구분해 운영되고 있는데, 자격에 따라 넓은 범위의 응급의료를 행할 수 있으며, 응급상황에서 다양한 약물 예를 들어 아트로핀, 에피네프린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지역이 넓고 장거리 이송 등 환경을 감안해 Paramedic의 능력 검증과 인정을 통해 연방의 업무 범위 내에서 지역별(주 단위)로 응급처치의 범위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19구급대원은 보건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SLAS라는 사업을 통해 심인성 심정지의 경우 에피네프린 투여 등을 시작한 계기로 특별구급대가 만들어져 심정지 환자에게 ▲약물 투여 ▲알러지 환자에 에피네프린 투여 ▲12유도 심전도 시행 ▲응급분만 탯줄 처치 및 진통제 투여 등에 대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법으로 제도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으로, ‘응급의료법’ 제41조(응급구조사 업무)의 개정과 함께 119법 개정을 계기로 확대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Q. 이번에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나타날 변화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응급환자의 대응은 기본적으로 ‘응급의료법’이 기본이 되게 되며, 119구급대의 경우 ‘소방기본법’과 ‘119구조·구급법’ 등 각 기관의 법률에 따라 상이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기본인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 정의부터 응급의료체계 및 응급치료에 전반적 규정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법·제도·응급의료기관 등 관련 내용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 확대는 분명 응급상황에 처한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119구급대원의 자격 사항이 ▲1급 응급구조사 ▲간호사로 이원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병원 전 단계의 특성에 맞게 전문화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국가자격시험 등으로 검증되지 않은 인력인 간호사 구급대원들에게까지 일방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무면허의료행위 분쟁이나 민원 등에 대한 대책이 없는 이상 논란은 이어질 것이라 보입니다.
우선 응급구조사는 의사 인력이 병원 내에서도 부족한 현실에서 병원 전 단계의 응급처치를 제공하기 위한 인력이 요구돼 ‘응급의료법’ 제정 시 응급구조사가 탄생했으며, 침습적 행위를 포함하는 1급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의 응급처치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의료지도를 통해 응급처치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1급응급구조사는 전국 3·4년제 응급구조(학)과에서 ▲응급구조학개론 ▲전문심장소생술 ▲외상처치 등 병원전 응급상황에 관한 내용을 주로 학습하며, 1급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인국가자격시험(체력·실기·필기)을 거쳐 국가로부터 보건의료인(응급의료인) 국가자격을 부여받게 됩니다.
이는 응급상황에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도록 국가의 응급의료시스템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직군으로, 119구급대는 병원전 응급의료를 담당하는 국가 전문인력으로 응급구조사가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는 간호에 대한 전문가로, 병원내 의사의 진료보조를 통해 의료법에서 정하는 간호사의 업무를 담당하며, ▲환자의 간호 요구에 대한 관찰과 자료수집 ▲간호 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등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는 응급환자의 응급처치가 주 목적이 아니며, 환자를 돌보는 역할에 특화된 의료직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는 동일시 되기 보다는 각자가 맡은 임무가 다르고 역량 또한 직군의 이름처럼 간호사는 간호 업무에, 응급구조사는 병원전 전문응급처치에 특화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응급구조사와 간호사 교육·역량 수준을 고려해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Q. 119구급대원 업무 범위 확대 후 대응 과정에서 응급환자 사상 발생 시 책임 여부와 관련해 우려되는 점은 없으신가요?
A. 기본적으로는 119구급대원은 공무원인 점을 감안해, 국가가 그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구급대원의 과실로 인한 손해는 국가배상법에 의해 행정종합배상공제 등을 통해 손해를 입은 국민에게 배상하는 절차를 갖게 되며, 중대한 과실 및 관련 민·형사 문제 등 법적 문제 발생 시 119구급대원 개인에게도 책임이 주어지게 됩니다.
이는 대응과정에서 응급환자의 응급처치 과정에서 무면허의료행위나 응급처치 시 주의의무 부담에 따른 위반이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Q. 이밖에도 우려되는 점이 있으신가요?
A. 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는 응급구조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119구급대원 현장활동표준지침 또한 1급응급구조사 업무 범위에 초점을 맞추어 만들어져 있습니다.
구급분야에서 간호사면허를 가진 구급대원이 소방공무원으로 입직을 하고 소방학교에서 응급구조학의 일부를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업무의 성격이 다른 간호사 면허를 가진 구급대원들이 응급구조의 업무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뒤따를 것입니다.
이는 결국 구급대원 업무범위 확대가 국민에게 신속한 응급처치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와는 반대로 국민에게 신속한 응급처치가 이루어질지 의문이 생기게 되며, 결국 국민과 간호사 면허소지 구급대원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