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인 저출산과 난임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의난임치료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의 주최,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 주관으로 5월 9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한 국가 난임치료 지원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은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초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지만, 한의 난임치료는 전국 13개 광역지자체, 38개 기초지자체 사업으로만 수행되고 있어 난임부부의 의료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난임부부의 의료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폭넓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은 “난임 부부들을 위한 다양한 치료 지원 사업이 펼쳐지고 있지만, 한의 난임치료는 지자체별 지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한의 난임치료 지원 조례 49건이 2022년 7월 법제처 선정 우수조례 30건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의 난임치료에 대한 국가 예산 지원 근거가 마련되고, 건강보험 적용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은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이진무 교수가 맡았다. 토론에 앞서 동신대학교 양승정 한의과대학 교수가 ‘지자체 한의난임치료 성과와 제도적 한계’를, 동국대학교 일산불교한방병원 김동일 병원장이 ‘한의 난임치료 국가지원 사업화 필요성과 추진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양승정 교수는 한방부인과 전문의로서, 전라남도에서 진행한 난임극복지원사업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전라남도는 현재 ‘2023년도 한방난임치료지원사업’을 시행중이다.
사업 내용은 2023년 한 해 동안 연중 모집한 참여자 150명을 대상으로 한방치료 4개월과 추적조사 3개월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전라남도에 6개월 이상 주민등록을 둔 가정 또는 사실혼 중 1년 이상 임신이 안되고 있는 난임 부부가 지원대상이며, 여성참여자 중 만 45세 이상은 여성호르몬 검사 결과를 첨부해야 한다.
양승정 교수는 “한의 난임치료는 한약 지원 또는 침구 치료로 진행된다. 환자는 지정된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결과를 보건소에 공유한다. 그동안 치료 종료 후에 임신을 확인하는 추적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케이크를 보내주며 결과를 확인하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난임치료 성과로는 총 136명이 사업을 신청했고, 그중 여성 참여자는 75명으로 13명이 임신에 성공해 임신율은 17%로 나타났다. 사업 만족도는 응답에 참여한 71명 중 58명이 5점 만점에 4~5점을 주었고, 다시 치료받을 의향을 묻는 점수에 4~5점을 준 사람도 56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양승정 교수는 “모자보건법에 보면 난임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난임시술 의료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게 돼 있다. 한의사협회에서도 자료 제출과 난임 치료 성공률이 높은 의료기관에 대한 확인 과정을 진행해 정식 등록 과정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한의난임치료를 받는 동안 보조생식술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난임치료에 대한 환자의 다양한 선택 존중을 위해 의과병행치료를 고려하고, 난임 진단 사업을 실시해 맞춤형 난임치료를 시행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발표한 김동일 일산불교한방병원 병원장은 “과거보다 결혼, 출산 감소로 인해 진료가 줄어들었고, 의과 난임시장 확대로 한의 난임치료 시장 크기도 줄어들었다. 의과 보조생식술 개입 전 한방치료의 역할은 없을까 고민해봤다. 국내 여성의 출산 연령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로, 난임치료를 해도 임신이 안되거나 유산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동일 병원장은 “난임치료에서 한의학적, 예방의학적 접근이 중요해졌다. 보조생식술로 인한 다태임신과 조산이 늘고 있다. 난임치료를 해도 임신이 잘 안되거나 유산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다. 한의난임치료는 심신통합적 치료로서, 생식내분비 기능 개선, 전신건강증진, 난임 스트레스 해소 측면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김동일 병원장은 “국민들의 한의 난임치료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난임 한의표준 임상진료지침을 구성하고 보조생식술과 병행하는 한의치료 프로토콜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보편적 난임 예방과 선별적 난임치료 지원을 병행하는 의미에서 원인불명 난임치료와 보조생식술 병행치료 선별 지원을 시행하자”고 말했다.
토론에서는 한의 난임치료가 국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적용되기 위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자윤한의원 분당점 조준영 대표원장은 “2017년 10월, 보조생식술이 건강보험에 편입되면서 많은 환자들이 보조 생식술로 갈 것이라 예상됐고, 진료현장에서도 난임치료 비율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보면 2018년에서 2021년까지 환자 수가 23% 늘고, 진료비도 67%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임신보다 보조생식술로 임신하는 비율이 2021년 12%에 달할 정도로 점차 늘고 있다. 한편, 40대에 들어가면 보조생식술 성공률도 10% 미만이 된다. 현재 여러 지자체 차원에서만 난임진료 사업을 하고 있는데 제약이 많다. 짧은 진료개월 수와, 보조생식술 병행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 완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난임가족연합회 홍성규 사무국장은 “난임 가족 측면에서 지자체별로 난임치료지원사업 시행 내용이 제각각이어서 불평등하다고 불만을 갖고 있다. 보조생식술 후 쉬는 기간동안 한방치료를 받는 분들도 있는데, 지원사업에 참가하는 동안 보조생식술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빠른 임신을 원하는 가족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의원에서 심신통합치료가 실질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또 난임부부들이 유산을 많이 한다. 유산을 하고 한약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비용 측면에서 한번 먹고 더 못 먹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책적으로도 고민을 해줬으면 한다. 보조생식술과 한방난임치료를 같이 받고 싶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헀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최영준 과장은 “먼저 난임치료지원사업은 22년부터 지방이양사업으로 결정돼 국가 예산과 함께 지방으로 이양됐다.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취지를 살리고자 지방으로 이양됐다는 점을 바로잡으면서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난임 관련 한의학 치료는 현재 표준임상진료 지침이 개발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간 지적됐던 사항을 바탕으로 대규모, 이해관계를 다룬 근거기반의 연구를 진행해주셨으면 한다. 난임 치료를 예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하고, 최근 대통령이 주관한 회의에서도 임신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국가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의 난임치료의 근거와 효과성 검증 측면에서 연구에 비교군을 두거나 할 수는 없는지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양승정 교수는 “임상 연구 승인을 위해서는 비교군을 두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난임 치료 특성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만큼 환자들이 치료에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덧붙여 이진무 교수는 “위약을 쓰는 이중 맹검은 기본적으로 IRB 통과를 할 수가 없다. 다른 치료와 대조군을 해서 치료하는 방법은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의과쪽과 난임 연구를 하는 것에서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다. 과거에 추진됐던 연구도 의과쪽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쪽으로 돼서 못한 부분이 있다. 같이 해서 효과가 있다면 그런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히 홍주의 회장은 “과거 서울시한의사회 재임 당시에 2018~19년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난임치료지원사업을 했다. 당시 양한방 진료를 병행하도록 해서 28% 정도의 성공률을 냈다. 양방치료와 한방치료의 경쟁 구도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양방에서 난임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람들로 진행한 한의 난임치료 지원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한 가정이라도 임신에 성공한다면 국가적인 지원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난임에 있어 여성의 나이가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는 부분에 대한 언급이 이뤄졌으며, 난임의 또 다른 원인인 남성 불임 치료에 대해서도 고려한 국가 난임지원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