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부실 논란에 휩싸이던 서남의대가 지난해 2월 폐교하면서 남원과 그 인근 지역의 내과 · 산부인과 · 신경외과 등 필수 의료 서비스는 더욱더 열악해졌다. 실제 지방 병원에서는 보건 · 의료 인력 부족으로 질 낮은 의료를 제공할 수밖에 없으며, 의사를 구하기 위해 높은 급여를 책정해 끊임없는 재정 악화 ·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의료격차 해소 · 필수 공공의료 공백 방지를 위해 지난해 4월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하 공공의전원) 설립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서남의대 폐교 사례에 미뤄볼 때 실패한 정책을 재현할 뿐이며 단순한 의사 증원으로 인력 분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크게 반대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18일 오후 4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왜 필요한가?' 정책토론회에서 공공의전원 예산이 책정되면서 사실상 설립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메디포뉴스는 남원시청 관계자(이하 관계자)를 만나 남원시가 전라북도 · 전라남도 · 경상남도의 13개 지역 15개 공공보건의료기관장 · 담당 직원 대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금년 1월까지 총 2차례에 걸쳐 진행한 의료취약지 공공보건의료기관 인력 수급난 사례 조사 내용에 관해 물었다.
본 조사를 진행한 관계자는 지역사회 내 내과 · 산부인과 · 신경외과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관계자는 "보건의료원의 경우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 배치에 따라 진료과목이 변경돼 진료의 일관성 · 지속성이 없고, 공보의 성향 · 실력에 따라 내원 환자 수가 달라지기도 한다."며, "의사 · 간호사 및 인건비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의료취약지에서는 필요로 하는 진료과목의 전문의를 배치받기 어렵고, 인건비 마련도 어려워 일부 지역에서는 페이닥터 예산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실제 A보건의료원에서는 내과 공보의의 복무 만료일인 오는 4월까지 내과 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하면 진료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월급을 2천만 원으로 책정하고 8개월분인 1억 6천만 원을 페이닥터 예산으로 수립했으며, B보건의료원은 연봉 2억 7천만 원을 제시했다.
관계자는 "이렇게 예산을 세워도 의사를 구하지 못한다. 출퇴근 시 지리적 여건이 좋지 않은 경우 더더욱 구하기 힘들다."며, "어느 건강검진센터에서는 내시경 의사가 4개월가량 결원이어서 한동안 검진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보건소는 공보의 운영지침의 배치 우선순위에 의거해 전문의 자격이 있는 공보의를 가장 후순위로 배치받는다. 이렇게 어렵게 배치받은 공보의는 1년 근무 시 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는 잘 근무하려 하지 않는다.
간호사 구인 현황도 심각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해 간호사 한 명을 채용하기 위해 모집 공고를 다섯 차례나 실시했으며, 금년 C의료원에서는 간호직 8급 수준의 급여로 일반 간호직 13명 · 졸업 예정인 간호사 39명을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지방의료원의 경우 자녀 교육 · 문화생활 등으로 의사 채용 계약이 자주 결렬되며, 지역 · 의료기관 간 의료 인력을 뺏는 경쟁도 심화해 있다.
관계자는 "간호사 수 부족으로 방문간호사업 · 커뮤니티 케어 등 새로운 보건사업에서 차질이 생기고 있다."며, "의사 · 간호사 교육점수가 부족하면 평가에서 낮은 등급이 부여돼 공보의 배치 · 국비 지원에 패널티가 주어지는데 보건의료원 수준의 기관은 시설 · 인력의 한계에 부딪혀 악순환을 거듭한다. 보건의료원 대부분은 외래진료 · 응급실 운영을 동시에 하고 있어 외래진료 의사의 연 · 병가 및 교육으로 진료가 안 되면 내원환자 불만이 폭주한다."고 했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진료과목인 산부인과의 경우 해당 자격이 있는 공보의 · 출산을 돕는 간호사 인력을 갖추지 못하면 대도시 산부인과로 이송하여 출산할 수밖에 없다.
관계자는 "남원시 주민은 공공의료에 대한 사명감이 있는 의사 양성 · 배출에 크게 기대하고 있다. 본 조사에서 전문의 과정을 거친 공공의전원 졸업생이 의료취약지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진료 역량을 갖추게 하고, 금년도에 시범사업으로 시작하는 공중보건장학의에게도 충분한 공공의료 교육을 시행해달라는 지역사회 주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전라북도 · 남원시 차원에서 의료 취약지의 실태 · 인력난을 진단하고, 공공의전원 정책 수립 과정에서 지역 사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의사를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향후 남원시는 지역 보건의료기관 의견 수렴의 필요성을 복지부에 건의하고, 사례발굴 결과를 언론에 제공하여, 공공의전원 필요성을 홍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