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1등급만 가는 의대가 안 됐으면 좋겠다."
국립공공의대에서 지역사회 필수의료를 담당할 헌신적인 의료 인력이 양성됐으면 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의 바람이다. 수능 성적 1등급을 필수 조건으로 하지 않는 의과대학의 탄생은 과연 요원한 것일까? 의료계의 극심한 반대에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이하 국립공공의대) 설립은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 대부분이 수도권 · 대도시로 이동하는 쏠림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립공공의대는 지역사회 공공의료에 충분한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헌신하려는 학생을 우선 선발키로 했다. 즉, 지역 내 필수의료를 담당하면서 지역 의료사업을 선도하여 전체 공공의료 역량을 제고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핵심이다.
1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306호에서 열린 '바람직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양성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서울시립대학교 도시보건대학원 임준 교수(이하 임 교수)가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방안'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국립공공의대는 폐교한 서남대 의대가 위치한 남원 지역에 설립될 예정으로, 서남대 의대 입학 정원인 49명을 그대로 유지한다.
임 교수는 "입학 정원 49명은 별도 정원이 아닌 서남의대 정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립공공의대 설립으로 전체 의사 정원이 증가하는 게 아니다. 이번 국립공공의대는 분포 개선 · 지역 내 필수의료 보장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강조했다.
선발 정원 49명은 일반 전형 44명 · 국제보건 전형 5명으로 나뉜다. 일반 전형의 경우 지역별 인구수 · 인력 수요에 근거해 할당하되, 1 · 2 · 3차 전형을 통해 지역별 할당 인원의 50%에 해당하는 학생을 우선 선발하고, 나머지는 지역 할당 없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한다.
지원 자격은 △4년제 대학 졸업자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이 인정되는 자 △지역사회 공공의료에 관심이 있고, 이에 헌신하려는 자 △공중보건 · 국가 정책 수립 과정에 관심이 있고, 이에 헌신하려는 자 △국제 보건에 관심이 있고, 이에 헌신하려는 자이다.
임 교수는 "4년제 대학 졸업자를 지원 자격으로 하여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체계로 간다는 거다. 왜 의과대학이 아니라 의전원이냐? 의과대학은 6년이 걸리기 때문에 의사 양성이 오래 걸리는 측면이 있다. 또, 공공의료대학에서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졸업장 역량으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4년제 대학 졸업자나 그 이상의 학력이 인정되는 자로 지원 자격을 설정했다."라고 설명했다.
1단계는 학부 성적(GPA, 평균 학점) · 논술시험 총점으로 지역별 할당 인원의 300%를 우선 선발한다. 자격 기준은 △출신 지역에서 중 · 고등학교를 모두 졸업한 자 △MDEET(의 · 치학 교육 입문 검사)에서 총점 70점 이상 · 과목별 50점 이상 취득한 자 △국제보건 전형은 IBT 기준 TOEFL 107점 이상인 자이다.
2단계는 1단계 점수를 합산하지 않고, 2단계 평가 기준으로 선발 비율 200%를 대학에서 선발한다. 선발 기준은 △전통적 시험이 아닌 포트폴리오 △영어 성적 △의학 인 · 적성 검사 등이 있다. 이 중 영어 성적과 의학 인 · 적성 검사는 가산점 및 참고 기준으로 활용된다. 포트폴리오는 인재상에 해당하는 자기소개 · 대학 활동 · 경력 · 학업계획 등을 자율 형식으로 작성해야 한다.
3단계는 1 · 2단계 접수를 합산하지 않고, 3단계 평가 기준으로 상위 100%를 대학에서 선발한다. 지역별 할당된 인원의 최소 50%는 지역별로 우선 선정하고, 나머지 지역별 하위 50%에 해당하는 학생은 지역에 상관없이 고득점자 순위로 선발한다. 선발기준은 다중미니면접(MMI) 방식의 심층 면접이다.
교수는 의학교육 평가인증을 위한 최소 인력으로 △기초의학 25명 △의학교육학 1명 △의료인문학 1명 △임상의학 85명을 우선 선발한다. 교육 지원을 위해 조교 및 연구원, 행정 · 교육 관련 지원 인력도 충분히 확대할 계획이다.
임 교수는 "이번 국립공공의대의 가장 큰 핵심은 단순한 의사인력 양성이 아닌 공중보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건대학원 과정을 의무로 거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제보건을 전공한 국제보건학 전문가 최소 1명을 전임교수로 임용하고, 보건학은 통계학 · 보건경제학 등 세부 전공분야별 최소 6명의 전임교수를 임용한다. 겸임교수는 기초의학 교실인 예방의학 교실의 전임교수 전체 4명과 의료인문학 교실의 전임교수 1명을 겸임교수로 발령한다. 이렇게 총 12명의 인력을 보건대학원 교수로 선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교육 과정은 기존 의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의무석사학위 과정은 MD(의사) 과정과 MPH(공중보건학 석사) 과정을 복합한 형태로, 보건학 석사 과정을 함께 이수해야만 공공의료대학을 졸업할 수 있다. 이수 학점은 △의학 과정 160점 학점 이상(학년별 40학점 이상) △MPH 과정은 30학점 이상으로, 타 지역 의대보다 상당히 많은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MD · MPH 과정 수료 후 학위논문을 통과하면 최종 학위가 수여된다.
임 교수는 "졸업 후 진로는 학생이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경력설계가 1학년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공공병원 임상의사 △감염병 · 만성질환 관리 전문가 △공공보건의료분야 정책 전문가 △통일의료 전문가 △국제보건의료 전문가 등을 희망하는 사람을 학생 선발 과정부터 졸업까지 키워나가며, 비전도 제시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교육은 △1학년 1학기: 기초의학총론 △1학년 2학기~2학년 1학기: 기초 · 임상 통합교육 △2학년 2학기: 임상실습 △3학년: 임상실습(파견실습 포함) 과정으로 진행되며 △4학년은 공공의료 트랙(70% 배정, LIC로 운영) · 공중보건 트랙(20% 배정) · 국제보건 트랙(10% 배정)으로 나뉘어 트랙별 교육이 이뤄진다.
1학년 기초의학 과정 · 2학년 임상표현중심 과정은 남원캠퍼스에서 시행되며, 임상표현중심 과정은 국립중앙의료원 및 남원의료원에 위치한 국립공공의대 임상교수가 진행한다. 3학년 임상실습은 기존 실습과 · 질환 중심이 아닌 환자 증상 · 기관 중심의 다학제 협력 실습 형태로 계획해 통합임상실습 과정으로 운영된다. 이는 국립중앙의료원 등 국가중앙병원의 센터별 병원 환경에서 이뤄지며, 남원의료원 파견실습이 병행된다.
4학년 1학기 심화트랙 과정에서 공공병원 임상의사 트랙을 선택한 70%의 학생은 18주 실습 중 △남원의료원 4주 실습 △출신지역의 공공병원 · 의료취약지 병원 14주 실습을 선택한다. 남원의료원 4주 실습은 3학년 과정과 달리 지도사인 프리셉터 관리하에 환자의 병원 방문부터 입 · 퇴원 후까지 환자 진료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추적하는 장기추적통합실습이다. 4학년 2학기의 의료인문학 과정 및 임상표현 기반 총정리를 위한 과정은 남원캠퍼스에서 진행된다.
교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갖춘 교육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한 '의학교육지원센터'도 구축된다. 해당 센터에는 교육지원부 · 교수개발부 · 학생지원부가 설치될 예정으로, 교육지원부는 △수업 · 평가 지원 △임상실습 · 지역사회 · 공공의료 연계 지원 △임상실기지원을 맡는다.
수련기관 · 전공 선택은 원칙적으로 의사 개인의 자율권을 보장한다. 배치 · 경력관리위원회는 졸업 예정 학생 대상으로 가치관 · 추구 경력을 심층 인터뷰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련기관 · 과목을 협의한다. 국립공공의대 교육은 졸업생이 필수중증의료 전문과목을 우선 선택하도록 유도하는데, 제한적인 조건을 만족할 경우 의무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반면, 성형 등 필수 의료 격차 해소와 관계없는 전공을 선택하면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김태년 의원이 9월 21일 대표발의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의거해 졸업자에게는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이 부여된다. 배치 · 경력관리위원회는 지역 내 의료 격차 · 인력 요청 기관 상황 등을 고려해 배치를 결정한다. 의무복무는 △의료취약지 의료기관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지역 책임 의료기관 △중증진료를 담당하는 권역 책임 의료기관 등 로테이션 형태로 배치 · 운영된다. 여기에는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민간 의료기관까지 포함된다.
근무 조건은 해당 근무 기관의 근무 조건을 원칙으로 하되, 취약지 · 비취약지 간 차이를 감안해 추가 근무 수당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경력 개발 관리는 PHEP(Public Health Expert Program)로 운영된다. PHEP를 통해 △의사 개인 특성에 맞는 공적 네트워크 참여 지원 △장기 근무 유도를 위한 법 · 제도 개선 방안 개발과 관련 예산 확보 지원 △개인 맞춤형 교육 관리 및 국내 교육과정 개설 · 국외 연수 지원 △개인별 성격 · 가치관 ·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한 전문 경력 개발 컨설팅 지원 등이 이뤄진다.
임 교수는 "이를 위해 공공보건의료인력 DB를 구축하는 등 공공보건의료 통합인력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훌륭한 의료 인력이 해당 지역 내 공공보건의료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주도하에 관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설립안에 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공공의대 선발에서 수능점수가 너무 높은 사람을 뽑지 않았으면 한다. 반드시 1등급만 가는 의대가 안 됐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의사가 되고 싶어도 성적이 안 돼 못 간다. 정말 최우수 사람만 가는 의대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고,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지금도 의과대학에는 교육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의학교육을 전공한 교수들은 임 교수가 말한 교육과정이 정말 거기에 녹아 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