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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비급여 진료비’ 비교가격 공개 놓고 찬반 팽팽

의료서비스 질적차이 무시돼 vs 동일 적용되는 범위만 공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윤구)에서 상급종합병원 비급여 진료비를 비교·공개한 것에 대해 병원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9일 전국 44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 가격비교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개한 비급여 항목은 ▲상급병실료차액 ▲초음파진단료 ▲양전자단층촬영료 ▲캡슐내시경검사료 ▲교육상담료 ▲제증명수수료 등 6개 항목이다.

조사결과 상급병실료 차액이 최대 8배까지 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삼성서울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 1인실 상급병실료 차액은 48만원인 반면, 단국대병원은 8만원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초음파진단료나 제증명수수료 등 많은 항목들의 병원 간 가격차가 크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면서 병원계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따라 대한병원협회(회장 김윤수)는 지난 11일 심평원이 상급종합병원 비급여 진료비 비교정보를 공개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들에게 의료기관 불신을 조장하고 혼란이 가중될 우려된다며 병원협회와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향후 특정 병원 실명을 거론하지 말아줄 것을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에 요청한 것이다.

병원협회의 주장은 심평원이 각 병원의 입지에 따른 지가 차이, 병실규모, 시설, 구비비품, 시공비 등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급종합병원 비급여 진료비의 단순 가격 비교자료를 공개하면서 특정병원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특정병원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심평원이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한 것에 대해서도 관련단체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심평원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 건강정보서비스부 이지승 부장은 먼저 지가나 병실 시설, 검사장비 등 의료서비스에 있어 질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병원 간 가격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병원계의 주장은 분명히 틀린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환자)입장에서는 비급여 진료비가 얼마인지 알 수 있는 가격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 비교자료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사실 의료법 45조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은 비급여 항목의 가격정보를 환자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각 병원들은 가격고지의무를 지키기 위해 홈페이지 등을 통해 비급여 항목의 가격이 얼마인지에 대해 알리고 있지만 가격정보를 얻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병원마다 시스템이나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명칭이 다르고 정확하게 고지를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정확한 의료지식이 없어 확실히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심평원 이지승 부장은 갑상선 검사를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현재 모 유명 국립병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갑상선 검사 가격정보라도 한번 확인하려고 하면 매우 힘들다. 정보를 찾기도 힘들뿐더러 의료지식이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검사가 비싼 것인지 싼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같은 비급여 항목이라도 지가와 시설 등 의료서비스 수준의 질적 차이가 있어 가격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병원계의 주장에도 무조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검사 장비의 질적 차이에 따라 같은 항목의 검사라도 병원간 차이가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제·증명수수료의 경우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가격 차이를 인정하기 힘든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가격 표준화 작업을 정부차원에서 진행 중이라는 말도 전했다. 또 제·증명수수료과 같은 경우 병원 간 차이 없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와 심평원의 입장이라는 말도 전했다.

그는 비급여 항목으로 6개 항목을 선정하게 된 선정기준에 대해서는 심평원에서 자체 조사 결과, 일반인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항목들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가격정보를 비교·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민들이 관심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 항목 중에서도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드는 항목이고 진료비 비중도 높은 것을 심평원에서 변수를 가려 선정한 것이 이번에 공개한 ▲상급병실료차액 ▲초음파진단료 ▲양전자단층촬영료 ▲캡슐내시경검사료 ▲교육상담료 ▲제증명수수료 등 6개 항목이라는 이야기다.

이 부장은 현재 심평원에서 병원 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가격표준화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이 작업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6대 항목에 대한 가격비교정보를 일차적으로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발표하기 전 비교자료를 공개한다는 사실을 병원계에도 충분히 알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심평원은 지난 해 3월부터 비급여 항목에 대한 비교작업을 시작해 분기별로 수차례 회의를 열었고 이를 통해 의료계에서도 가격정보를 공개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동의했다. 지난 해 12월 11일에는 44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병협 설명회를 열었고 각 병원에 조사자료를 확인 요청했으며 28일까지 각 병원들로부터 회신을 받았다.

그러나 삼성의료원의 경우 1인 병실료가 48만원이라는 조사자료를 확인요청했지만 삼성의료원 측에서 충분한 답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병원간 1인실 가격차이가 8배가 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지만 사실 이 부분도 병원 측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지 과장된 자료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실 삼성의료원 1인실의 최고가는 48만원이 아니라 380만원이다. 그러나 이는 일반 1인실이 아닌 초고가의 특실이다. 심평원 측은 평균 비용보다 현저하게 가격이 높은 특실이나 VIP실 등은 열외분으로 데이터 수집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심평원에 따르면 이같은 수집방법은 최고가의 병실 뿐만 아니라 최저가에도 적용됐다. 예를 들어 1만원 밖에 안하는 최저가의 정신과 병실 등은 데이터 수집에서 제외됐다.

결국 심평원이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현저하게 금액이 낮거나 높은 것은 전부 제외한 결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불신과 오해를 조장하고 있다는 병원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가격비교공개를 하더라도 병원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기로 돼있었다는 일각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비교정보를 공개하는데 있어 어떻게 실명이 빠질 수 있냐는 것이다.

또 이미 언급했다시피 현재도 가격정보를 병원들로 하여금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다만 소비자들이 알기 매우 어려웠었다는 사실을 병원계에도 알리고 향후에 사전협의를 바란다는 문서를 주고받는 등 충분한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한병원협회도 “비급여 진료비가 병원별로 다른 경우 정보공개는 필요하다”고 밝혀 진료비 공개 자체를 문제시 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해야 하는 고지의무가 의료법에 명시돼 있는 만큼 병협입장에서도 공개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러나 국민의 오해와 불신이 유발될 수 있는 이번 경우처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보도자료 배포는 곤란하다”라고 공개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앞으로는 특정 병원 실명 거론을 자제하고 병원협회와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칠 것을 촉구했다.

나춘균 병웝협회 보험위원장 역시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진료비 가격비교정보를 공개하는 것에는 심평원과 묵시적으로 합의가 돼있었던 것이지만 문제는 병원실명을 공개하더라도 단순히 가격만 공개한 것이 아니라 (병원계가 부도덕한 것처럼)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설명을 한 것에 있다”라고 밝혔다.

또 “같은 1인용 병실이라도 병원 간 의료서비스의 차이가 많이 있다는 것을 심평원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남길 여지가 있다”며 “앞으로는 가능하면 공개를 하더라도 사전에 합의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사태로 병원계는 억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시장에 개입해 직접 병원들의 요금을 비교·공개하며 지나치게 ‘가격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우리가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같은 모델이지만 두 배 가까이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성능과 옵션에 있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라며 병원계가 다른 산업에 비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어 억울하다는 심정을 내비쳤다.

사실 병원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정서가 공유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지난 카드 수수료 대란 때 병원계는 “공익업종으로 분류돼 있는 병원의 특성을 감안해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더라도 병원에 대해서는 최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현재 한국의 의료체제에서 병원이 다른 산업과 달리 갖고 있는 공익성을 병원계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같은 견지에서라면 공익업종으로 분류돼 있는 병원계는 최저수수료율을 적용받을 것을 주장함과 동시에 정부의 가격통제도 일정 부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한 병원관계자는 “공익업종이기 때문에 정부통제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정부에서 병원을 보호조차 해주지 않는다”라며 정부에 원망스런 마음을 나타냈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공익성을 갖고 있는 병원이 가져야 할 의무는 그토록 강조하면서 공익업종으로 보호받을 권리는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심평원에서 6대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를 비교공개한 것에 대해 병원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심평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격표준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병원 간 가격비교공개 뿐만 아니라 정부주도의 가격표준화 작업까지 시작된다면 병원계의 불만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여 공개방식 등에 있어 심평원이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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