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천연물 신약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속허가제도가 당국의 소극적 인 태도로 인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충환 의원(한나라당)이 식약청, 해당 업체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약심 회의록, 약심 소분과위원 의견서, 업체의 기제출자료 등에 따르면, 식약청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약심)에서 이 문제가 규정범위 외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방조하고, 약심은 최종판단을 식약청에 떠미는 등 두 기관 간의 책임 떠넘기기 실태가 확인됐다.
현행 의약품등의 안전성ㆍ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이하 안유규정) 제18조 제2항에 따르면, 임상1상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고 효력 및 용법ㆍ용량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는 우선 보조제로 시판을 허가하고 추후에 임상2상의 결과를 통한 유효성 자료를 제출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약심에서는 전임상단계에서 효력을 인정하고 임상1상을 완료한 제품에 대해서 임상2상의 결과로나 제출가능한 유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종판단을 식약청에 떠넘겼으며, 식약청은 약심의 결론을 근거로 하여 현재까지 조건부허가조차 내주지 않고 있다.
특히, 약심의 해당 소분과위원회 모위원이 “전임상단계에서 이미 효력이 인정되어 임상시험을 허가했고, 임상 1상을 통해 연구된 용법과 용량에 근거하여 임상2상을 허가한 만큼 효력, 용법ㆍ용량 등에 대해 재론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약심의 위원들은 “허가조건에 효과를 묻는 데이터는 없으나 효과가 없는 것은 문제다”, “보통약의 경우 3상까지 하고 시판되는데 항암제는 2상까지만 하고, 천연물 제재는 1상만으로 허가되어 기준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면서 부정적인 결론을 유도했다.
또 식약청 실무자는 수차례의 반문을 통해 위원들의 부정적인 결론을 재확인하면서, 위원장이 제안한 “안전성과 용법ㆍ용량은 입증되었으나 유효성은 입증된 바 없음”이라는 결론을 “안전성은 인정되나 유효성 및 용법ㆍ용량은 입증된 바 없음”이라는 결론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천연물 신약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며, 천연물개발촉진법과 안유규정의 신속심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연구개발을 장려해야 할 분야”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당국의 기관 간 책임미루기, 안이하고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중소업체의 연구개발 의지를 꺾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또 “신속심사제는 원래 천연물 신약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식약청이 직접 만든 규정인데, 약심과 식약청의 결론대로라면 해당 규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규정으로 애초에 식약청이 허술하게 규정을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통령의 공약이라니까 그저 하는 시늉만 낸 전시행정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만들어 놓고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제도는 애초에 만들지나 않는 것이 행정력을 낭비하지도 않고 국민을 헛갈리게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