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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형사처벌 받는 산부인과, 젊은 의사들이 분만하려고 하지 않는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제도 분담금 0%, 의료사고특례처리법 통과 반드시 필요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10월 16일 개최한 제 14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사의 과실과 상관없이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관련 제도의 개선 없이는 산부인과 기피 현상이 계속 이어져, 현재도 그렇지만 머지 않아 심각한 의사 부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는 분만 등 언제나 의료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진료과이다.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아무리 조심을 해도, 10만 명 중 1명 꼴로 사망이 발생하지만, 현재 법으로는 사망시 의사에게 책임을 묻고 기본적으로 형사처벌로 대응하려고 하기 때문에 젊은 의사들은 물론, 오래 분만을 한 의사들도 분만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러한 산부인과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분담금 100% 국가 부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제도는 2013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료인의 충분한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분만 과정에서의 불가항적인 의료사고 피해에 대한 보상 제도로, 현재는 보상 재원의 30%를 분만 의료기관이 강제로 분담하도록 돼 있다.

분만 비용의 일부를 바로 국가에서 가져가는 형식으로 집행되고 있으며, 이는 민법상 ‘과실 책임의 원칙’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제도이며 의료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일본과 대만 등 다른 나라의 경우 산과 무과실 보상 제도가 정부 재원 100%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최근 신현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법률안에 따라 우리나라도 불가항적 의료사고에 대한 100% 국가 부담이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의료사고를 일으켰을 때 의사가 환자의 손해배상금 전액을 보상하는 종합공제에 가입돼 있을 경우, 의료인에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처벌 특례를 규정하는 내용이다. 이때 환자의 승낙을 받지 않은 의료행위 등 인정되지 않는 사유는 제외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 ‘의사들이 방어진료를 안해도 되게 하는 법’이며,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동석 명예회장은 “의협 대표 중 한 명으로 필수의료 실무협의체에 매주 목요일마다 참여하고 있다. 특정 진료과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가가 선행이 돼야 하고, 전공의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수가 인상을 해서 특정 과에 수가를 주려고 하면 총점 고정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과의 것을 빼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정책 가산처럼 외부 제원을 만들어서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제원 없이 필수의료를 살리는 것은 허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외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제도 개선이라는 것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등인데, 그게 해결되지 않고는 아무도 진료를 할 수 없다. 의사가 진료행위로 처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10만명 당 1명이 사망할 때, 그것을 산부인과 의사가 책임져야 한다면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손문성 부회장은 “의사 평균나이를 과별로 분석했을 때 외과와 산부인과가 평균나이 53세로 가장 많다. 10년 후면 그 사람들이 대부분 1선에서 물러날 텐데, 현재 분만실을 지키는 의사들이 계속 수가 줄어들면 우리나라 분만 인프라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혜성 수석부회장은 “저도 25년만에 분만을 접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시 형사로 처벌하기 때문이다. 누가 의사를 하면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과를 선택하려고 하겠는가. 의료사고가 났을 때 의사를 보호하고 책임을 묻는 구조에서는 아무도 어려운 과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과를 하는 의사들에게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고, 의사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동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선 공보이사는 “주변 전문의들에게 물어보면 80%가 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저 역시도 분만을 4년 뒤에는 그만두려고 하는데, 의료사고와 분쟁으로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젊은 의사들이 분만을 포기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고, 확실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상윤 총무이사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지원율은 떨어지고, 사람들은 떠난다. 지금도 신생아 중환자실을 담당할 의사가 없어 교수들이 당직을 서는 상황이다. 교수들이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그동안의 시간 때문이다. 교수들이 은퇴하는 5~7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재유 회장은 “의료사고 분쟁 소송에서 이겼어도 병원이 사라진 사례도 있다. 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해서도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에서 산부인과를 포함해 병원을 설립하도록 하는 법안의 재개정과 낙태법의 신중한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신 중절약 ‘미프진’의 허가와 관련해서는 “약이 통과돼도 반드시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도 약물중절과 수술중절 2가지의 방법이 있지만, 약물중절도 2~3일 주의치료를 동반하며 어려움을 겪으니, 부작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