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제도 개편을 두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가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2차 의료개혁안, PA(진료지원간호사) 법안, 의료인력추계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3일 열린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제19차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김미선 공보이사는 “정부의 2차 의료개혁안은 저수가 체계를 외면한 채 과도한 규제만을 강화하고 있다”며 “관리급여제 도입과 같은 독단적 정책은 의료기관의 수입구조를 악화시키고,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도 미비하다”고 밝혔다.
의대생 휴학 및 재적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의 강압적 대응을 지적했다. 김 공보이사는 “의대생에 대한 처벌성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수가 정상화와 필수의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재윤 회장도 “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이처럼 까다로운 휴학 절차는 없었다”며 “지금의 방식은 독재 정권에서나 가능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아주대학교 의대생의 경우, 99%가 휴학을 결의했다는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김 회장은 “위원회 구성에서 의사의 비율이 50%도 되지 않는다”며 “의약계가 포함됐다고 하지만 약업계까지 합산된 것이며, 실제로는 의료계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업인, 자영업자, 소비자단체 등이 포함된 위원회가 의사 수를 결정하는 것은 주먹구구식”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PA 법제화에 대해서도 결사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 회장은 “특히 대학병원이나 수련병원에서는 PA제도를 운영하면 안 된다. 전공의들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전공의를 PA 간호사가 교육하면 수련병원 자격이 없어진다”며 “최소한 수련병원에서는 시행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상윤 부회장 역시 “PA 제도는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을 해치는 제도이며, 의사와 PA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석 명예회장은 PA 제도의 법적 책임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김 명예회장은 “PA 간호사가 어떤 의료행위를 한다면, 마땅히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사가 그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고 밝혔다.
김 명예회장에 따르면 안동의 한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있었는데, 환자의 출혈이 심할 때 간호사의 보고가 없었고 의사도 이를 모르고 있었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해당 간호사는 집행유예를, 의사는 실형 8개월을 살게 됐다. 따라서 또 PA 간호사와 관련한 사고가 발생될 경우 또다시 의사에게 책임이 쏠리는 상황에 대해 김 명예회장은 우려를 표했다.
또한 자궁경부 주위 신경차단술에 대한 적정 수가 책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회장은 “해당 마취술은 산부인과 외래에서 고주파 응고술, 피임장치 삽입, 조직검사 등 시술 시 필수적인 술기”라며 “독립된 시술 항목으로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윤 부회장은 “이 술기는 환자의 통증을 줄여주고 수면진정을 줄일 수 있어 회복에도 긍정적”이라며 “현재 유사한 신경차단술의 수가를 준용해 청구하고 있지만, 이를 자율점검 대상으로 삼아 과징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박혜성 수석부회장도 “산부인과 전문의가 시행할 수 있는 술기임에도 불구하고, 적정 수가 없이 수면마취만 강요받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신마취 유도제인 ‘에토미데이트’의 마약류 지정 추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회장은 “에토미데이트는 중독성이 낮고, 선진국에서도 마약류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마약류로 지정되면 병원 내 관리 부담이 커지고,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박 수석부회장도 “우유색 약제라는 이유만으로 프로포폴과 동일시해 마약류로 지정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손문성 부회장은 필수의약품의 부족으로 산부인과 분야에서 위기가 발생할 뻔한 상황을 공유했다.
손 부회장은 “산부인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자궁 수축제 ‘옥시토신’과 조기 진통 치료제 ‘라보파’, 고혈압 임산부에 쓰이는 ‘히드랄라진’ 등이 고갈 위기를 겪었다”며 “이러한 필수 의약품들은 가격이 저렴해 제약사들도 생산을 힘들어해 공급이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손 부회장은 “현재 임신성 당뇨 검사 약물도 공급이 끊길 상황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부와 관련 기관은 필수 의약품의 공급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