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병상이지만 어머니가 모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행복합니다.”
80세가 넘은 말기암환자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 호스피스 병동에서 투병 중인 이성순(84)씨의 가족들은 복도 한켠에 늘어선 미술 작품을 보며 눈물을 삼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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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의 주인공 이씨가 자궁암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 병동에 온 건 지난 10월이다. 진단 당시 상태가 좋지 않아 완치를 장담할 수 없었던 이씨는 최근 통증이 심해지면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호스피스팀은 이씨의 불안과 공포감을 낮추고 환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작품 전시회’를 제안했고, 이씨는 그동안 직접 그린 작품 100여점을 내놓았다. 12일까지 전시한다.
꽃을 좋아한 이씨의 작품은 대부분 꽃을 주제로 한 것들이다. 꽃은 직접 실물로 본 것과 상상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형상 등 다양하며, 환자의 소박하지만 순수한 삶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간병을 하고 있는 며느리 지모씨는 “어머니는 어린 시절 질병으로 청력을 잃었지만 그림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긍정적인 삶을 살아오셨다”며 “비록 건강이 허락되지 않아 직접 전시회장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전시회장 모습을 사진으로 보시고 정말 오랜만에 꽃보다 더 빛나게 웃으셨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이날 전시회를 둘러본 병원 방문객은 “화려한 색감 뒤에 숨은 소박한 꽃의 모습을 보며 환자가 걸어오셨을 삶의 향기를 느끼고, 이를 통해 저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호스피스팀은 미술치료, 음악치료, 차봉사, 마사지봉사, 환우를 위한 정기 음악회 등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다양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