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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항상 우울…그만둘까”사고·질병에 시달리는 백의천사들


서울 시내 대형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에 근무하던 간호사 김모(36·여)씨는 2004년 혈액투석 치료 도중 주사바늘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깊숙이 찔렸다. 갑자기 움직인 환자 팔에서 투석 바늘이 빠지면서 혈액이 유출되자 급하게 손으로 막다가 생긴 사고였다.

사고 두 달 뒤 김씨는 황달과 구토 등의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았고 C형 간염 보균자로 판명됐다. 사고 직전에 실시한 건강검진에서는 전혀 없었던 병이 새로 생긴 것이다. 김씨는 일주일 입원 치료를 받고 4주간 요양을 한 뒤 다시 업무에 복귀했지만 평생 C형 간염 보균자로 살게 됐다.

환자들의 병을 돌보는 ‘백의의 천사’ 간호사들이 각종 질병과 사고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적절한 대비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대 의대 정재심(임상전문간호학) 교수는 2005년 9월부터 2006년 5월까지 300 병상 이상 전국의 종합병원 36곳에서 발생한 자상(刺傷) 사고를 조사한 결과 간호사에게 발생한 사고가 전체 사고(1085건)의 45.7%(482건)로 가장 높았다고 1일 밝혔다.

사고는 주로 혈액 채취 과정에서 손 부위에 많이 발생했고 주사기(40%)와 봉합바늘(12%)에 의한 사고가 뒤를 이었다. 특히 사고로 노출된 혈액의 21.4%가 B형 간염, 11.4%가 C형 간염, 0.8%가 에이즈 감염 혈액으로 2차 감염 위험이 높았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직원 중 10.5%는 B형 간염백신을 맞지 않았고 39.2%는 본인의 면역성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자상사고 이외에도 손을 자주 씻는 직업 특성상 많은 간호사들이 피부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울대 최명애(간호학과)교수와 정 교수가 공동으로 2004년 7월부터 한달간 강원도 강릉과 경북 대구의 대학병원 간호사 682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52명(36.9%)이 손에 피부염이 있다고 대답했다.

감염예방을 위해 손을 자주 씻어 피부가 약해지거나 독한 소독약품 등에 피부가 손상되면서 손이 건조해 갈라지거나 붓고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피부염이 발생한다. 조사대상 간호사의 53.5%는 근무시간(9시간) 동안 평균 11∼20번까지 손을 씻는다고 답했고 일부 간호사는 ‘너무 고통스러워 일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의 정신건강도 위험한 수준이다. 2005년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간호사 337명 중 73.2%가 ‘종종 우울증을 느낀다’고 밝혔고 2.3%는“항상 우울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간호사는 지난 10년간 12만415명에서 22만4142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지만 병원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일의 특성상 간호사의 ‘직업병’은 지금껏 구체적으로 규명된 적이 없었다”며 “더욱 폭넓은 실태조사를 통해 병원 근무직종에 맞는 사고 예방대책을 따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용택 박지훈 기자(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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