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는 현재 영리 플랫폼 주도로 진행되는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유통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들을 깊이 우려하며,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 질서의 안정을 위해 정부 주도의 공적 플랫폼 구축과 제도적 보완을 강력히 촉구한다.
정부는 영리 플랫폼의 폐해를 직시해야 한다!
비대면 진료는 근본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취약계층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영리 플랫폼이 주도하는 시범사업 기간 나타난 상황은 그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보건의료 현장에 심각한 폐해를 유발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 간 진료 전에 특정 의약품의 명칭을 나열해 지정 처방을 유도하는 등 영리 플랫폼의 서비스 행태는 환자가 원하는 특정 전문의약품을 손쉽게 취득하는 처방 자판기 현상을 초래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제휴·가맹 약국을 등록하면 해당 약국에 처방전을 몰아주어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영업하며, 플랫폼 앱에서도 조제확실과 같은 표시를 하는 등 약국 간 불필요한 경쟁을 조장하고 환자 유입을 독점적으로 유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러한 약국 선택 유도와 지배적 구조를 바탕으로 수익을 최대화하고자 일부 영리 플랫폼업체는 의약품 도매업체까지 인수해 제휴 약국에 노골적으로 특정 약품을 구매하도록 해 약국의 ‘조제’ 기능뿐 아니라 ‘의약품 구매·재고 관리’까지 플랫폼에 예속시키는 구조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민간 중심의 보건의료 공급과 행위별 수가제도를 채택하고 있어서 비대면진료에 대한 적절한 행위량 규제가 없다면, 과잉 진료와 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특히 영리 플랫폼은 이 과정에서 과잉진료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정부 주도의 공적 플랫폼 구축 및 공적 전자처방전달 시스템 도입과 의무 이용 등 제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단일 보험자 체계,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심평원 및 DUR 시스템 등 공적 플랫폼 운영에 적합한 환경이고 실제로 코로나-19기간에는 공적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했다. ‘비대면 진료 중개’와 ‘처방 전송’ 기능이 포함된 공적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도입 원칙에 맞게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정립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또한 플랫폼은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근처 병의원이 노출되도록 하는 방식, 진료·조제 지역에 대한 적절한 제한 등의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의약품에 대한 안내나 노출을 전문가와 환자 간 영역을 왜곡시키는 광고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서도 규제해야 할 것이다. 진료비나 약품비가 표시되는 행위도 반드시 금지돼야 할 것이다.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보건의료의 원칙에 맞게 정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적 전자처방전 발행이 선행돼야 한다. 공적 전자처방전은 처방전 위변조 문제를 예방할 수 있고, 비급여 처방에 대한 관리나 비대면진료에 대한 평가를 통해 비대면진료가 안정적이고 보건의료서비스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이번 의료법 개정안 논의에서 영리 플랫폼의 폐해를 차단하고 공적 플랫폼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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