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통화 시 “담당자 연결 시켜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조차도 간절한 질환이 있다. 류마티스질환 이야기다.
류마티스질환은 전문의 수도 부족하고, 환자들의 인식도 낮고, 심지어 약제까지 고가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수가 책정은 커녕, 정부부처 내에서 류마티스 질환을 담당하는 인력도 없어 말그대로 망망대해에 떠있는 셈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가 25일 의료정책심포지엄을 통해 제도적 개선을 요구했다.
먼저 대한류마티스학회 윤종현 의료정책이사(은평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가 류마티스 질환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필수의료 지원 정책에 류마티스 내과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마티스 질환은 전신질환으로 여러 기관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으로 루푸스와 전신경화증이 있으며, 이들 질환은 전신에 영향을 미쳐 중증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의료 시스템에서는 류마티스 질환 환자들을 지원할 만한 체계가 부족한 실정이라는 것.
이처럼 류마티스내과는 중증난치성질환을 담당하지만, 의료개혁 정책에서는 자주 제외되는 경향이 있다. 의사부족과 낮은 보상 체계로 인해 류마티스내과를 전공하는 의사 수는 줄어들고, 이로 인해 의료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실정이며, 류마티스환자는 중증임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복잡해 응급실 방문도 힘들어지고 있다.
윤종현 의료정책이사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류마티스 질환의 유병기간이 길어지며, 합병증과 장애 발생으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국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는 많지 않다. 류마티스내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는 지역도 많다. 윤 의료정책이사는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환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의료 접근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고 밝혔다.
또 “류마티스질환은 희귀해 대규모 임상시험이 어려워 치료법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며 “의료진의 경험과 숙련도에 의존해야 하지만, 전문진료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은 긴 수련 기간과 낮은 보상으로 인해 류마티스 내과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비교적 생소한 질환이다보니 환자 입장에서도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설명도 나온다.
윤 의료정책이사는 “환자들이 정형외과나 다른 내과로 먼저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진단지연을 야기해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크다. 환자교육의 필요성도 크다”며 특히 “질병이 만성화됨에 따라, 환자가 자주 재발하고 약을 중단하게 돼 치료 결과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정부 부처 내에서도 류마티스질환만을 담당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류마티스질환을 담당하는 인력이 지정돼 ”어느 분이 담당이니 연락 연결시켜드리겠습니다” 하는 소리를 단 한 번만이라도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두 번째 순서로 김현숙 진료지침이사는 류마티스질환의 다양성에 따라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이 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제도적 개선을 통해 전문의에 의한 환자 맞춤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등록과 재등록 기준을 강화해 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진료지침 이사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질 지표 개발과 적정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희귀질환이나 중증질환의 경우, 국가 고시에 따라 진료비 본인 부담률이 10%로 줄게 돼 환자들이 적정진료와 검사를 받으며 고가의 약제도 낮은 부담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암이나 뇌혈관질환 등의 다른 중증질환처럼 특정 기간 동안만 지원되지만, 류마티스질환은 계속적인 등록과 재등록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김 진료지침이사는 “류마티스질환은 환자별 맞춤 치료가 필수적이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강직척추염은 류마티스 질환 중 대표적인 산정 특례 질환으로, 진단 기준에서 임상 진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규정상 꼭 류마티스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임상 진단에 의해 산정 특례 등록이 가능해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가의 약재 사용 시 적절한 진료를 받지 않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김 진료지침이사는 “일부 건선 관절염 환자의 경우 비전문의에 의해 과도하게 등록돼 불필요한 약제 사용이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환자들이 불필요한 약물 부작용을 겪게 하는 것은 물론 진료에 필요한 예산도 줄어들게 한다. 따라서 재등록 기준을 강화하고, 류마티스 전문의에 의한 재등록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류마티스 관절염은 대표적인 류마티스 질환으로,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지면 일상생활을 문제없이 영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모니터링이 중요하며, OECD와 같은 선진국에서도 질 지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2015년부터 지표관리 연구가 시작돼 2021년 평가 항목이 선정됐고, 2022년 예비 평가가 시행됐다. 진단과 정기 검사는 잘 이뤄지고 있지만, 교육과 질병 활성도 측정의 미비로 인해 조기 처방률이 낮은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비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본 평가가 진행 중이며, 환자 교육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수가 신설이 검토되고 있다. 환자의 적절한 교육을 통해 희귀∙중증 질환 관리의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적 개선을 통해 류마티스 전문의가 환자의 선별과 치료 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상원 의료정책위원은 ANCA연관혈관염 치료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 이약
ANCA연관혈관염은 작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질환은 34가지 유형이 있으며, 그 중 ANCA연관혈관염은 세 가지 주요 타입이 있다.
대한민국 내 ANCA 연관 혈관염 환자 수는 현미경적 다발혈관염이 약 1341명, 육아종 다발혈관염이 약 135명으로 추정됩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약 323명의 환자를 보고하고 있으며, 스테로이드와 항암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비율이 각각 94%와 52%에 이른다. 사망률은 약 14%이며, 두 가지 치명적인 타입에서는 17%에 달한다.
이 의료정책위원은 “ANCA연관혈관염은 치료가 복잡하고, 일부 환자는 항암제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약물의 급여 기준이 모호해 치료비 부담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비보험 약물의 경우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ANCA연관혈관염은 진단이 쉽지 않으며,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 환자의 활성도, 손상 정도 및 삶의 질 평가를 위해 의료진은 주기적으로 환자와 상담하며, 이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된다”고 했다.
끝으로 “ANCA 연관 혈관염은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높은 사망률과 치료의 복잡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치료제의 빠른 적용과 보험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도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차봉수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 및 중증진료 등을 중심으로 의료개혁이 이뤄지고 있어 필수의료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길 기대하지만 류마티스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이 소외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류마티스나 희귀∙난치질환에 대해 정부와 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보다 나은 치료환경이 마련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