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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응급실, 의료인 희생으로 버텨…응급의료인력 보호 노력해야”

서울성모병원 임지용 교수 “의료분쟁 발생 대비해 병원 자체의 법률적 역량 키워야”
바쁜 응급의료 현장이지만 당일 의무기록 작성 중요성 등 강조돼

응급의료체계 유지하려면 ‘응급의료인력 법적 보호’ 시급하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대한응급의학회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임지용 교수 연구팀이 대한응급의학회지 2023년도 12월호를 통해 ‘응급의료와 형사책임, 그리고 추세’ 연구를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2인과 전공의 1인 및 변호사 1인으로 구성된 임 교수팀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응급의료 관련 형사소송판례를, 대한민국 법원의 판결문 인터넷 통합검색 및 열람서비스(www.scourt.go.kr)를 이용해 2371건 수집했으며, 수집한 판례 중 응급진료에 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례를 선별해, 업무상 과실치사 사건 22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의료적 관점에서는 비슷한 사건이지만, 판례들을 보면 판결이 달라질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는 진료에서 그 환자가 갖고 있는 ▲개인적인 부분(환경, 진료순응도, 나이, 성별 등)과 ▲여러 진료에 관한 부분(병원 규모, 진료 형태, 당시 상황 등) ▲판사, 검사, 변호사의 법적인 견해나 성향, 재판에서 쟁점들이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에 따르면 국민생활 수준과 권리 의식이 향상되면서 우리나라 의료소송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과거에는 민사소송만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형사소송을 함께 진행하거나 민사소송 이후 추가로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과 형사 소송의 결과도 2015년 이전의 유죄 판결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면 2016년부터는 벌금형보다는 금고형의 유예 등 더 높은 수준의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등 우리나라에서 의료분쟁이 점점 형사화 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났다.

반면에 구미 선진국의 경우, 프랑스는 지난 26년간 일반의에 대한 형사 처벌은 14건에 그쳤고 그마저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은 2000년까지 30년간 17건, 22명의 의사가 기소되어 8명이 최종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최근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151건 가운데 4건만 유죄가 확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캐나다는 의료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 처벌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는 사실도 보고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원은 의료 분쟁 발생 시, 원내에 법적 문제에 관해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법무 관련팀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실제 재판에 관여하는 곳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법률사무소와 계약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게 되므로, 의료 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병원 자체의 법률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무엇보다도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현장은 항상 바쁘고 혼잡하지만, 재판부에서 가장 신뢰하는 증거인 의무기록을 진료 당일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더불어 연구팀은 “응급실에서 진료기록을 작성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추가 기록 작성에 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등 여러 정황상의 이유로 진료기록을 신뢰하지 않고 나아가 허위기재로 판단해 의료법을 적용한 판례까지 있음을 보고하며, 추후 작성된 추가 의무기록은 또 다른 의문과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음”을 경고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응급실 환경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진단과 처치 과정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의료인들의 희생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누구에게나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를 포함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지만 야간이나 새벽, 주말이나 공휴일에 너무나 많은 환자가 응급실로 내원해 그 가운데 중증응급환자를 빠르게 파악하고 치료하는 것은 한계에 노출될 때도 있음을 고려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대형 의료기관의 경우, 상당수의 병원들은 이미 감당할 정도의 수용능력을 벗어난 많은 수의 응급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의료 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며,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법적인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를 온전하게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고 위해서는 의료인과 응급의료종사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국민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창간 35주년을 맞는 ‘대한응급의학회지(Journal of the Korean Society of Emergency Medicine)’는 우리나라 최고의 응급의료 전문 학술단체인 대한응급의학회(회장 박정배, 이사장 김인병)의 공식 국문 학술지로서, 전문가 심사를 통해 격월간 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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