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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은 ‘의료법 위반’ 해당 안된다?

法 “한의사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판단기준 새롭게 재구성할 필요 있어”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인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죄의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최근 한의사 A씨가 2010년 3월경부터 2012년 6월까지 환자 B씨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총 68회나 사용한 행위가 의료법 위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종래의 대법원은 한의사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의료기기·의료기술 이외에 의료공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제작된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4개의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

위 4개의 항목은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해당 의료기기 등의 개발・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해당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 이론·원리의 응용·적용을 위함으로 볼 수 있는지, ▲해당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 지식·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사용해도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없는지 등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해 종전 판단기준을 새롭게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먼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과 관련해 초음파 진단기기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 장치 및 특수의료장비에 해당하지 않아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없으며, 한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의원에서 초음파 검사료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법정 비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나,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 등에 해당하는지와 의료법상 허용되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봤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밝혔다.

초음파 투입에 따라 인체 내에 어떠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없고, 임산부나 태아를 상대로도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사건에 사용된 초음파 진단기기인 ‘범용초음파영상진단장치’는 의료기기 법령상 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를 뜻하는 ‘위해도 2등급’으로 지정돼 있음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한, 과거 헌법재판소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한 바 있으나, 그 당시 대비 현재 한의과 대학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의료행위의 전문성 제고의 기초가 되는 교육 제도・과정이 지속적으로 보완・강화돼 왔음을 전했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의료계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는 인체 내부를 보는 소위 ‘제2의 청진기’로 인식될 만큼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되는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해 한의사에게 진단 보조도구로서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 증진 기여 및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에 해당함을 강조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됐다고도 볼 수 없다는 견해도 내놨다.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하여 발명・제작된 것이므로, 그 과학기술의 원리와 성과를 한의사 아닌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보조적 진단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에서 유래한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한의학적 원리와 배치되거나 무관하다고 볼 수 없음을 설명했다.

또, 진단·치료행위를 고찰하면, 한의사가 환자에게 침술·한약 처방 등 한방치료행위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질환의 변증유형 확정을 위해 이뤄진 진단행위 역시 한의학적 원리와 일정한 관련성을 지닌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대법원은 한의사 A씨가 이 사건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의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당 사건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아울러 진단용 의료기기의 사용 해당 여부 등에 관계없이 ‘종전 판단 기준’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모두 이번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판례를 변경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며,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한의사가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면서 동시에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해 한의사가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더라도 의료법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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