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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 합법?…유사 소송, 어려워질 듯②

다른 진단기준 이용해 ‘자궁내막증식증’ 판별하는 무면허 의료행위 이뤄졌을 가능성 있어

최근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죄의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번 판결로 인해 환자 안전과 피해를 입은 환자의 권리, ‘무면허 의료 행위’ 단속 등에 대해 ‘빨간불’이 켜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의료법학회, 대한의료법학회, 대한의학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환자 보호를 위한 과학적 의료의 정립과 사법부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가 17일 오후 2시에 ZOOM 웨비나를 통해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동진 교수는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앞으로 무면허 의료에 해당할 수 있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의료소송이 힘들어진 것에 대해 비판했다.

먼저 이 교수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피고인인 한의사가 어떤 이유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어떻게 사용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을 통해 일부 한의원들이 미국 산부인과학회에서 제시한 진단 기준을 올려놓은 정황을 고려할 때, 피고인인 한의사도 보통 산부인과에서 하는 방식으로 자궁 또는 자궁 내막의 두께를 비교해 ‘자궁내막증식증’의 여부를 진단·판별하는 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만약 이처럼 진단 행위가 이뤄졌다면 해당 사안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다만, 무면허 의료행위를 밝히려면 수사 과정에서 한의사가 그렇게 진단했다는 자백 또는 그렇게 진단할 수밖에 없었던 간접 증거를 확보했거나, 한의학이 독자적인 진단 방법을 갖고 있지 않아 미국 산부인과학회의 진단기준을 인용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검증이 이뤄졌어야 하나, 이번 사건에서는 검증·증거가 확보되지 않았음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이 교수는 대법원이 판결하면서 “주된 진단 방법은 ‘복진(촉진)’이며, 초음파 진단기기는 보조적으로 사용했다”라고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만 하면 다른 분야의 것을 갖다 써도 괜찮다는 내용의 말도 안 되는 논리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논리가 판결문에 명시되면서 결과적으로 앞으로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을 기소하는 데에 어려움이 생긴 것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다수의 재판관들이 이번 사건에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단한 것은 한의학적으로 진단한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의견을 낸 것에 대해 “이번 사건의 경우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유죄라고 말하기 어렵다” 정도가 진실된 부분이었을 텐데, 쓸데없이 강하게 들어간 부분이 있다는 견해를 비췄다.

이외에도 이 교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소인이 치료 방법을 한의학적인 방식을 선택하고 싶어서 한의원으로 갔던 것 같은데, 무려 2년 3개월 정도에 걸쳐서 68회 초음파 진단을 받았던 것에 대해 지목했다.

그 이유는 생리 기간을 빼면 사실상 공소인이 매주 한의원에 가서 초음파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으로, “진단 또는 매주 호전 양상 확인을 한의원에서 받은 것이 아님에도 2년 3개월 동안이나 계속 한의원만 다녔던 것은 한의원에서 영업을 위해 이뤄졌던 행위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이 교수는 일부 한의원에서는 진단과 관련해 서양 의학적인 지견에 해당하는 설명을 다 붙여놓고 초음파 관계된 이야기도 써놓은 곳들이 있음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환자 입장에서 ‘자궁내막증식증’에 대한 질환명과 관련된 설명, 초음파 사진을 계속 찍는 행위들을 통해 한의원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라고 오해를 하게끔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이는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므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의사는 과학적인 의료를 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사건과 같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제3의 길이 계속 만들어지고, 제3의 길이 애매하게 갈라지면 다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제3의 길’이 새로운 시험적 의료처럼 취급을 받게될 경우 장기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가 늘어날 수 있으며, 그대로 의료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우려가 있는 바, 이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