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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한의학 진단, 의료기기보다 ‘정확’?…대법원이 입증해라③

주 진단과 보조 진단으로 의료기기 사용 간의 관계 입증해야

최근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죄의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나서서 한의학적 진단이 보조 진단으로 의료기기의 진단을 사용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다는 것을 입증해 판결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의료법학회, 대한의료법학회, 대한의학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환자 보호를 위한 과학적 의료의 정립과 사법부의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가 17일 오후 2시에 ZOOM 웨비나를 통해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박형욱 교수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후진성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먼저 박 교수는 대법원이 진단용 의료기기가 치료용 의료기기를 구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의료법에는 진단기기와 치료기기를 구별해서 업무 범위를 허용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는 근거가 없음을 설명하면서 “진단용 의료기기에 한해 어떠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법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 법을 만들어낸 것이며,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의 판결에서 진단용 의료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주 진단 수단과 보조 진단 수단 간의 관계를 고려해 봐야 함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박 교수는 “주 진단이 보조 진단보다 더 정확해야 하고, 어떤 치료에서 어떠한 효과가 나는지 더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주 진단과 보조 진단 사이의 관계가 어떠한지가 규명돼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한의학적 진단이 의료기기의 진단보다 더 정확하다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라면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한 진단 보조 진단과 한의학적 진단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무엇보다 박 교수는 환자의 질병 진단과 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진단 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윤리적인 행위임을 강조했다.

예시로 지난 2016년에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젊은 29세 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초음파 골밀도를 이용한 골밀도 측정 시험을 펼쳤다가 대한골대사학회 양기현 회장이 김필건 한의협 회장의 시연은 엉터리라는 비판을 들었던 사례를 들며, 오진으로 인해 불필요한 의약품을 남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전했다.

또한, 대법원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서 한의사만 오진 가능성이 없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없다’라는 내용의 판시에 대해서도 “초음파 진단기기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간호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오진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한 통계도 없다”라면서 “나올 수가 없는 통계를 들어서 정당화하는 것은 이상하다”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한의학은 국제적으로 ▲전통의학 ▲보완대체의학 ▲통합의약 등으로 불리고 있음을 설명하며, 영국 침술학회의 윤리에 대해 소개했다.

해당 윤리에 따르면, ‘환자의 상태가 완전히 이해되지 않거나, 심각해질 수 있거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침술이나 한약을 처방해서는 안 되며, 그러한 환자는 환자의 주치의에게 의뢰해야 하며 치료를 거절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었다.

박 교수는 위의 윤리를 근거로 “다른 외국에서도 의료진들이 자신들이 배운 학문적 원리를 넘어서 초음파 진단기를 사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논리가 통용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대법원의 ‘초음파 원리가 서양의학적 원리에 전적으로 기초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판시에 대해서는 현대의 의학은 해부학과 병리학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변중 유형 확정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 증거가 있어야 함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박 교수는 대법원의 ‘한의학은 전통의학을 기초로 과학적으로 응용해 개발한 한방 의료 행위를 포함하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에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의 범주에서 벗어났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전통 의학에 대해 근거 중심 의학을 갖추도록 한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에 비추어 한방의료의 과학화는 불가피한 시대적 요청’이라는 판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가 전통의학에 대한 근거 중심 의학 체계를 갖추도록 권고한 것은 사실이나, 전통의학 시술자에게 갑자기 의사가 사용하는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비약”이며, “세계보건기구의 ‘전통의학 전략 2014~2024년’ 그 어디에도 그러한 내용은 없다”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허용하겠다’라는 내용의 대법원의 논리는 사실 의료 영역에서는 처음 보는 과도한 주장이며,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후진성을 드러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끊임없이 검증하고 개선해 나가는 현대 의학과 그 수행자에 대해서 검증이 무엇인지 모르고, 의과학적 사고 방식이 무엇인지 모르는 대법원이 상상력에 의존해서 이것이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단정한 판결 때문이며, 이번 판결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은 오로지 국민이 감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박 교수는 “이 판결은 무모한 사법 적극주의의 한계로 보인다”라면서 “법리의 구성에 있어서 법원은 재량이 있겠지만, 법리를 구성하기 전 단계의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는 필요한 검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 대법원이 사법 적극주의의 이념에 따라 환자의 도움이 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렸다고 판단한다면 대법원이 주도해 그에 대한 검증을 시행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