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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코로나19로 인한 헌혈 감소, 지정헌혈 증가로 이어져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헌혈자를 구하는 지정헌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

혈액 공급 문제와 관련해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직접 헌혈자를 구하지 않게 만들어달라”는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헌혈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백혈병환우회가 주관한 지정헌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국회토론회가 8월 18일 열렸다. 아주대학교 진단의학과 임영애 교수가 좌장을 맡고,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가 지정헌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패널로는 은평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지향 교수,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헌혈증진국 박기홍 국장, 대한산업보건협회 한마음혈액원 황유성 원장, 지정헌혈 플랫폼 ‘피플’ 김범준 대표,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 김정숙 과장 등이 참여했다.


지정헌혈은 헌혈자가 의료기관 및 환자를 지정해 헌혈하는 것을 말한다. 지정헌혈은 일반 헌혈과 다르게 환자와 보호자가 직접 헌혈을 요청하는 수고를 거치며, 기증자가 수혜자가 서로를 알게 된다.


좌장을 맡은 임영애 교수는 “지정헌혈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꼭 필요한 헌혈이지만,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느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토론회의 개최 목표를 밝혔다.



본격적인 발표와 토론에 앞서 당사자 목소리로 환자와 헌혈자 대표 1명씩의 목소리를 듣는 순서가 있었다.


자신을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로 소개한 A씨는 “19번의 혈소판 수혈 중 9번을 지정헌혈로 받았다”며, “지정헌혈 경험은 환자들에게 흔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당장 병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상황에서 지인에게 연락을 해야 했고, 투병 사실을 공개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며, “환자들이 심적부담을 줄이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백혈병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성분채혈혈소판 수혈은 보관기간이 5일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급에 더 큰 어려움이 있고, 지정헌혈 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헌혈자 대표로 나온 B씨는 헌혈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나 공간 문제로 인해 헌혈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직장인은 근무시간 때문에 평일에 헌혈을 하기 힘든데다가, 지방에서는 혈소판 헌혈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대구경북의 경우 2~3곳 밖에 없을 정도로 적다”고 말했다. 또 “지정헌혈은 특정환자를 지정해서 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사실이나, 답례를 거절하거나 받는 과정에서 헌혈의 순수성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가 환자와 헌혈자의 목소리를 포함한 ‘지정헌혈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안 대표는 “문제의 핵심은 저출산 고령화와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한 혈액 부족이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정헌혈 통계가 만들어졌는데, 꾸준히 지정헌혈 횟수가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정헌혈 문제에 대해 작년에는 대한적십자사 주관으로 지정헌혈 절차 개선 TF를 구성·운영했지만, 오히려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으로 인해 20년의 2배이자 전체 헌혈건수의 5.4%에 해당하는 14만2355건의 지정헌혈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안 대표는 환자와 환자가족 입장에서 지정헌혈의 문제점으로 8가지를 들며 심리적 불안감, 치료상 어려움, 투병·간병 소홀, 매혈 조장, 개인정보 노출, 수혈 불공평, 병원 관계자에 대한 불신, 환자 사망시 미안함을 제시했다. 특히, 백혈병을 알리고 싶지 않지만 지정헌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알려야 하고, 지정헌혈을 하기 위해 교통비를 들여서 오는 환자들에게 사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을 지적했다.


헌혈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으로는 ▲헌혈을 장려하는 헌혈공가제가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 헌혈의집·헌혈카페 운영시간이 8시까지여서 평일에는 혈소판헌혈이 어렵다는 것, 아직 전국 29개 헌혈의집·헌혈카페에는 혈소판 채혈장비가 마련되지 않았고, 혈소판성분헌혈 예약자나 대기자가 많아서 원하는 시간에 헌혈할 수 없다는 것 등을 지적했다.


종합하면 지정헌혈 문제 해결방안은 전혈 지정헌혈과 성분채혈혈소판 지정헌혈로 구분해 마련해야 한다며, 전혈 지정헌혈 문제는 적극적인 헌혈증진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성분채혈혈소판 지정헌혈은 채혈 시간이 길고, 보관시간이 짧은 점 등 여러 요건을 고려해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분채혈혈소판 지정헌혈 개선 방안으로는 ▲헌혈 공가제 활성화, ▲헌혈 조퇴제 활성화, ▲성분채집혈소판 채혈장비가 있는 헌혈의집·헌혈카페의 평일 운영시간 1시간 연장 시범사업 검토, ▲예약 현황 실시간 확인 시스템 도입, ▲혈소판 사전예약제 활용 고도화, ▲조기 헌혈교육 환경 조성과 혈소판성분헌혈 대국민 홍보와 교육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은평성모병원 임지향 교수는 “지정헌혈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 프로세스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헌혈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라며, “병원에서도 혈소판 헌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헌혈이 줄어드니까 지정헌혈이 늘어나고 있고, 수치보다 현장에서 피부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은 더 크다”며, “환자쪽의 애씀이 아니라 전문가와 전문단체에서 시스템적으로 어려움을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박기홍 헌혈증진국 국장은 “실질적으로 헌혈에 대한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최근 헌혈 교육을 교과서에 반영하고자 했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현재는 헌혈자가 줄어서 지정헌혈이 늘어난 상황이다. 지정헌혈은 묶여있는 혈액으로 다른 곳에 쓸 수 없고, 불필요한 지정헌혈을 줄이는 것은 혈액 공급을 원활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근무시간 연장에 관한 부분에서는 “적십자사 직원 대부분이 여성이며, 최근 노조합의에 의해 주말 근무시간이 줄어든 것”이라고 소개하며, 근무시간 1시간을 늘리면 채혈량은 늘어나겠지만 수반되는 비용이 더 많다며, “그 외에도 헌혈자를 더 유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음혈액원 황유성 원장은 “지정헌혈은 일반 헌혈이나 장기 이식 수술과 달리 기증자와 수혜자가 서로 알게 되고, 이로 인한 문제가 수반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정헌혈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 의료기관의 혈액 수요 적정화를 위한 자가수혈 장비 마련 의무화, ▲ 정부 내부지침, 기업 사회공헌 실적으로 헌혈 장려, ▲ 헌혈섭외전문가 배치, ▲ 찾아가는 혈액원 운영 등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지정헌혈 플랫폼 ‘피플’의 김범준 대표는 헌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정헌혈의 장점을 활용하자고 말했다. “헌혈 가능 인구가 증가했음에도 헌혈자가 감소한 것은 헌혈 문화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헌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지정헌혈이 될 수 있으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지정헌혈 플랫폼의 20%는 생애 첫 헌혈자”라며, “지정헌혈을 통해 생애 첫 헌혈자를 만든 다음 지속적으로 헌혈을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김정숙 혈액장기정책과 과장은 “오늘 토론회를 들으며 정책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코로나로 인해 지정헌혈이 증가한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크게 안정적인 혈액 수급 관리와 지정헌혈 관리체계 개선이라는 2가지 부분에서 접근하려고 한다”며, “작년부터 시행중인 헌혈 증진과 의료기관 관리 정책을 보완하고, 지정헌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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