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가 채혈에 앞서 실시하는 문진과정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군인 900여명의 소중한 혈액이 폐기처분되고 약 5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이애주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5월 발생한 ‘MMR 예방접종 후 헌혈유보기간내 단체헌혈 사건’과 관련, 질병관리본부의 ‘수혈자 및 원인조사 결과’를 받아 분석한 결과다.
지난 4월~5월 적십자사는 부산·광주·강원·전북 등 4개 지역 군부대의 군인을 대상으로 단체헌혈(884명)을 실시했으나 헌혈 1개월내에 MMR 예방접종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질병관리본부는 잔여혈액 폐기, 수혈자 안전확인, 원인조사 등의 조치를 벌여왔다.
MMR(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은 예방접종 후 1개월까지 헌혈금지 기간이다.
884명의 혈액은 2405단위로 제조, 이 중 1220단위의 혈액이 557명에게 수혈됐으나 역학조사 결과 다행히 수혈자들에게서 이상반응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잔여혈액은 전량 폐기처분돼 적십자사는 신선동결혈장 3300여만원, 농축적혈구 963만원, 동결혈장 273만원 등 정상출고시의 혈액제제 수익 4834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단체헌혈 기획과 문진과정 모두에서 업무지침 위반사실이 발견됐다.
각 혈액원의 기획과는 단체헌혈을 기획하면서 해당 단체의 질병상태·예방접종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장병들에게 단체접종이 헌혈과는 무관함을 안내하는 실수를 저질른 것.
기획과의 이 같은 안내 후 헌혈장병들은 헌혈기록카드에 ‘예방접종사실 없음’이라고 기록했고, 문진 간호사들은 장병들이 1개월 이내에 2종의 예방접종을 받은 사실을 일부 인지했음에도 접종내용을 파악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들은 일부 예방접종 사실을 기록한 문진기록에 대해서도 부적격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해 헌혈자 동의하에 해당항목을 ‘예방접종사실 없음’으로 정정하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애주 의원실이 각 혈액원의 채혈지침 관련 교육현황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기획과는 의무관리실이나 간호과·제제공급과 등 다른 부서와 달리 기본교육과 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간호과는 매년 기본교육·재교육 횟수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초적인 과정인 ‘문진’에서조차 결정적 실수를 저질러 부실교육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적십자사는 최근 부산혈액원 구모 기획과장을 비롯한 기획과 직원과 전북혈액원 문진담당 간호사 등 4명에게 감봉·견책조치를, 부산혈액원 A 원장 등 6명에 경고, 부산혈액원 B 의무관리실장 등 4명에게 주의조치를 내렸다.
적십자사 처벌규정에 따르면 감봉·견책은 징계 중에서도 경징계에 해당한다.
이애주 의원은 “현재 채혈, 검사 및 제조, 공급업무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직원교육과 담당자 업무적격성 평가를 혈액원 전 직원으로 확대실시하고 헌혈기획부터 공급까지 전 업무과정에 대해 관련 법령 및 내부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내부감시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업무소홀로 인해 귀중한 혈액의 폐기처분, 금전적 손실을 입힌 직원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