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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제주대병원, 임신 6개월 차 심정지 산모 만삭 출산 성공

매우 드문 일, 아기 역시 후유증 없이 잘 커가


제주대학교병원(병원장 송병철)은 지난 6월 국내 처음으로 임신 6개월 차 심정지가 있던 산모에게 심폐소생술 및 적절한 산전관리를 시행해 만삭 출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미국(Nationwide inpatient sample, NIS)과 영국(Royal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aecologists)의 데이터에 따르면, 임신 중 심정지는 1만~2만 명의 산모 중에 한 명으로 매우 드문 일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임신 중 심정지 환자에 대해 보고된 케이스가 단 두 건 있었고,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 각각 임신 8개월과 임신 9개월의 산모였으며, 심폐소생술과 동시에 제왕절개술이 시행됐으나, 두 산모와 8개월에 태어난 아기는 사망했고, 9개월에 태어난 아기는 저산소허혈뇌병증을 진단받았다.

이처럼 임신부에서의 심정지는 산모와 태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일반적인 심정지와 다른 부분이 있으며, 예후가 좋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심정지 임신부 A씨는 43세로, 체외 수정을 통해 얻은 귀한 아이를 임신한 지 6개월 차에 갑자기 심정지가 생기며 쓰러졌다. 목격자의 신속한 신고로 119 구급대원들의 제세동기를 이용한 전문소생술이 이뤄졌다. 다행히 응급실 도착 전 심장은 자발순환회복(return of spontaneous circulation, ROSC)이 됐으나, 심장기능은 정상 기준의 절반 이하였으며, 부정맥이 계속 관찰돼 산모와 태아의 생존을 안심할 수 없었다.

이에 산부인과, 심장내과의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가 이뤄지면서 점차 회복이 되는 듯했으나, 자궁조기수축이 생기고 조기분만의 우려도 있어 입·퇴원을 반복하며 위험의 순간을 넘겼고, 산모 또한 치료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만삭 출산을 계획했다.

출산 전 산부인과 의료진은 심장내과, 마취과 의료진과 함께 혹시 모를 응급상황을 대비하면서 출산의 모든 준비를 마친 뒤, 지난 6월 16일 산부인과 김리나 교수의 집도 하에 2.55kg의 건강한 남아를 출산했다.

수술 당시에도 불안정한 혈압과 부정맥으로 위험한 순간도 있었으나 모든 의료진의 밀착 감시로 안정화됐고, 심정지가 생겼던 이후부터 함께 마음 모았던 정성이 더해졌는지 산모는 무사히 아이와 함께 퇴원할 수 있었다.

A씨는 현재 산부인과와 심장내과의 외래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으며, 산모의 심장 질환에 대한 정밀한 검사와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고 있고, 아기 역시 후유증 없이 잘 커가고 있다. 

심장내과 부기영 교수는 “급성 심정지가 발생해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들의 경우 초기 적절한 심폐 소생 과정의 유무가 장기적인 환자의 예후에 매우 중요한데,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 태아나 산모 또는 둘 모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었으나 다행히 심정지 후 심폐소생술이 바로 시행됐고, 119 도착 후 제세동 전기 충격이 적절히 시행돼 환자 및 태아의 상태가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돼 두 생명을 모두 살리는데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빈맥성 부정맥에 의한 심정지가 발생한 환자가 응급실을 내원하게 되면 심정지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며, 또다시 심정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생 후에는 원인이 될 수 있는 심장질환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고, 뚜렷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 체내 삽입형 제세동기 수술을 시행해 심정지의 재발을 예방해야 하지만, 산모의 경우 추가적인 원인 검사에 대한 한계가 있고, 제세동기 삽입 수술 또한 시행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했다.

이어 “환자의 경우 심장 기능이 저하돼 있고 심근병증이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언제든지 부정맥 및 심정지가 재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에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임산부에게는 약물치료 또한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심정지 약물만 투약하면서 경과를 보기로 결정하고 다행히 안전하게 출산하게 됐다”며 “지금부터는 환자의 장기적인 심장 내과적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약물 치료 및 제세동기 삽입 치료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수술을 담당했던 산부인과 김리나 교수는 “임신 중 심정지는 매우 드물고, 예측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생 시에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에 직결되는 중요한 위험인자가 된다”며 “심장질환을 가진 고위험 임신부가 늘어나면서 심정지 발생률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며, 임신 주수에 따라 처치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숙지가 있어야 신속하고 적절한 판단으로 산모와 태아의 안전한 소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급박하고 모두가 긴장했던 그 순간, 구급대원 및 의료진들이 함께 한마음으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했고, 산모의 간절한 마음이 더해져 아름다운 성공이 가능했던 게 아닐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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