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공공병원과 공공병상의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공공의료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몇 가지 제언들이 나왔다.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24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2030을 향한 건강도시 안전망 구축’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공공병원이 작은 규모에 인력은 부족하고, 신뢰도는 낮으며,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있지만, 기존의 정부정책은 시설과 장비에 대한 지원에만 그쳤고, 공공의료 강화에서 국립대병원 역할에 대한 논의는 빠져있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공병원 중 신뢰를 많이 받고 질 좋은 병원은 국립대병원이지만, 정작 공공의료 관련 문제를 이야기할 때 국립대병원을 빼놓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를 빼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공공병원 강화를 논의할 때 어떻게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을 포함한 공공병원이 서로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서 공공의료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도를 높일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흩어져 있는 공공병원들을 하나의 의료원 체제로 묶어서 역할분담하며 서로 협력하도록 하고, 국립대병원과 공공병원을 묶어 진료협력체계를 갖추고, 여기에 국립의전원을 포함시켜 필수의료 분야의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더해 그는 국립중앙의료원(NMC), 국립암센터, 국립재활원, 국립정신병원을 하나의 의료원 체제로 엮을 것도 제안하며 “(이렇게 되면) 정신-의료-재활-암-응급-감염병을 아우르는 공공의료 분야에 대한 국가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지역의사제와 지역간호사제 도입 필요성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의료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지 않고서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면서 “대도시 말고 취약지에 의과대학을 세우고, 의과대학생들과 전공의들이 대학병원 등 큰 병원에서만 근무하도록 하지 말고, 지방의료원이나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경험을 갖도록 해야 지역의료에 관심이 생기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중증환자의 3차병원 접근성을 보장하는 전략에서 좋은 병원을 고르는 정책이 우선돼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질이 떨어지는 병원을 지정해서 육성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목표가 돼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진료권을 세분화하고, 접근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빈 지역의 병원들을 지정해 육성하는 체제로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정책연구원 이용갑 원장은 공공병원의 역할 정립과 확대, 인력 확충뿐만 아니라 공공병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사람들이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의 경우 서울시병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서울대병원이라고 생각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도 세브란스병원과 관련된 병원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공병원을 확대하고, 역할을 정립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막대한 자원투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