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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유전병 출산 원천봉쇄 ‘착상전 유전진단법’ 통해

제일병원 “보험적용ㆍ정부지원 제한 등 비용문제 걸림돌”

매년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약 50만 명 중 약 2%인 10,000명 정도가 크고 작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불치의 유전병을 지닌 부부의 경우 임신 자체를 포기하는 등 유전병이 가져다주는 가정의 고통과 사회적 손실비용은 엄청나다.

그러나 최근 시험관아기 시술과 첨단 유전자 검사 기술이 결합된 ‘착상전 유전 진단법(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 이하 PGD)’의 급속한 기술발달로 치명적인 대물림 유전병을 가진 부부들에게 건강한 2세를 출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법(PGD)은 유전병의 보인자나 염색체 이상이 있는 부모에서 임신 전에 그들의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체외에서 수정시킨 후, 그 수정란의 세포 한 개를 떼어내 거기서 염색체 또는 유전자 검사를 시행, 정상으로 진단된 건강한 수정란만을 선별해 자궁 안에 이식, 착상시키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시험관 유전자나 염색체의 이상 유무를 배아(수정란) 초기 단계부터 미리 점검해 유전병을 갖는 아기 출산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이다.

몇 해 전 MBC다큐멘터리 ‘사랑’을 통해 ‘120㎝ 엄지공주’로 알려진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 환자 윤선아씨가 이 방법으로 유전병이 없는 건강한 아들을 출산한 사실이 알려져 세간에 화제가 된 바 있다.

유전병은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출산의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다. 기존의 산전 진단법으로 즉, 임신 후에 양수검사나 융모막 융모 검사를 통해 유전병이나 염색체이상이 진단되면 임신을 종료하는 방법으로 이들을 예방 할 수는 있으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피할 수는 없다.

제일병원 아이소망센터 강인수 교수는 “유산 후에도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 즉 자궁내 감염, 출혈, 잔류 태반으로 자궁내 유착이 와서 다음 임신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몇 배의 고통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따라서 착상전 유전진단의 장점은 정상 배아를 이식함으로써 이러한 의학적, 신체적, 정신적 부담감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획기적인 진단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전적인 이유로 여전히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시험관아기의 경우 부분적으로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PGD의 경우 시험관시술 외 유전자 검사 등 약 200~3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에 대한 보험적용과 정부지원이 전무한 상태다.

이처럼 유전질환 가진 가정의 경우 대부분 사회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으로 부담스러운 검사비용 때문에 진료를 포기하는 부부가 적지 않다.

병원측 역시 고도의 기술 및 인력 인프라는 물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로 현재 단일 유전질환에 대한 PGD를 실행하고 있는 센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강인수 교수는 “매년 유전성 희귀질환 환자를 치료하고 재활시키고, 돌보는데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지만 정작 희귀질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PGD에 대한 예산지원은 매우 적다”며 “유전질환 가정의 고통을 줄이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도 PGD를 시행할 수 있는 유전질환 목록에 에 법적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하며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 교수는 유전질환의 진단법의 개발 등 기술적인 분야의 연구가 더 필요하긴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착상전 유전진단이나 산전 진단으로 유전병을 진단하고 예방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인 현행법을 합리적으로 고치는 일, 즉 법적으로 시행 가능한 유전질환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할 것을 지적했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단일유전질환으로 통칭되는 유전병은 수천 종이 있으며 모두 착상전 유전진단이나 산전진단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서 허용하는, 배아 및 태아에서 유전검사를 할 수 있는 유전병은 불과 139종에 불과하다.

139종 이외의 수 많은 유전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도 평등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의학적 관점에서도 유전질환 중 극소수만을 법으로 허용하는 것 역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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