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폐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아시아 각국 의료자원 수준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연세암센터 조병철 교수와 토니 목 (홍콩), 제임스 양 (대만), 메일린 리아오 (중국) 완텍 림 (싱가폴), 피터 골드스트로(영국, 세계폐암학회 회장) 교수 등은 아시아 각국 의료자원의 수준을 ▲기본 (Basic) ▲제한 (Limited) ▲향상 (Enhanced) ▲최대 (Maximum)의 네 가지 수준으로 나누고, 각 수준에 맞는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폐암은 조직형에 따라 크게 비소세포 폐암(non-small cell lung cancer)과 소세포 폐암(small cell lung cancer)으로 구분한다. 이 중 비소세포 폐암은 전체 폐암의 80%가량을 차지한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예후가 불량해 그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07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폐암은 암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이었으며,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세계적으로 130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주요 국가 (중국, 일본 등)에서도 암사망원인으로 폐암이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인의 폐암은 서양인에서 발생하는 폐암과 많은 차이가 있다.
첫째, 발생빈도면에서 서양의 경우 흡연 인구의 감소로 폐암의 증가 속도가 주춤하는 반면에, 많은 아시아국가의 경우 폐암의 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2006년 발표된 “2006년 중국 흡연과 건강” 자료에 따르면, 40세 이후부터 폐암 발병과 그로 인한 사망이 급상승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1970년대와 1990년대를 비교해 보면,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112% 상승했으며, 1970년대에 폐암 사망률은 암으로 인한 사망률 가운데 4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1위이다. 또한 앞으로 20~30년 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관련 전문가들이 판단하고 있다.
이는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아직 흡연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비흡연자에서 폐암발생의 주요 원인인 간접 흡연 (Second-hand smoking)의 위험성에 대해 잘 인식을 못하는 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아시아국가에서 폐암 발생에 의한 사망도 향후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이레사 (gefitinib)나 타세바 (erlotinib)와 같은 표적치료제의 주요 타겟인 상피세포성장인자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유전자의 돌연변이 빈도면에서 아시아인의 경우 (약 40%) 서양인에 (10%) 비하여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사실은 서양 폐암환자에 비하여 아시아 폐암 환자에서 표적치료제에 대한 반응이 월등히 좋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발생빈도 및 인종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아시안인을 대상으로 한 진행성 폐암의 치료 가이드라인은 제시된 바 없다. 또한,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선진국 기준에 맞춰져 있어 각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즉, 저개발국에서는 의료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선진국의 치료방법에 제약이 있었던 것.
이에 아시아 각국의 폐암 전문가들이 모여 의료자원의 수준별로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해 세계 3대 의학저널 중 하나인 란셋의 종양학 저널에 실렸다.
이들은 2009년 4월 싱가폴에서 열린 Asian Oncology Summit에서 서로의 컨센서스를 모아 아시아인 폐암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번 폐암에 대한 가이드라인 연구는 각국의 의료자원 한계에 대한 실질적 접근을 통해 문화적, 경제적 환경에 적합하고 검증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폐암 치료의 많은 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동연구에 참가한 연세암센터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아시아 각국의 의료 수준에 맞는 폐암 치료를 집대성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컨센서스 (총의)를 모았다는데 의의가 있다”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