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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비대면 진료, 무엇이 문제인가?

빅데의터 임상활용연구회, 24차 오프라인 세미나서 ‘비대면진료’ 주제로 개최
의료 연속성 측면에서 비대면 진료 필요성 다뤄, 플랫폼 기능 및 이용자 의식 향상 필요성 시사

코로나19 이후 정부 주도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필요성과 위험성에 대해 돌아보는 세미나가 열렸다.

의료의 연속성을 위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으며, 앞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과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 논의했다.


빅데의터 임상활용연구회(회장 가톨릭의대 김헌성 교수)이 제24차 오프라인 세미나 ‘비대면진료, 계급장 떼고 붙어봅시다, 뭐가 문제인데?’를 9월 18일, 가톨릭의대 성의교정 의생명산업연구원 2층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빅데의터 연구회가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개최한 첫 오프라인 세미나였으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주연 연구위원,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김광준 교수, 동아대병원 권인호 교수, ㈜플라잉닥터 김도연 대표(바른신경외과 원장)가 발제를 진행했다.

세미나 앞부분에서는 연구회 임원진이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인트로 발제를 진행했다. 챗GPT 및 응급의료와 비대면 진료를 연결짓고, 비대면 진료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헌성 교수는 ‘비대면진료 주요 쟁점 및 제도화 방향’ 발표에서 “비대면 진료는 얼핏 생각하면 빅데이터와 관련이 없을 수 있지만, 정확한 비대면 진료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연구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헌성 교수는 “과거 2015년 원격의료의 도입이 주장됐을 때는 의료계의 많은 반대를 마주했지만, 최근은 안전성 문제와 별개로 많은 이해관계가 엮여 반응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진료에 대한 개념은 아주 오래됐다. 비대면진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를 만났을 때 시행하는 진료를 대신할 수 있는 ▲의료기기, ▲플랫폼, ▲의학적 자문과 상담 3가지가 반드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51개 주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의 2가지 대원칙으로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과 ‘원칙적으로 이전에 한 번이라도 진찰한 적이 있는 환자를 진료의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소개했다.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51개 주 가이드라인의 많은 부분에서 플랫폼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의료진의 눈과 손과 발의 역할을 대신할 플랫폼 기능이 지원돼야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비대면진료를 하는 동안 예상치 못한 다양한 수준의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대상 질환 선정과 플랫폼 기술 개발에 대한 고민과 함께 환자의 의식 수준도 향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주연 연구위원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수행 실적 평가 연구’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2023년 9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진행된다.

현재 정부 주도로 2023년 6월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무기한 진행되고 있다. 진료는 집에서 받을 수 있지만 약은 약국에 가서 받아야 하며, 30% 이상의 진료를 비대면 진료로 받으면 안되는 등의 제약을 두고 있다.

김주연 위원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이용자가 어떤 부분이 만족스럽고 어떤 부분에 개선 사항이 있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설문조사와 청구 자료 분석 2가지를 통해 시범 사업 실적 평가를 하겠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김광준 교수는 비대면진료의 제도화를 지지하며 “담당하는 환자 중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가 한순간에 종료되면서 병원을 오지 못하는 환자가 20%에 달했다.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는 탁상공론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김광준 교수는 “비대면진료와 재택의료를 융합했을 때 여러 부분에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방문진료를 통해 연간 평균 입원일을 41일에서 11.5일까지 감소시켰다는 일본 연구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비대면진료는 병원을 가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환자들에게 트리아지 기능을 수행해 불필요한 내원을 막을 수 있다”며 “외국과 달리 법적 제한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를 위한 프로세스를 열어줘야 한다. 사전 문진 챗봇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대병원 응급의학과 권인호 교수는 “비대면진료는 산업이 아니라 의료다. 의사들은 무조건적인 반대에서 벗어나 가이드라인 제정에 앞장서야 하고, 보건복지부도 제대로 설계된 비대면진료 연구와 시범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기업은 현재 형태의 모델을 벗어나 시장성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신경외과 원장이자 직접 개발한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활용하는 ㈜플라잉닥터 김도연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위기의 원인은 사실 플랫폼 회사 자체에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의료의 본질적인 측면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의료 시장은 공급자 우선 시장이며, 공급자가 필요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잉닥터가 개발한 ‘모비닥’이 접수, 진료, 결제, 팔로업이라는 의료 이용 행태에서 이용자와 공급자의 편리성을 고려한 부분을 설명했다. 

김도연 대표는 “로컬 클리닉은 박리다매로 진료를 볼 수밖에 없다. 진료 과정에서는 공급자의 대면진료의 프로세스가 파괴되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팔로업 과정에서는 ‘모비닥 피드’라는 시스템을 통해 메디컬 일러스트, 운동 영상을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제 후 토론에서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의점이 제시됐다. 비대면진료가 허용되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대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김광준 교수는 “원가분석 상 대학병원은 비대면진료를 할 수 없는 구조다. 아무리 비대면진료비를 높여도 대면진료와 같은 수익을 만들 수 없고, 특정환자군이나 질환군에서만 수익 유지가 가능한 솔루션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대면진료의 여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시사됐다. 현재 국내 전체 진료 건수 대비 비대면진료 건수가 전체의 1%도 되지 않으며, 앞선 해외 사례를 봤을 때 비대면 진료가 허용돼도 증가량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의료쇼핑으로 이어질 수 있어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걱정이 필요하며, 안전하고 유효하다는 막연한 접근보다는 비대면이 위험한 환경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빅데의터 임상활용연구회 윤덕용 부회장(연세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은 “의료데이터, 인공지능이 사회를 바꾸는 것에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3차 대학병원이 비대면진료와 관련해 당장은 할 일이 없다고는 했지만 언제든 게임체인저는 나올 수 있고 그것을 배제하기에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현안에서 머무르지 말고 각 분야에서 게임체인저를 만들고 함께 발전하는 의료체계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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