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대상 자살예방 교육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는 지난 23일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1부에는 김희진 한양대의대 신경과 교수와 양영순 순천향대의대 신경과 교수가 우울증 환자의 진찰, 우울 척도와 약물 치료에 대해 발표했다.
2부에서는 자살에 대한 발표가 집중됐다. 우선 황순찬 교수(인하대 사회복지학과)는 “65세 이상 연령에서 자살 성공율이 4배 높으며, 현재 응급실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은 응급실 조치 후 심리 상담으로 재대로 이어지지 않아서 자살 예방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자살 한달 전에 여러가지 신체, 정신적인 문제로 병의원을 방문하는데 이때가 자살 예방을 해야하는 시점이며, 술은 사람이 더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지만, 사람은 죽고 싶은 충동 보다 말하고 싶은 충동이 더 커서 누군가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면 자살생각을 버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자살이 많은 나라는 타살이 많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라며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 출산율이 서로 연관돼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학회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05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가 330% 증가해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 기간 중에 출생아 수는 급격하게 감소했고, 그 기간 동안 자살자 수와 출생아 수 사이에 매우 높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우울증이 자살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원인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OECD 1위 우울증 유병율, 1위 자살률과 세계 최저 출산율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홍승봉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회장 우울증의 치료율을 높이고 자살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 ‘우울증-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같이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우울증과 자살생각 문항이 포함된 진료 전 설문지를 시행해 우울증과 자살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는 바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및 보건복지부로 구성된 1차 의료 자살예방특별위원회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홍 교수는 자살을 감행하기 한달 전에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자살고위험군을 미리 발견해 자살예방 조치를 한다면 틀림없이 자살률이 떨어뜨릴 수 있음을 강조했으며,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의사가 물어보지 않으면 자살생각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일반 국민들은 자살생각을 물어보면 오히려 자살을 유발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이것은 자살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주변에 심한 감정적인 고통을 받거나 고립돼 있는 사람에게 우울감과 자살생각을 물어보고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자살예방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3부에서 한병덕 고려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우울증은 비만을 유발하는 상호 악화 인자”라면서 우울증은 비만 발생율을 4배, 비만은 우울증 발생율을 3-4배 증가시키므로 비만 환자에서 우울증 스크리닝과 우울증 발견 시 항우울제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문호식 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 환자들에서 우울증의 유병율은 52%로 매우 높으며, 특히 안면 통증 환자에서 85%로 가장 높고 자살위험성도 4배 이상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또 우울증은 통증의 역치를 낮추어서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게 하므로 통증 환자들에서 우울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며, 자살생각에 관한 질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4부에서 이상현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 우울증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높은 자살률이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인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문제가 가장 흔하고, 그 다음으로 가족내 갈등, 단절, 외로움, 가까운 사람의 사망 등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OECD 평균(12.1%) 대비 4배 높아서(48.8%)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지고 가족, 친구와의 연결 감소로 자살위험성이 높아진다”라면서 노인 고독, 우울, 자살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김창오 연세의대 노년내과 교수는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등 만성내과질환에서 주요우울장얘의 유병율은 10-20%로 매우 높으며, 만성내과질환 환자에서 우울증이 발생하면 신체 활동이 더 저하되고 고립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은 슬픔의 표현이 적고, 신체 증상으로 잘 나타나며, 자해적 행동, 가성 치매, 품행 장애 등이 동반되고 자살위험성이 더 높아진다”라면서 “만성내과질환 환자들에게 주기적인 우울증, 자살생각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며, 만성내과질환과 우울증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라고 발표했다.
끝으로 김한수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부회장(대한노인의학회 부이사장)은 홀로 사는 1인 가구와 고립되는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외로움, 고독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에도 영국과 같이 고립되고 외로운 국민을 담당하는 부서 (Ministry of Lonliness)의 신설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