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에 있을 수가협상에서는 내부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과 함께 미확정된 외부 변수들로 인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건강보험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3월 7일, 공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수가협상 준비 과정의 어려움을 밝힘과 동시에 건보재정 누수의 원인인 사무장병원의 처벌을 위한 ‘건보공단 특별사법경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2022년 주요성과, 2023년 부서별 중점 사업 발표, 사전질의에 대한 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수가협상 준비와 건보공단 특사경 제도 외에도 비급여관리, 사용량-약가 연동제도 등 약제관리에 대한 내용이 언급됐다.
◆수가 협상 구조 개선할 ‘SGR 대안 모형’에 대한 합의 진행중
수가협상 구조 개선을 위해서 현재의 환산지수 산출 모형인 ‘SGR 모형’을 교체하기로 결정했지만, 그 대안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2008년에 처음 적용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SGR모형의 대안으로서 작년에 ▲ SGR 개선모형 ▲ GDP증가율 모형 ▲ MEI(의료물가지수)증가율 모형 ▲ GDP증가율과 MEI증가율 연계모형이라는 4가지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고, 올해 1월부터는 가입자 단체 및 공급자 단체 개별로 모형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차후 모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이번 3월 중에 제도발전협의체에서 다시 논의할 계획이지만 수가협상이 진행되는 5월까지 합의 도출이 되지 않으면 4가지 모형을 다 적용한 결과를 참고해 수가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한편 기존의 ‘밤샘 협상’을 막기 위해 시작 시간을 저녁 7시에서 오후 2시로 앞당기고, 공급자 단체의 의견 개진 기회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수가 협상 전 ‘가입자-공급자-공단 3자 간담회’를 여는 것은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하지만 이상일 이사는 올해 수가협상이 밤샘 협상이 되지 않으리라고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경기 침체의 영향 속 가입자와 공급자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가 어려운 것에 더해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과 공공정책수가 도입이라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작년 말을 기준으로 건강보험 국고지원 법이 일몰돼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의 법적 의무가 사라진 상황으로, 이에 대한 후속 조치가 진행되고 있지 않아 수가협상 기준 마련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또한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 중 하나인 ‘공공정책수가’를 건강보험재정 내에서 해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계획 및 재정 추계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건강보험 지출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상일 이사는 “지금껏 수가 협상이 쉽게 이뤄진 해는 한 번도 없었고, 제가 이사로 부임한 후인 최근 2년도 마찬가지였지만 올해는 작년의 어려움보다 훨씬 더 어려운 수가 협상이 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 ‘4조’에 이르는 건보재정 누수 막기 위해서 필요해
이상일 이사는 ‘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권’ 법안이 다가올 임시 국회에서 심사 안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해당 법안은 올해 2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없이 내려와 계류된 상태다.
과거 이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에 당시 야당이 반대해 입법이 좌절됐지만, 현재는 현 여당으로서 필수의료 강화 등 입장변화가 있어 법안 통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전망이다.
또한 이 법안으로 인해 공급자 부당청구에 대한 현지 조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공급자 단체의 오해가 많지만, 업무는 법에 의료기관 불법 개설과 약국 면허 확인 등으로 명확히 제한돼 있고, 특별사법경찰관 추천권을 공단이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이 행사하고,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돼 있기 때문에 공단이 임의적으로 조사를 시행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일 이사는 “작년 건강보험 추가재정으로 받은 금액이 1조가 조금 넘은데 비해, 사무장 병원이나 면허 대여 약국으로 인한 재정 누수는 4조가 넘는다. 의료 공급자의 협조 없이는 새는 독을 막을 수 없다. 공급자 단체에서도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단 측은 정책 이슈화와 대안 마련을 위해 대국민 홍보를 하고, 국회 법안 통과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 건보공단 특수경이 지자체 특수경과의 업무 중복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국 지자체 17곳 중 지자체 특수경이 있는 곳은 12곳이고, 그중 불법 의료기관에 대해 실제적으로 수사한 실적은 공단의 지원과 함께 진행된 8건 뿐으로 실제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며, 공단 특수경이 의료법이나 약사법 위반에 대한 단속을 하게 된다면 업무 분업이 이뤄져 효율적인 단속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출범한 비급여관리실, 보고제도 운영 준비 착실하게 진행 중
2020년 12월 의료법 개정에 따라 전체 의료기관에 비급여 진료비용 등에 대한 보고의무가 신설됐고, 이에 공단은 작년 1월 비급여보고제도를 전담하는 조직인 비급여관리실을 신설했다.
비급여관리실은 기존 건강보험연구원에서 수행하던 업무와 인원을 인계받아 건강보험 진료비 실태조사와 병행한 비급여 상세내역 조사를 통해 체계적 비급여 분류를 위한 데이터 구축 등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상일 이사는 “현재 비급여 분류체계 표준화와 함께 요양 기관에서 공단으로 자료 제출을 일원화할수 있도록 복지부-심평원과 업무 협의 후 이를 전체 전산 시스템에 반영한 상태로, 원활한 보고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약제 관련 여러 시범사업 진행중… 신속한 의사결정 위한 공단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참여 필요
현재 약제 관련 ‘허가·급여평가·협상 병행 제도’와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등이 시범사업 및 연구 용역을 통해 검토중이다.
공단은 허가·급여평가·협상 병행 제도의 목적과 같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곧 임기가 만료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앞으로 공단이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의료행위 전문평가위원회나 치료재료 전문평가위원회는 공단 위원이 참여하고 있지만,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만 공단이 배제가 돼 있는 상태다. 이상일 이사는 “신속한 등재나 약가 조정 협상 측면 등 공단이 참여해야 할, 여러 바뀐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해당 평가위원회에 대한 참여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이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참여하게 되면 자료 공유나 결과를 평가가 끝나고 난 뒤 공식적으로 받아보기 때문에 협상 소요 기간이 행정적으로 길어지는 문제와 함께 약품 검토 등 불합리한 부분이 발견돼도 건정심 단계에서 이를 제시할 수 밖에 없어 의사결정에 혼란이 오는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