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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아수라장 같은 의료현장, 최악의 상황 맞이하고 있다”

울분 터진 전공의들, 인력·장비·인프라 모두 부족
환자 선택 갈림길에 설 때도…좌절감에 의료진 사직 늘어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코로나19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해 의료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경고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료현장 개선을 촉구하는 전공의들의 한 맺힌 울분이 터져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9일 의협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이틀째 7000명이 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위중증 환자는 연일 역대 최다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상이 포화상태라 치료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고, 피로도와 소진으로 사직하는 의료진이 늘고 있다는 한탄이다.

대전협 여한솔 회장은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일 경우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 인력 대책 및 병상확보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수순임에도 일상회복 계획에서 우리 의료계가 처한 현장은 안중에도 없었다”며 “초기에 코로나 감염 의심 환자를 마주하는 응급실 및 코로나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병동은 가히 아수라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보건당국과는 달리, 실제로는 감염환자가 폭증하며 병상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이라고 일갈했다.

여 회장은 “(병상 포화에 따라) 치료할 수 없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병원에서 제때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음압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격리구역에는 코로나 감염 진단을 받았음에도 전담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있어 119 구급대를 통해 새로이 들어오는 중증의 환자들을 수용하지 못해 몇 안 되는 격리실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넘기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확진 환자의 분류 및 전담병원 이송 시스템의 부재 ▲중환자 급증 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의 부재 등 총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했음을 비판하며 “방역에 온갖 생색은 내면서 정작 필요할 때 책임은 의료현장 일선으로 떠미는 보건당국을 강하게 규탄한다. 일선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치료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러한 상황에서 그 어떠한 시스템도 가동되지 않는 것에 우리는 강하게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코로나 중환자 증가로 인한 병상 배정 어려움 등의 피해는 오롯이 비코로나 중환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

대전협 박한나 수련이사는 “지금 응급실은 정말 생지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환자는 중환자실이 꼭 필요한 환자인가, 이 환자는 끝까지 살려야 될 환자인가를 현장의료진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병상 부족과 함께 장비의 부족 역시 중환자 치료의 큰 걸림돌이다.

대전협 서연주 수련이사는 “인공호흡기나 투석기계, 에크모 등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기기들이 정말 부족하다”며 “실제로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 2명 중 어떤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될 것인지 결정해야 되는 순간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아무리 인력과 노력을 들여서 환자들을 케어하고 싶다고 한들 인프라 부족 때문에 정작 환자들을 돌볼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얼마 전 가족 3명 모두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재택격리 중 60대 아버지가 호흡곤란으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한 자신이 겪은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 여 회장은 “얼마 뒤 유가족인 딸에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알려주자마자 응급실 땅바닥에 엎드려 목놓아 울던 그 상황을 저는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재택치료가 아닌 ‘재택격리’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재택격리 중인 환자가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갈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위드 코로나로 넘어갔다”면서 “이에 대한 개선이 분명히 필요하고, 그래야 환자들의 중증화율을 막을 수는 없을지라도 사망률 자체는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설상가상으로 안 그래도 부족한 인력인데 의료진까지 감염돼 그 빈자리를 메꿔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말도 꺼냈다.

서 이사는 “의료진 감염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현장에 환자는 늘고 인력은 부족한데 이중에서 한두 명만 확진돼도 지금 인력 갖고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대전협 부회장 역시 확진돼 격리가 됐다. 사실 의료진은 지금도 겁난다. 의료진들이 의료현장에서 충분한 보람과 의미를 갖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정부가 충분한 보상 지급과 시스템 체계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여 회장은 정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대선 캠프 모두를 싸잡아 “이 아수라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권 유지, 정권 교체라는 욕심 채우기에 혈안이 되어 날마다 수십 명씩 죽어나가는 이 거대한 비극에는 침묵하고, 진절머리 나는 정치싸움만 하는 실정”이라며 “더 이상 정치적 쟁론에만 매몰되어 비극을 뒤로하지 말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생과 사의 현장에서 고통에 허덕이는 환자들과 끝까지 함께하는 우리 젊은 의사들의 간곡한 목소리를 들어달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저희 의료진들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앞으로도 젊은 의사들은 국민들과 환자들 옆을 지키며 비극의 악화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각 부처에서 머리를 맞댐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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