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임신중절을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 인정하고 합법화하라.”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7개 여성단체로 이루어진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낙태를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 인정하고 합법화해야 한다고 논평을 통해 밝혔다.
지난달 26일 대전지방법원은 업무상 촉탁 낙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4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선고유예와 형의 면제를 판결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임신중절을 금지하는 형법의 규범력은 유지되고 있지만 여성의 낙태에 대한 자기결정권 또한 가볍게 볼 수 없으며 임신중절이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상 의사들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여성단체연합은 “임신과 인공임신중절, 그리고 출산에 대한 결정권이 여성에게 있음을 고려하고 현실과 법의 괴리를 반영한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사회에 인공임신중절이 만연하는 것은 생명존중사상이 부족해서가 아니며, 그것은 바로 임신을 할 수 있는 여성의 몸, 성, 자기결정에 대한 존중의 부재로 출산과 양육을 선택할 사회적 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여성 스스로 인공임신중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인공임신중절 처벌규정이 존재한다는 것은 현실에서의 법적 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가 임신한 여성 모두에게 출산을 강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으로 “형사처벌이 결코 낙태를 줄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듯이, 인공임신중절한 여성과 담당 의사들을 고소하거나 처벌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접근은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것이라고 여성단체연합은 밝혔다.
여성단체연합은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임신의 횟수와 시기를 결정할 권리, 즉 ‘생식’과 관련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을 불법화하는 것은 “여성들의 자기 몸에 대한 통제권을 박탈하는 것이며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공임신중절의 불법화로 인해 안전하지 않은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비밀리에 행해졌을 경우, 여성의 안전 및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며 “현재 국제사회에서도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근거해 인공임신중절한 여성을 처벌하는 ‘낙태죄’ 폐지를 각국에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연합은 “이번 판결은 ‘생식’과 관련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진일보한 판결로 의미가 있다”며 “인공임신중절 합법화를 통해 여성들의 몸에 대한 권리와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길 요구하며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같이 낙태 합법화를 주장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다함께, 언니네트워크,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7개 여성단체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