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에 대한 퇴진 압력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만 같았던 경만호 회장의 불신임 움직임이 성희롱 건배사, 의원 수가 2% 인상, 횡령 의혹 및 의협 게시판 접근 차단 등의 갖가지 악재를 등에 업고 최근 들어서는 거센 태풍으로 돌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현재 김해시의사회에서는 대한의사협회장으로서의 자격여부를 가리는 경만호 회장 신임 · 불신임 대회원 투표를 공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회원들에 직접적으로 이러한 의중을 묻는 투표등을 진행하지 않아도 지역의사회의 리더들 사이에서는 경만호 회장의 자질론이 끊임없이 대두되며, 회원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대세론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도 이같은 퇴진 압력 행사에 가세했다. 이들 단체는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오바마'발언으로 적십자사 부총재에서 물러난 경만호의협회장(이하 경회장)이 의사협회 회장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만호 회장이 성희롱 건배사라는 부끄러운 물의에도 불구하고 불과 2개월 남짓 남은 적십자사 부총재직만 사임했을 뿐 의협회장직은 아직도 놓지 않고 버티고 있고, 자신을 비판하는 회원들에게 오히려 책임을 돌리고, 비판적인 발언을 막고자 회원들의 플라자 접근권한을 차단하는 조치까지 자행했기에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인의협은 또 경 회장이 그동안 의협회장 자리에 있으면서 의사협회의 불법적인 정치적 로비자금을 조성하고 친의협 꼭두각시시민단체를 만든다는 등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없는 명목 하에 의사협회 공금을 횡령하거나 남용하고 있다고 문제제기 했다.
아울러 인의협은 경회장이 현 정권의 의료민영화정책을 무조건 지지하여 건강보험 해체, 건강관리서비스 허용, 원격진료 허용 더 나아가 복수의료기관개설 허용 영리적 의료법인의 허용 더 나아가 일반인의 의료기관개설 허용까지 주장하며 1차의료의 몰락을 재촉 하면서 겉으로는 이를 활성화 하자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인의협 뿐 아니라 지역의사회 및 민초의사들이 경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1차의료 활성화 방안에 대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복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개원가의 실망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내년도 수가 인상이 2%대에 그치며 경만호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 회장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대한의사협회 공금 횡령 및 배임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피고발인 신분으로 대질신문차 검찰에 출두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미 여러 가지 구설수로 인해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라 이를 바라보는 회원들의 눈은 더욱 냉담하다. 이번 사건이 기소로 까지 번지지 않아도 경 회장의 도덕성은 이미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평이다.
전국총의사연합은 이 여세를 몰아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퇴진 운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의총 노환규 대표는 “일반회원들은 그동안 경만호 집행부가 어떤일을 저질러 왔는지 아직 잘 모른다”면서 “이들을 상대로 왜 경 회장이 사퇴해야 하는지 알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의원협회 설립도 본격적으로 추진 될 예정이어서 경 회장의 부담감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의원협회 추진위원회는 24일, 대한의사협회는 ‘공익단체’로서의 역할과 ‘이익단체’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자신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해 전문가 단체로서의 위상도 상실하였고 이익단체로서의 기능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면서 일반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이를 설립할 것을 공식 천명했다.
현재 경회장은 이 같은 여론에 대해 자신과 의협 집행부를 겨냥해 벌어지고 있는 각종 의혹제기 및 여론 호도 움직임에 내부자정강화와 법적 조치로서 대응하겠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그러나 과연 이것으로 성난 의심(醫心)을 달래고, 바닥에 떨어진 회장으로서의 권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의사사회 내부분열을 막을 수 있는 히든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