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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新 전문병원을 찾아서(6)―다사랑병원

알코올 질환―단순 해독 아닌 재활에 역점


“이제 제대로 술도 끊고, 가정도 다시 잘 이끌어 가고 싶습니다.”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알코올 질환 치료 전문 다사랑병원(대표원장 이종섭)에서 만난 장기영씨(가명·46). 지난해 6월부터 1년째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고 있다는 장씨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지긋지긋한 술에서 제발 벗어나고 싶다"고 첫마디를 뗐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을때 그의 상황은 그야말로 만신창이였다. 10대 후반부터 거의 매일 소수 5병씩을 마셔 온 몸은 조절 능력을 완전 상실한 알코올의존증 상태였고, 이 때문에 간염과 당뇨병도 갖고 있었다. 또 습관적인 음주와 도박으로 멀쩡하던 자영업체를 말아 먹었고, 집안도 아내와 불화로 이혼 직전까지 가는 등 엉망이 됐다.

“몇개월간 술을 끊은 적도 있지만 고비를 참지 못하고 다시 입에 댔어요. 알코올 중독인지 몰랐고, 아내가 치료를 권유해도 무시해 버렸던 게 화근이었죠.” 장씨는 “치료 받기 전까진 알코올 중독이 이렇게 무서운 병인지 깨닫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가족의 손에 이끌려 찾게 된 이곳서 체계적인 금주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술과 점점 멀어졌다.

현재 거의 몸을 회복한 장씨는 병원측의 배려로 치료후 스스로 직업을 구할 때까지 식당 허드렛일을 도와주며 재활을 꿈꾸고 있다. 장씨는 “이곳서 나가면 먼저 그동안 맘 썩여온 아내로부터 신뢰를 다시 얻고, 두 아들에게도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종섭 대표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전체 남성 중 20% 정도가 술로 인한 알코올 문제를 갖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10%는 장씨처럼 흔히 ‘중독’이라고 얘기하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라면서 “이를 합치면 전체 인구의 300만∼80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부분이 술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담배는 홍보를 통해 백해 무익한 기호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술은 서민들이 즐기는 음식쯤으로 생각해 너무 관대하다”면서 “술은 음식이 아니라 ‘마취제’ 즉 ‘약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알코올 질환자와 가족들이 초기에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정신병원처럼 감금되고, 질낮은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알코올 의존증만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료기관의 확충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란게 이 원장의 주장.

현재 국내 알코올 질환 전문 의료기관은 다사랑병원과 경기도 일산 카프 병원 두 곳뿐이다. 그밖에 대학병원과 일부 정신병원에서 알코올 병동을 따로 두고 있는 정도다. 다사랑 병원은 경기 의왕에 270 병상, 전남 광주에 195 병상을 갖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알코올 의존증 치료 기관으로, 200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시범기관이기도 하다.

이곳은 기존 정신병원의 고정 관념에서 탈피해 밝은 곳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신념 아래 단순히 해독 차원이 아니라 개개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치료 및 재활 프로그램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심리극, 관 요법, 미술 치료, 원예 치료 등이 대표적. 특히 국내 최초로 양·한방 협진을 통해 금주 성공률을 높임으로써 환자와 가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알코올 질환자가 처음 방문하면 신경정신과와 내과, 한방과 전문가들이 환자 상태를 점검해 사회적 음주와 문제 음주, 알코올 남용, 알코올 의존 등 4단계로 구분해 개인별 맞춤 치료 계획이 세워진다. 이에 따라 개인별 술자리 대처법, 식생활 습관 교정 등 처방이 이뤄지며 술을 먹고 싶은 욕구를 줄여주는 ‘단주침’과 술 때문에 떨어진 체력 향상을 위한 ‘청간 해주탕’이 함께 처방된다. 사회적 음주와 문제 음주 단계는 2개월 정도 통원 치료, 알코올 의존증이 심한 경우는 약 3개월간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이 원장은 “또 환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알코올 질환 특성상 일반 환자와 분리해 노인 및 여성 환자 치료 병동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매주 2차례 보호자 교육을 통해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가족들의 올바른 이해와 대처법 등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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