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들이 암 관련 정보를 획득하는 창구가 포털, 블로그, SNS를 거쳐 AI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chatGPT 등 AI 활용이 급증하면서 암 환자·가족 역시 치료와 예후를 AI에게 직접 묻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다만 AI를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조적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최종적인 결정이나 판단은 의료진과 함께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대한종양내과학회가 ‘제8회 항암치료의 날’을 맞아 26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암 환자 암 정보 탐색 설문조사 결과’ 및 ‘암 정보 활용 6대 원칙’을 제시했다.

학회 홍보위원회로 활동하는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석재 교수에 따르면, 환자들의 과반 이상이 의료진들을 가장 신뢰했지만 진단초기(약 3개월 내)에는 유튜브나 포털 등을 통한 정보수집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허 교수는 디지털을 통해 환자들의 정보 접근성과 진료 참여도, 의료진과의 소통이 향상됐다는 점, 의료진들이 채워주기 어려운 부분을 보조적으로 도와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상위노출 등 구조적 문제 ▲정보의 질적 불균형 ▲환자별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해석 오류 ▲환자의 감정적 취약성으로 인한 왜곡 ▲오픈형 AI의 한계 등 그 내면에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 교수는 특히 “(AI는) 같은 질문을 물어도 같은 대답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가들이 검토한 결과 정확한 답변을 주는 것은 18%밖에 되지 않았고, 같은 프롬프트를 세번 이상 반복했을 때도 30%만 같은 답을 했으며 조금씩 다른 답변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또 “시기에 따라서도 답이 달랐고, 병기가 많이 진행된 상황에 대해 질문했을 때에도 정확도가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사실이 아닌데도 사실처럼 주장하는 이른바 ‘환각현상’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요구했다.
허 교수는 “AI는 틀린 것도 자신있게 정답인 듯 말한다”며 “비전문가의 경우 질문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모른채, 질문에 따른 답이 나오면 이를 정답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별맞춤형 치료와 관련해서는 “76% 정도는 일치했으나 약 24%는 일치하지 않았다”며 “기계적으로 나오는 답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치료일 수 있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찾는 것이야 말로 핵심”이라며 “정보적용 오류가 생기면 단순한 정보문제가 아닌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의료진에게 다시 한번 더 질문한다”면서 “최종적인 판단은 의료진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플랫폼별 정보 검색 시 주의사항도 소개됐다. 먼저 포털사이트의 경우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키워드, 전문 용어, 최신성 키워드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유튜브 등 SNS에서 검색할 때에도 대한종양내과학회나 국가암정보센터 등 공식 기관의 영상을 우선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권고됐다. 가능하면 롱폼 영상을 참고하되, 공신력 있는 영상의 경우에는 숏폼 영상도 가능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AI사용 시에는 “질문을 잘 했다고 해도, 나에게 맞지 않는 질문을 해버리면 그에 대한 답변은 나에겐 오답”이라며 “자신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력하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했을 때 AI로부터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치료법이나 약물에 대해 질문할 때는 ‘나에게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고, 하나의 답변이 아닌 비교, 대조, 재질문 등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AI가 알려주는 정보를 환자가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며 “검색으로 확인한 정보는 최소 2가지 이상의 출처를 통해 교차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학회가 제안한 디지털 시대 암 정보 6대 원칙은 ▲공식기관의 정보를 기준으로 삼기 ▲정보가 최신인지, 근거가 있는지, 전문가가 참여했는지 확인 ▲내 상황과 맞는 정보인지 판단 ▲최소 2가지 이상 출처로 교차검증 ▲자극적 제목, 과도한 화신, 단정적 메시지 경계 ▲모든 디지털정보는 ‘의료진과의 대화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활용 등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충북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홍식 교수가 소개했다.
설문 결과, 환자들이 가장 먼저 탐색한 암 정보는 ‘암 예후’(64.3%)와 ‘암 치료’(56.9%)로 나타났다. 특히 암 치료 정보는 ‘치료 방법과 효과’, ‘부작용 및 관리’, ‘생활 관리’ 순으로 탐색했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치료 방법과 효과’, 연령이 높아질수록 ‘민간·대체요법 정보’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를 얻는 주요 채널은 ‘인터넷 포털’(62.4%)과 ‘병원 의료진’(56.1%)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에서도 환자 본인은 ‘유튜브’, 보호자는 ‘포털’을 주로 활용했다고 응답했다.
의료진 설명이 충분하고 이해하기 쉬웠다고 평가한 응답은 67.5%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83.9%가 암 정보를 추가 탐색한다고 말했다. 주요 이유는 ‘궁금증 해소’(71.0%)와 ‘사례 및 경험 확인’(67.8%)이었다. 다만 탐색 후 43.5%가 ‘의료진 상담’을 요청했으나, 40.4%는 정보 탐색 이후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보에 대한 수요가 높은 반면, 암 정보 탐색의 주요 어려움으로 ‘정보 과다로 인한 신뢰 판단 어려움’(53.7%), ‘진단 상황 이해 부족’(40.8%), ‘신뢰 가능한 채널 구분 어려움’(38%)이 있다고 응답했다.
탐색 과정에서 ‘같은 암 경험자의 실제 사례’, ‘의료진 요약 자료’, ‘맞춤형 정보’가 도움이 됐으며, 암 정보를 신뢰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중요 요소는 ‘맞춤형 단계별 구성 정보’(61.6%)로 나타났다. 정보 제공 시 환자 본인과 보호자 모두 ‘맞춤형 정보’(76.5%)를 가장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식 교수는 “많은 환자가 정보탐색을 진행하는 만큼, 탐색할 때 가짜 정보나 과장된 주장이 포함됐는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가암정보센터, 대한종양내과학회 등 공식 기관의 정보를 참고하거나, 암을 진료하고 있는 종양내과 의료진으로부터 나온 정보를 찾아보는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대한종양내과학회 박준오 이사장은 “이번 암 환자 암 정보 탐색 설문조사 결과는 암 환자들의 정보 탐색 경험을 살펴보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였다”며 “앞으로도 암 환자와 보호자분들에게 적절한 정보와 치료를 제공해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