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고혈압 관리 수준이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젊은 환자들의 고혈압 예방이나 관리는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고혈압학회가 11월 8~9일 양일간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제61회 추계국제학술대회인 HYPERTENSION SEOUL 2024를 개최했다.
특히 올해는 학회 창립 3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의미를 더했는데, 학회는 이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9일 개최하고 30주년 소회를 돌이켜보고, 새로 발간된 고혈압 팩트시트를 공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 고혈압 팩트시트에 대해서는 학회 역학연구회장을 맡고있는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김현창 교수가 소개했다.
지난 해 WH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캐나다, 아이슬란드와 더불어 고혈압 관리 모범 국가로 언급됐다.
WHO는 보고서에서 고혈압 치료가 심혈관 질환 예방의 중요한 모델임을 강조하며, ‘80-80-80’ 목표를 제시했는데, ’80-80-80’은 고혈압 환자 중 80%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그 중 80%가 치료를 받으며, 치료 환자의 80%가 목표 혈압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관리율이 51%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과, 캐나다, 아이슬란드는 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한 대표적인 국가로 보고서에 선정됐다.
특히 김현창 교수는 한국이 고혈압 인지율 77.2%, 치료율 80%, 조절율 60%를 기록하며, WHO 목표를 상회하는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서태평양 지역에서는 한국이 최고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WHO는 한국의 고혈압 관리 방식이 세계적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국내 고혈압 관리 성과는 팩트시트를 통해서도 잘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팩트시트를 인용하며, 한국에서는 20세 이상 인구 중 약 30%에 해당하는 1300만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이 중 약 1100만명이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혈압 환자의 약 60%가 목표 혈압을 달성하고 있어 WHO의 80-80-80 모델을 초과 달성한 상황이다.
또 “지난 20년간 고혈압 치료 환자는 약 800만명으로 급증했고, 약물 치료 중인 환자의 60% 이상은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하는 등 치료 방식이 고도화됐다”며 이는 고혈압 관리와 치료가 상당히 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고혈압 환자 평균 혈압이 크게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초 평균 수축기 혈압은 약 125mmHg였으나, 현재는 약 115mmHg로 10mmHg가량 낮아졌다. 이 수치는 약물 치료의 효과와 함께 전 국민의 평균 혈압 수준이 낮아진 성과를 반영하며, 한국의 고혈압 관리가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기여했음을 의미한다.
이어 김 교수는 한국의 고혈압 관리 성과는 세계적으로 모범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고 했는데, 젊은 층의 고혈압 관리와 예방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의 20대와 30대 고혈압 환자 중 많은 수가 고혈압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치료를 받는 비율 또한 낮다. 20~30대의 고혈압 환자 60%가 치료를 받지 않으며, 이 중 상당수는 치료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 층에서 고혈압 인지율과 치료율을 높이는 것은 향후 심혈관질환 예방에도 필수적이다. 김 교수는 “이 연령대에 대한 조기 관리와 예방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령화와 함께 고혈압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대한고혈압학회는 전 국민의 건강 검진 확대와 효율적인 의료 접근성을 바탕으로 한 고혈압 예방과 관리의 성공 사례를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 WHO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성과는 건강 검진 확대와 의료 접근성의 우수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성과에 머물지 않고 젊은 층의 고혈압 예방을 위해 다양한 홍보와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한국의 고혈압 관리 성과는 캐나다와 아이슬란드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주목하는 바이며, 고혈압 학회는 앞으로도 국내외 고혈압 관리 개선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며 “WHO의 ’80-80-80’ 목표를 초과 달성한 한국의 사례는 다른 국가에도 중요한 교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대한고혈압학회 편욱범 30주년 준비위원장(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은 먼저 “30년이라는 세월은 학회가 겪어온 발전의 역사와 많은 노력의 결실
”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30년간 고혈압 분야와 함께 성장해 온 학회의 슬로건을 통해, 100세 시대를 맞이해 단순히 나이로서의 100세가 아닌 건강하게 사는 삶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는 의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며 “이는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 예방이라는 학회의 목표와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또 “학회는 1994년 창립 이후, 학회의 태동과 성장, 발전과 도약, 그리고 희망과 비상의 과정을 거쳐 왔다. 특히 2016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고혈압학회는 학회가 국제적인 리더로 자리 잡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번 30주년을 맞아 학회가 이뤄온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후배들에게도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고혈압학회 김광일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가 성과와 비전 및 30주년 기념 연구비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김광일 총무이사는 “학회의 비전은 고혈압 관리를 통한 국민건강수준 향상에 있으며, 이를 위해 고혈압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국민에게 홍보해 인지도를 높이고, 고혈압 관련 정책 수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2024년 모토는 ‘Eat Less, Exercise More for a Better Tomorrow’로,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학회는 10년 주기로 태동과 성장, 발전과 도약, 비상과 희망이라는 주제를 이어 왔다. 1994년 창립 이후 고혈압학회지는 진료지침과 학회지 발간을 통해 학문적 기틀을 다졌고, 2016년 세계고혈압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해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고혈압 진료지침의 지속적인 개정과 학회지의 ESCI 등재로 학회의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30주년을 맞아 고혈압 연구를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이해영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의 주관 아래 ‘반지형 혈압 측정기’를 활용한 장기 추적 코호트 구축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는 환자의 혈압을 일차진료에서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해 심혈관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으로, 향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신진호 이사장(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은 “의료진 개개인의 역량은 물론 사회 전반의 고혈압에 대한 인식과 국민의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욕구가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건강수준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고 언급했다.
또 “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지금, 우리사회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에도 고혈압관리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고혈압학회가 출범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건강 수준과 사회 경제적 시스템이 상당히 발달했다. 이로 인해 학회의 운영과 발전 조건이 나아진 측면도 있지만,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30주년을 맞이한 이 시점에 학회가 더 효율적이고 선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