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이용해 심방세동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삼성서울병원은 순환기내과 박경민·김주연 교수 연구팀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웰리시스 와 함께 심전도(ECG) 검사를 활용해 심방세동 발병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다고 10월 21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0년 1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삼성서울병원, 삼성창원병원, 강북삼성병원을 다녀간 17만 6090명에서 확보한 12리드 심전도 데이터 41만5964개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학습시켜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 대상자는 최초 심전도 검사에서 모두 정상 리듬이었지만 이후에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사람(1만1810명)과 그렇지 않은 사람(16만4280명)으로 나뉘었다.
또한, 연구팀은 심방세동이 진행된 경우와 아닌 경우에서 심전도 검사 결과의 차이가 있는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키면서 환자마다 병원을 내원하는 경위와 검사 횟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두 가지 모델로 개발했다.
해당 모델들은 각각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 등으로 심전도 검사를 한 번만 받더라도 해당 검사 결과로 심방세동을 예측하는 모델 ▲혈압이나 당뇨 등으로 인해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심전도 검사를 받을 경우를 가정한 모델이다.
모델 검증은 삼성서울병원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정상 심장 리듬을 가진 사람 500명과 심방세동 리듬을 보인 500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심방세동 예측 인공지능의 성능은 여러 번 검사를 받는 것을 기준으로 만든 모델이 보다 정교했다.
다회 모델의 민감도는 0.810, 특이도는 0.822, 정확도는 0.816으로 나타났다.
모델의 성능을 AUROC로 평가했을 때에도 0.88로 우수했다.
단일 모델은 민감도 0.744, 특이도 0.742, 정확도 0.743으로 다회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AUROC는 0.812로 성능은 준수했다.
특히, 다회 모델은 기존에 개발된 모델과 비교해서도 더 나은 성능을 보였는데, 기존 모델이 가진 한계 중 하나인 설명력 부족이 이번에 개발한 새 모델에서 해결됐다.
또한, 연구팀은 심방세동 위험을 예측하는 데 심전도의 어떤 부분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 SHAP(Shapley Additive Explanations) 분석을 통해 밝혀 모델 신뢰도를 높였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심전도에서 나타나는 여러 파형 중 심장이 혈액을 짜내려 심방을 수축할 때 나오는 P파의 미세 변화가 심방세동을 예측하는 중요한 인자라는 게 밝혀졌다.
심전도 검사에서 해당 파형에 미세 변화를 감지한 인공지능 모델이 심방세동 위험 경고등을 울리면 의사가 추가 검사를 통해 확진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의미다.
박경민 교수는 “AI를 활용해 심방세동을 더 일찍 예측하고, 조기에 치료 관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던 연구” 라며 “실제 임상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심방세동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활용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 내용은 ‘미국심장협회지(Journal of American Heart Association, IF 5.0)’ 최근호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