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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디지털 병리, 유일한 아날로그 영역에서 AI 활용 기반으로”

2019년 이후 소수 대형 병원 적용에 멈춘 디지털 병리, 정부 지원 없이는 전환 어려워
대한병리학회-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로슈진단 후원으로 ‘공동 정책간담회’ 개최

의료 정보 시스템의 미전환 영역으로 남은 병리의 디지털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대한병리학회(한혜승 이사장)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유철욱 회장)가 한국로슈진단의 후원으로 7월 19일 국내 디지털병리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정책간담회는 ‘디지털병리, 대한민국 암관리에 앞장섭니다’를 주제로 학계와 산업계가 모여 국내 디지털병리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디지털병리는 디지털 스캐너를 이용해 병리학적 슬라이드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저장하고, 그 이미지를 병리학적 진단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병리는 의료환경의 효율적인 개선으로 의료 질 향상을 통해 환자 건강에 기여하고, 인공지능 기반의 병리진단 기술에 혁신을 가져와 환자 맞춤 치료 실현의 초석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디지털병리는 병리학과 전문의 감소로 인한 업무 과다를 해결하고 진단 업무의 효율성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돼, 국내 의료 소프트웨어의 적용 및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소개됐다.

정책간담회를 공동주최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철욱 회장은 “국내 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암 치료의 출발점이 되는 병리진단은 선진국에 비해 디지털화 속도가 미진하고 여전히 미흡한 영역으로 남아있다”며, “간담회를 통해 디지털병리가 환자 치료에 적극 활용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정부, 병의료계, 산업계 등 여러 이해당사자 모두의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경분 대한병리학회 정보이사(서울대학교병원)가 ‘병리진단, 디지털 전환이 답이다’를, 정찬권 대한병리학회 디지털병리연구회 대표 및 간행이사(서울성모병원)가 ‘디지털병리,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을, 팽경현 루닛 이사가 ‘디지털병리, 인공지능을 만나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경분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면역조직화학 검사를 통한 단백질 검사, 유전자 검사가 암 진단과 정밀 의료에 필수 검사법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병리는 장소와 시간에 제약 없이 접근 가능해 검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보관도 용이해 유리 슬라이드를 대치할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와 같이 기관 간 이동이 자유로운 의료 환경에서 디지털병리를 통한 자료 공유화는 환자의 의료 기관 이용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여러 기관이 함께 도입해 정보 공유 플랫폼이 갖춰진다면 환자 개인의 의료 정보의 가치를 높여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인 암의 치료와 관리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환자가 암 치료의 앞서 이전의 검사 기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흔하다. 환자가 일생 동안 다양한 검사기관에서 다양한 검진을 받은 경우에도, 디지털병리가 구축되면 자료 수집 및 활용에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디지털병리의 국내 현 상황과 한계점을 설명한 정찬권 교수는 디지털병리 시스템 구축 및 도입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2019년 디지털병리 진단 시스템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도입 초기 단계로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만 디지털병리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관련해 정 교수는 “디지털병리 도입을 위해서는 스캐너 등 장비 설치, 병리검사실과의 원활한 전산시스템 연동뿐만 아니라 병원 간의 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클라우드 구축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적절한 보상 체계가 없어 디지털병리 시스템 도입이 어렵고 도입한 병원도 유지와 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의 의료 보험수가 체계 개선과 특히 데이터 저장과 공유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수가체계에서는 ‘기존행위 대비 현저한 진단능력의 향상이 있는 경우’에 추가적인 보상을 제공하지만, 디지털 병리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전환의 동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디지털 병리는 진료서비스의 향상뿐 아니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기본적 요소로서 국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루닛의 팽경현 이사는 “디지털 병리와 인공지능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미 학회에 디지털 병리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영상분석 연구들이 다수 존재하며, 디지털 병리의 다양한 특징을 사람의 눈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인공지능은 진단을 보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팽경현 이사는 “특히 면역항암제의 경우에 인공지능을 통해 디지털 병리의 공간적인 정보를 분석, 암 치료의 기준이 되는 바이오마커를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폐암의 종양미세환경 분석기반 면역항암제 반응 환자 식별’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패널 토론에서는 주제 발표를 진행한 이경분 교수, 정찬권 교수, 팽경현 이사와 한국로슈진단 김형주 전무, 딥바이오 곽태영 이사가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한국로슈진단 김형주 전무는 디지털병리 도입 촉진을 위해 업계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한국로슈진단의 경우 실제 병리검사실에서의 디지털병리 도입 문턱을 낮추기 위해 구독모델을 국내에 도입했으며, 자체 디지털병리 AI 알고리즘 개발은 물론 국내 AI 알고리즘 회사들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닛의 팽경현 이사는 “인공지능을 적용한 디지털병리가 판독의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 예후 예측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견에 기여할 수 있다”며, “디지털병리 기반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노력이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디지털병리 수가체계 등 제도적 개선이 된다면 임상에서 적용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딥바이오 곽태영 이사는 “아무리 효과적인 소프트웨어도 디지털병리가 도입되지 않으면 활용이 어렵다. 딥바이오도 소프트웨어 허가는 2020~21년에 받았지만, 당시 스캐너를 보유한 병원이 한 손에 꼽는 수준이었다. 업체 입장에서는 디지털 병리가 도입되는 병원이 많아져야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간담회의 좌장을 맡은 대한병리학회 한혜승 이사장은 “디지털병리는 작업 효율성을 개선하고 업무 소요시간을 단축시킬 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알고리즘 기반 이미지 분석, 전문가 집단 정보공유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며, “디지털병리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져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지만 고가의 초기비용과 수가 등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들이 남아 있다. 이번 간담회를 첫걸음으로 환자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위한 보험수가 제정 등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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